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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찾아온 12월, 해마다 12월이 되면 “벌써?”라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올해는 유독 벌써 12월이 왔나 싶은 게, 도저히 실감이 되지 않는다. 2014년 새 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새해를 맞이하여 수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한 여름의 눈부신 햇살과 무더위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도대체 그 시간들을 모두 어디로 흘러가버린 것일까?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들과 변화를 겪었던 올 한 해, 이제 고작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니 그 모든 삶의 소용돌이들이 왠지 잠잠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2014년이라는 한 해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시간으로 떠나 보낸다는 게 서운하기도 하다. 어쩌면 12월은 일 년 중 가장 외롭고 쓸쓸한 달인지도 모른다. 따스한 계절과 작별하고, 한 해와 작별해야 하는 12월, 차마 우리 나약한 인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그런 허전함과 서운함을 주체할 수 없기에 우리는 애써 송년회라는 명목 하에 12월에 일 년 중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장 많이 가지면서 그 외로움을 달래고 허전함을 잊는 것인지도 모른다.
12월 한 달 동안 한 해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하면서 우리들 가슴을 가장 많이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우리는 일 년 내내 정신 없는 일상을 보내며 먹고 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과 정신을 빼앗겼지만, 막상 12월이 되어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면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얼마나 대단한 명예를 누렸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보다는 한 해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지냈는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내왔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알게 모르게 멀어져간 사람들이 아쉽고, 또 새로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소중하다. 한 해 동안 사람들과 벌였던 아귀다툼, 화내고 미워했던 순간들, 어느덧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그 모든 것들이 부끄럽고 후회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게까지 미워할 이유가 없었는데... 그렇게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용서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12월에 우리에게 주어진다. 물론, 우리는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고 또 그렇게 일상에 파묻혀 살다보면 12월에 느꼈던 그 소중한 교훈들을 어느새 잊어버린 채 또 그렇게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누군가를 미워하며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반복되는 어리석음 속에서 적어도 우리는 한 해, 한 해를 떠나 보내며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눈물이 많아지는 그 기묘한 증상이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다. 9년 전 영국으로 떠나오면서 지인들에게 남겼던 말, ‘달리기 시합이 아니라 여행 같은 삶을 위해 떠난다’라고 했던 그 철 없는 나의 이야기를 나는 지금도 굳게 믿는다. 12월에 돌아보는 지난 한 해,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고 얼마나 남을 앞지르며 달려왔는지를 떠올리고 있다면 그건 너무나 불쌍한 일이다. 남들을 기준 삼아 남들만큼 사는 것을 삶의 목표처럼 여기고 살아왔다면 그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보다는 지난 한 해 동안 여행하듯 만났던 소중한 경험들,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깨달은 생각들과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리며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그 순간들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렇게 12월을 보낸다면 참 좋겠는데... 고작 우리 인간이 임의로 정해놓은 것이지만 어쨌든 12월은 한 해의 끝이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는 새롭게 시작되는 1월이 있기에 그나마 이 12월을 보낼 수 있는 것이지, 만약 정말 이 12월로 모든 게 끝이라면 우리는 12월을 슬픔과 공포 속에서 보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한 해 동안 마치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왔다면, 차갑고 메마른 가슴으로 지내왔다면, 적어도 12월 한 달 동안만은 따뜻한 가슴으로 지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사랑을 표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좀 더 감사를 표하고, 비록 유쾌하게 대하지 못할 사람들에게도 좀 더 이해해주고 용서하면서. 12월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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