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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살 무렵 어느 날 꿈을 꿨어


인간에 대한 예를 갖고 폭넓은 소통과 교감의 능력을 갖는 것, 이에 정비례하여 자기 능력을 개발하고 맞추어 나가는 사람이 자기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또한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정한 나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가 김수자(1957-)가 이 과정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자아를 찾아 끊임없이 떠나는 보따리여행자 김수자는 1983년 바느질할 때였어요. 천을 바늘로 찌르는 순간, 천과 바늘과 내 관계 속에서 어떤 강렬한 결속을 느꼈어요. 우주의 에너지를 느꼈어요. 이어진 작업들은 명상과 치유의 작업이었죠. 우주의 에너지와 내 몸의 에너지, 그 모든 것들이 바늘 끝으로 통하는 것을 느꼈어요"라고 했다.


하나의 독립 개체인 미술 작품과의 진정한 교감은 다른 사물과는 달리 오감을 통한 감성 작용, 지식을 통한 지적 작용, 그리고 지각을 통한 인식 작용과 같은 혼합작용을 통해 가능하다. 김수자는 자신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유의 흐름속에서 인간의 얽힌 삶을 표현하기 위해 바늘이불천보자기보따리 등을 통해 우리의 예술에 대한 깊은 사유와 감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인도어로 ‘바늘’이라고 하는 그의 이름 ‘수자’처럼, 그는 유목민처럼 전세계를 떠돌며 바늘이 되어 지구상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인간에 대한 애정을 통해 연결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소품인 보따리 작업이불보 설치작업그리고 작가의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한 비디오작업을 통해 소통과 관계의 문제, 시간성,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노마디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탄생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예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 대표적인 현대미술전시 단체전에 초빙 전시되었던만큼 휘트니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스위스의 쿤스트 뮤지엄 베른, 파리 시청과 리옹 현대미술관, 뒤셀도르프의 K21, 도쿄 현대미술관, 후쿠오카미술관, 시에틀의 빌&메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 등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영감은 도둑처럼 찾아오죠.어느 순간 머리를 탁 치면서.선적 깨달음의 순간과 같다고 할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결정적인 모멘트.빛이 한순간 뜨는 것 같아요. 자다가 놀라 깬 적도 많습니다. 스물세 살 무렵 어느 날 꿈을 꿨어요. 한강변 언덕바지에서 강을 내려다 보는데 시선이 강물 내부로 줌인되는가 싶더니 물속의 돌들이 굴러서는 먼지로 바뀌고 또 물로 바뀌는 거예요. ,돌과 물이 하나로구나. 그런 생각이 종처럼 머리를 치는 순간 화들짝 잠에서 깼죠.그때 그 충격이 지금까지도 강렬해요. 내 작업이 그때 꿈의 연장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 떠나는 그녀의 꿈의 연장 작업들, 그 중 ‘떠도는 도시들: 보따리 트럭 2727㎞’(1997)김수자라는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스스로 들뢰즈의 노마드가 되어, 트럭에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보따리 꼭대기에 앉아 그간 살아왔던 전국의 마을과 도시를 따라 11일간 2727㎞를 이동한 기록한 작품으로, 세계적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후한루의 기획으로 베니스에서 열린 전시 ‘떠도는 도시들’에 출품됐었다.


‘보따리’ 살아온 도시를 따라 11일간 2727㎞ 이동한 기록..jpg

‘보따리’ 살아온 도시를 따라 11일간 2727㎞ 이동한 기록.


이어 ‘바늘여인’(19992001) 시리즈에선 스스로 바늘이 되어 관객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런던, 카이로, 뉴욕, 도쿄, 상하이, 멕시코시티, 델리 등 세계 8개 대도시 군중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바늘 여인은 부동의 자세로 꼿꼿이 30여분간 서 있다.

처음에는 마주 오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부딪치지만, 후에는 내적인 평온을 찾고 새로운 각성에 도달하게 된다라고 말하면서 소통과 교감의 과정을 몸소 보여주었다. 만물이 흐르고 변화할 때 오로지 주체는 자신임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바늘여인’ 스스로 바늘이 돼 세계 8개 도시 군중 속을 ‘관통’. (1).jpg

‘바늘여인’ 스스로 바늘이 돼 세계 8개 도시 군중 속을 ‘관통’.


“‘보따리’가 삶의 한가운데 놓인 내 몸뚱어리를 돌아보는 것, ‘바늘여인’이 바늘의 차원을 추구하는 작업이었다면, ‘실의 궤적’은 실의 뿌리를 찾는 여정이다라 하면서 다음으로, 페루 마추피추, 타킬레 섬마을에서 직접 실을 자아내 옷을 짓는 원주민 여인네들의 일상과, 벨기에·크로아티아 등지의 레이스 짜기 전통을 보여주는 영상인 ‘실의 궤적’(20102011) 2부작를 선보였다. 각 문화권의 얽히고 설킨 인간 세계를 그의 말처럼 우리 몸의 연장인 날실과 씨실의 교차로 표현했다.


‘실의 궤적’ 각 문화권 삶의 모습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jpg

‘실의 궤적’ 각 문화권 삶의 모습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


김수자의 작품속에는 무질서한 자연에 대립한 질서로서의 수평, 수직의 구조수직, 수평의 구조들이 있다. “세계의 구조를 수직과 수평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2차원 평면에서 보여줄까, 그리고 자아와 대상, 즉 캔버스를 어떻게 일체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했어요나중에 제 작품에서 다양하게 발전해나갈 음양의 에너지를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선들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인간의 오감과 정신, 내면 심리함축하고 있는 이 구조는 고대미술과 원시공예품에서부터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수직, 수평 시스템의 기하추상, 미니멀 회화 격자구조에 이르기까지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예술심리학에 따르면, 예측불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의 불안을 통제하고 그것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치유 본능적 의도에서 파생된 결과라고 한다.


이불을 꿰매는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묻어두었던 숱한 기억들과 아픔, 삶의 애정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김수자의 작품은 본능적 힐링을 통한 삶이 직조되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며 분열되고 나뉜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세상과 교감을 하고 있다.   


호흡에 의해 우리 삶은 계속 직조되는 게 아닐까요?...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엮어나가서 어떤 종합성(totality) 같은 것에 도달하는 것을 원하죠”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이름의 웹사이트(www.kimsooja.com)을 열어 세상과의 직접적인 소통 통로도 열어 놓고 있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을 위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노마드의 길은 어떤 것일까? 이것이 궁금하다면, 김수자의 즉물적 통찰을 통한 자아와 세계의 발견과정이 어떻게 진화, 심화되는지를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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