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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01:51
내가 만난 진짜 무서운 사장님
조회 수 2701 추천 수 0 댓글 0
최근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도
그렇고, 우리는 종종 회장님, 사장님들이 벌이는 눈살 찌푸려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접하게 된다. 내가 설립한 혹은 내가 소유한 내 회사이니 회사나 직원들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 마치 자신을
회사라는 왕국의 왕 정도로 착각하고 벌이는 그들의 만행은 이렇게 표현해서 죄송하지만 그야말로 양아치 근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직원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벌벌 기는 모습에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착각하면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렇게 인품이 돼먹지 못한 오너들은 더욱 우스워 보일 뿐인데, 정작 당사자들만 그 사실을
모른다. 아마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을 통해 이러한 돼먹지 못한 오너를
향한 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 파악이 되었으려나... 가만히 살펴보면 이렇게 돼먹지 못한 양아치 근성을 지닌 사장님들은 대개 두 부류인 것 같다. 한 부류는 부모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교육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물려준 경우.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명문대학 졸업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인품과 회사 경영자로서의 바른 품성을 얘기한다. 두 번째 부류는 본인이 자수성가를 했지만, 쓸데없이 운이 좋아서 너무 쉽게 큰 돈을 번 경우다.
보통 어렵게 자수성가를 해서 성공하신 분들은 본인이 고생을 해봤고 밑바닥부터 모든 과정을 거쳐왔기에 대부분이 인품이 좋은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끔 별 고생도 없이 쉽게
큰 돈을 만지게 된 사장님들이 문제다. 이런 두 부류의 오너/사장님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사람 귀한 줄 모르고 꼴불견을 선보이는데,
앞서도 언급했듯 회사의 직원들이야 (실제로는 그들 또한 속으로는 꼴불견 오너/사장님들을 경멸하더라도) 그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벌벌 떨지 몰라도, 이런 양아치 근성을 지닌 오너/사장님들은 사실 무서운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멍청한 사람들에 더
가깝다. 그들은 누군가로부터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존경과 그 존경을 넘어선 진짜 두려움을 얻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들로부터 작은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으려는 이들이 형식적으로 그들에게 충성된 시늉을 하는 것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면서, 그러나
그런 유치한 왕놀음을 바라보는 조롱에 가득 찬 세상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니 그들은 멍청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정말 무서운 오너/사장님을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이었다. 이미 런던에서 테이크 어웨이 체인점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둔 한국인 사장님이 런던 시내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개업 기념 행사에서 연주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사장님과 아무런 인연도 없고, 이 연주는 나한테 정식으로 들어왔던 연주도 아니었다. 당연히 나는 이 사장님의 얼굴도 모르고, 이 사장님에 대해 그저 런던에서 자수성가하여
성공한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었다. 당시는 매서운 바람이 쌀쌀했던 1월, 개업 기념으로
할인 행사를 했기에 손님들이 미어터졌고, 내가 연주한 날은 토요일 저녁이었으니 추운 날씨에도 레스토랑 바깥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그 긴 줄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 참 춥겠다.”하면서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려는데, 알고 보니 그 긴 줄을 선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그 사장님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가족까지 데리고서. 그러니까 그 레스토랑을 소유한 사장님이 토요일 저녁
식사를 하러 가족과 함께 자신의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추운데 바깥에서 다른 손님들이랑 똑같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 나는 그 사장님이 참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서움이란 정말 어떤 공포를 자아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야말로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레스토랑에서 한참 연주를 하던 중 그 사장님은 드디어 순서가 되어 입장을 했고, 입장해서도 일반
테이블에 앉아서 평범하게 식사를 마치고 떠났다. 편안한 옷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행색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레스토랑 종업원들이 실제로 사장님을 뵌 적이 없었는지는 몰라도, 아무도 사장님을
알아보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사장님도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떠났으며,
연주자인 나에게조차 간단히 목례만 전했을 뿐이었다. 아마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의 주인공이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그 대답은 너무나 뻔한 것이기에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겨본다. 어쩌면 그냥 별 것 아닌 한 번의 목격담으로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날 그 사장님이 보여준 모습은 평소 우리가 보게 되는 사장님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특히 조금이라도 우월한 입장에 서게 되면 티를 안 내고서는 못 견디는 우리 한국인들의 습성을 고려해볼 때, 상당히 특이한 경우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그 사장님의 소식을 우연히 접했는데 연 매출이 천억 원을
돌파했고 미국에까지 사업이 진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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