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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는 불행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검고 거친 피부를 타고난 이들..... 가난 속에서 이름도 모르는 질병으로 죽...

by 강운학 목사  /  on Jun 17, 20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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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차별하는 불행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검고 거친 피부를 타고난 이들.....
가난 속에서 이름도 모르는 질병으로 죽어갔던 이들...
그런 비참한 삶도 부족했는지 억센 백인들의 손아귀에 잡혀 고향을 등져야 했고,
이름도 없이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노예로 팔려간 순간부터 그들은 더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부리는 짐승 그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온갖 수모와 모욕이 그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고 마음은 점점 일그러져 갔습니다.
행복, 소망, 사랑은 이들에게는 사치스런 단어였습니다.

팔리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만나는 장소...
노예 시장은 그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물원의 원숭이 모양으로 서 있다가
누군가에게 선택되면 그의 노리개가 되는 것입니다.

그 노예 시장에 한 흑인 소녀가 서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에 팔려다니면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흔적이
그의 굳은 얼굴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소녀의 눈은 전투에 임하는
군사처럼 기세등등했고, 누군가 건드리기도 하면 폭팔할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때 한 노신사가 그곳에 왔습니다.
신사는 그곳을 조용히 한번 죽 둘러보았습니다.
한 발자욱 한 발자욱 조심스럽게 거닐던 노인의 발이 그 소녀 앞에서 멈췄습니다.
그리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 소녀를 내가 사겠소!"

"아! 이 애요. 그렇죠 몸종으로 쓰기에는 튼튼한 편이죠"

노예 상인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노신사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상인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노예 상인은 만족한 얼굴로 소녀를 풀어주었습니다.

"자, 이제 너는 내게서 벗어났다.
물론, 이 어른의 종인 것은 잊지 말아라!"

소녀는 노예 상인을 증오에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면서 침을 탁 뱉았습니다.

"아니 이년이! 어디에다가..."

채찍을 든 노예 상인의 손이 올라갔고 곧 내려치려는 순간,
신사의 지팡이가 가로막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자네의 종이 아니네. 이 아이는 내 것이잖아?"

신사의 말에 상인은 주춤했고, 그 틈을 타서 신사는 아이를 얼른 데려갔습니다.
신사의 도움으로 매를 피했지만 소녀의 증오를 삭힐 수는 없었습니다.
소녀는 증오의 화살을 신사에게로 돌렸습니다.

"이 영감탱이야,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해!
이제 지긋지긋하다. 나를 차라리 여기서 죽여라!"

소녀는 주먹짓까지 해가며 욕을 퍼부었지만,
노신사는 아무 말없이 걷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길 모퉁이를 돌아서더니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애야, 네 갈 길로 가거라."

신사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소녀의 표정이 순간 달라졌습니다.
당황한 얼굴로 신사를 바라보는 소녀를 향해 신사는 더욱 인자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네 맘대로 어디로든 가렴... 너를 풀어주겠다.
이제 너는 자유의 몸이야. 그 동안 얼마나 고생했니..."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부드러운 노신사의 얼굴 앞에서 소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한 동안 침묵이 흐른 후 신사가 등을 돌리고 가려고 하자
소녀는 당황하며 신사의 바지를 붙잡았습니다.

"주인님, 저를 데려가세요.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저는 주인님의 종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저를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준 적이 없어요. 흑흑흑..."

소녀는 울먹거리다가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새 신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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