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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든 감찰보고서든, 내용의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 


연말에 청와대가 난리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청와대와 언론의 한판 승부를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을 담은 ‘청와대 감찰보고서’가 순전히 ‘루머’고 여기저기 찌라시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하며, “비선이나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몰아가는” 언론보도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지금까지 청와대 인사 참사는 정상적인 인사가 아니라, 비선의 실세가 개입했다는 설이 오래전부터 설왕설래했었다. 이것과 연관을 시킨다면 ‘비선 실세’와 ‘문고리 권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언론의 추리도 무리가 아니다. 가뜩이나 경제문제로 어려운 나라에서 이런 문제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에 대해 누가 잘못인지 국민들은 보고 있다.

가령 예를 들어, 남녀 간에 강제키스에 대해 법원의 판결은 남자가 강제로 여자에게 키스를 하다 혀가 물렸다면 여자는 무죄고, 여자가 남자에게 강제키스를 하다가 혀가 물렸다면 유죄가 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 헷갈린다. 즉 청와대의 정식 감찰보고서에 담긴 국정농단 의혹은 있을 수없는 찌라시라고 결론을 내린 것과 대통령의 지시로 수사를 하는 검찰이 과연 옳은 판단이 나올까.

또한 청와대는 감찰보고서를 유출한 사람과 언론에 대해 검찰에 고소하고, “검찰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를 하라”고 했다. 즉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꼴이 된다. 추측컨대 검찰은 문건 유출을 한 사람과 언론에 대해 수사만 하지, 그 이외의 문제에 대해선 수사하지 못하도록 설정한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청와대 문건 유출자와 그 문건을 언론에 공개한 사람만 잡아다 기소를 하는 선에서 수사가 끝난다면,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시 말해 남자 여자에게 강제키스하다 혀가 물리면 여자는 무죄다. 그러나 여자가 남자에게 강제키스하다 혀가 물리면 남자는 유죄라는 식의 판결이 나온다면 이것 또한 형평성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태 인식은 독단과 불통, 안이함에 곳곳에 베어난다. 숨은 실세와 문고리 권력 등의 국정농단은 ‘루머’로 치부하고, 감찰보고서를 찌라시 수준으로 취급하는 것은 애초부터 청와대는 ‘감찰보고서’를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채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판단을 내린다면 오히려 의혹만 커질 뿐이다.

우리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감찰보고서’의 유출이나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아니라. 감찰보고서의 내용인 것이다. 즉 숨은 실세가 누구이며, 그가 국정에 개입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이 ‘문고리 3인방’을 만나 어떤 지시를 했으며, 어떤 인사를 추천해 인사개입을 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청와대 문건 유출이 심각한 ‘국기문란’이라면 올해 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마땅히 후속조치를 했어야 마땅하다. 당시에 엉뚱한 사유를 붙여 공직기강비서관을 사퇴시키는 것으로 슬쩍 묻었다가, 언론 보도가 나오니 난리법석을 떠는 것도 석연치 않다. 왜 박 대통령은 영원히 비밀주의로 가고자 하는가.

문건 유출과정에서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씨 세력의 ‘권력암투’가 개입되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매사 일처리를 이런 식으로 불투명하고 비밀주의 빠져 있으니, ‘정윤회 국정농단’ 같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 대통령은 지금 바쁘다. 침체된 경제문제, 남북문제, 공무원 연금문제 등 산적한 국정이 기다리고 있다.

검찰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청와대에서 이런 파문에 연루된 인사들을 하루속히 정리하고 국정에 매달려 주기 바란다. 산께이 신문 보도도 그렇고, 설훈 의원의 연애설도 그렇고, 왜 이런 잡스런 얘기가 나오게 만드는 토양을 만들어 가는 지, 그 원인부터 파악하여 정리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바쁘다. 아니 바쁘게 돌아가야 한다.

<관련 기사 : 정치면 4 면 >


975-사설 사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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