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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5.02.02 03:34
최지혜의 예술칼럼 (4)그림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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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림 값은 도대체 어떻게 정해지나요?", "도대체 누가 어떻게 그림 가격을 정하나요?" 아트 컨설턴트인 나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의 가격은 첫째 '작품의 미술사적 위치', 둘째 작품의 질적 수준이나 상태, 섯째 이전에 비슷한 작품이 거래된 가격, 넷째 작가나 작품의 인기나 호응 공감의 정도 등으로 산정된다.
즉, 그림 가격은 미술사가나 평론가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대략 전에 팔린 가격을 기준으로 작품의 질이나 상태, 그리고 최근의 시장 동향을 참조하여 가이드 라인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서구 미술시장에서는 이와 같이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인 경매 회사의 담당자들이 소장자들의 기호 변화와 미술시장의 근황을 읽고 최종적으로 그림 가격을 결정한다. 때로는 작가의 인기나 공감도가 제 일 순위로 그림 가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미술사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면서 서구의 미술 시장에선 근대와 현대의 작가들에게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용인가 세계용인가에 따라 그 가격과 위상이 다르다. 예를 들어 초대 영국 로얄 미술 아카데미 원장으로서 영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조수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의 그림은 영국과 영연방 나라에서는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영국 문화권 밖에서는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도 바로 세계 미술사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의 일반적 보편 가치를 획득하여 지역성을 넘어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그림 각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과거에는 '현대화랑'이나 '선화랑' 같은 대형 상업 화랑 경영자들이 그림 값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거의 값을 결정했었다. 현재도 서구 미술 시장과는 달리 '미술사적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감성적 가치'을 가장 높이 생각하여 가격을 측정하고 있다. 즉, 한국 그림 가격은 공감과 감정이입,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감성적 가치로 기본 가가 결정이 되고, 둘째로 미적 가치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판단되며, 셋째 그것의 문화사적 가치와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가에 따라 변동된다.
이에, 한국에서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와 같은 화백의 그림이 세계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다시 말해,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를 높이 평가하는 서구 시장에서는 한국적 정서의 한국적 감성적 가치를 한국에서만큼 인정해 주지 않고, 단지 일반적 미적 가치(아래 그림의 미적 가치 b)만을 인정해 줄 뿐이다.
도대체 한국적 감성적 가치란 과연 무엇일까? 왜 한국적인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헷센(J.Hessen)은 가치를 크게 형식적 관점과 실질적 관점에서 분류하는데, 실질적 관점에서는 감성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로 구분했다. 그리고 감성적 가치를 쾌락가치, 생명가치, 이용가치로 구분하고, 정신적 가치는 논리적 가치, 윤리적 가치, 미적가치, 종교적 가치로 나누었다. 이 중, 감성적 가치는20세기부터 글로벌 시대 집단화 과정 속에서 정체성과 개별성을 찾는 것이 중요시되고 화두가 되면서 급부상한 가치다. 예전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고 말할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매스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남들과 차별화된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 되면서 개인의 감정과 경험에 충실해졌다. 따라서, '감성디자인', '감성브랜딩','감성마케팅 ' 이라는 말들이 생기고 이제까지 개인이 가지지 못했던 감정과 경험에 충실한 개인화된 관계의 차원을 고려해야 할 만큼, 감성적 가치는 문화 산업과 문화 경제의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즉, 현재 영화 산업 등 대중 문화의 평가 및 인기 혹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경제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감성적 가치로 매겨진 한국 그림 가격이 왜 서구 미술 시장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의 연예인 매니저와 대형사와 방송사 PD와의 결탁으로 순위조작이 이루어지는 것, 출판계에서 베스트 셀러를 만들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행위, 신문사의 출판 도서담당자와의 향응 및 거래, 그리고 자사 잡지 등을 통한 지면 전략으로 평론가를 독점하여 집중 띄우기로 키우는 행위 등 온갖 부정적인 전략들이 미술계에서도 일어났다. 특정 화랑의 주인 P씨에 의한 그림의 호당 가격 형성이 바로 전 근대적이고 슬픈 한국 미술 문화계의 현실이다. 학력, 수상경격, 사회적 관계(미디어플레이, 화랑과의 관계 등) 등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등 미디어계와의 부정적인 결탁과 내부 거래가 그동안 미술 문화에 대해 대중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기도 했다.
또한 한국 미술사도 제대로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 미술사적 가치로 평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미학을 연구했던 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김원용박사나 안휘준 박사 등과 같은 미술사가들은 한국의 미를 단순미, 소박미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일본의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의 미를 설명한 것을 따라한 것일 뿐, 한 민족의 미학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미, 소박미는 세계의 모든 나이브아트에서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한국 미술사의 부재속에서 변칙적이고 부정적인 행위들이 정상적인 문화 발전을 저해하고 실력있는 사람들을 키우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 뿐 아니라, 저급한 형태의 ‘감성적 가치’를 형성하여 결국 한국 문화산업시장의 황폐화를 가져오고 말았다. 유명한 영국 소설 해리포터의 작가가 벌어들인 돈은 한국 대기업 1년 매출을 웃돌고, 오즈의 마법사에 의상의 일부로 사용된 구두는 지금 한국 작가 최고의 순수미술가인 박수근 화백 그림값의 거의 두 배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연이 일어난 것일까? 미디어(언론, 방송) 영상제작, 패션, 출판, 음악, 비추얼 아트(순수미술 및 기타 시각적 감각에 의존하는 장르) 게임 등을 통 털어 창조문화산업(Cultural & Creative Industry)이라고 한다. 이러한 창조 문화산업의 객관적인 지표와 분석은 단지 우연한 인기나 바램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산업적으로 분석하여 그 원인과 영향력을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다. 문화 창조 산업에 종사하는 예술가나 기획자 혹은 매니저 및 관리자들은 감성적 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두 요소, 즉 공감(sympathy)과 소통(communication)의 개념을 바로 이해하고 개별 문화, 고유 문화(한국 문화)와 전체 문화, 보편문화(세계문화)에 적용되는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고유 문화 시장의 변화를 바로 인식하고 세계문화시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여 자기의 스타일에 맞는 전략 전술을 개발하여 무한 경쟁력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력이 투명하게 보장되지 않고 연고나 결탁 등과 같은 부정 부패한 방법들이 통용되는 한, 창조 문화산업으로서의 후진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시민의 올바른 정보를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민 문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문화가 개방화되고 국제화가 되면, 한국인의 미의식이나 미적 가치관도 변화할 것이고 미술 시장의 변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한국미술사의 정립 또한 차차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한국 미술시장이 개방되고 국제화된다면, 한국 화가들이 형성했던 가격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게 될 것이다. 최지혜, 미술컨설턴트, 유로저널 컬럼니스트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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