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금요일, 무결점 드라마 '스파이'가 안방 독식해
KBS 새 금요 미니시리즈 '스파이'가 지금껏 선보인 적 없는 진한 가족애와 스릴 넘치는 첩보전을 동시에 담아내며 강렬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KBS 새 금요 미니시리즈 ‘스파이’ 1회는 탄탄한 극본과 세련된 연출, 배우들의 호연, 신선한 장르, 파격 편성 등 5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무결점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기분 좋은 첫 인상을 남겼다.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와 한 편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영상들,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금요 미니시리즈’ 첫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었다.
무엇보다 이 날 방송에서는 냉철한 국정원 요원으로 완벽 변신한 김재중과 전직 스파이맘으로 등장한 배종옥을 비롯해 카리스마 갑(甲)의 포스로 다시 돌아온 유오성과 상큼발랄한 매력을 드러낸 고성희의 활약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4인방의 활약이 기대감을 더욱 상승시켰다.
먼저 김재중은 첫 장면부터 가족에게 국정원 요원의 신분을 숨긴 채 작전에 임하는 천재 엘리트 요원 선우의 모습을 임팩트 있게 담아냈다. 심각한 작전 수행 중에도 엄마 혜림(배종옥)에게 천연덕스럽게 정체를 숨기는 거짓 전화를 하는가하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실에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혜림에게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감췄던 것.
반면 부상 이후 분석팀으로 이동했지만 자수를 하겠다고 나선 남파 간첩 조수연(채수빈)과 접선에 성공하는 등 ‘에이스 요원’다운 면모도 발산했다. 일할 때는 무표정의 냉소적인 선우지만 엄마 박혜림(배종옥) 앞에서는 애교 많은 아들로,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는 로맨티스트 남자친구로, ‘차도남’과 ‘따도남’을 오가는 매력으로 여심을 장악했다.
배종옥은 ‘스파이’였던 과거를 숨긴 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평범한 가정주부 혜림 역을 맡아 자상함과 날선 눈빛을 오가는 극과 극 반전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깔끔한 앞치마를 챙겨 입고 가족들 수발에 열의를 쏟던 혜림이 갑자기 나타난 과거 직속상관이었던 황기철(유오성)에게는 현란한 ‘나이프 액션’을 선보였던 것. 가족들에게 정체를 밝히겠다는 기철의 협박에 지하철역에 폭탄이 든 가방을 두고 나오다가도, 폭발물에 놀라 울어대는 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주는 등 ‘전직 스파이맘’의 예사롭지 않은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며 심상찮은 행보를 예고했다.
반면 혜림과 격렬한 신경전을 펼치며 살벌한 재회를 한 황기철 역의 유오성은 극강의 카리스마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냉혈한 공작조직 총책임자 기철은 선우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배신하고 떠난 혜림을 찾아가 가족을 미끼로 위협을 가해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흔들림 없이 서슬 퍼런 눈빛과 감정을 배제한 듯 무미건조한 말투, 얼굴 한쪽에 아로새겨진 화상 자국이 더해져 ‘악역 본좌’ 유오성의 진가를 고스란히 발휘했다.
이와 더불어 고성희는 남모를 아픔을 간직한 이윤진으로 등장해 묘한 청순미를 뿜어냈다. 본인을 탐탁치 않아하는 선우의 엄마 혜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비롯해 선우를 걱정하는 달달한 로맨스를 펼쳐내면서도 설핏설핏 비밀스런 눈빛을 드리워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한국 유로저널 노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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