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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스위스 연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해, 그리고 스위스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은 각 국가별로 장인정신과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 상품이 있기 마련인데, 스위스의 경우는 칼과 시계가 그렇다. 스와치로 대표되는 스위스의 시계 산업, 그리고 흔히 맥가이버칼이라 불리우는 스위스 군용 칼은 여전히 스위스가 자랑하는 대표 상품이다. 특히, 이 스위스 군용 칼은 그 역사가 무려 130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새삼 그 전통과 명성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그렇게 100년이 넘는 전통과 장인정신이 담긴, 그래서 그 제품을 보면 누구나 한국을 떠올릴 만한 대표 상품이 등장해줘야 할텐데. 그저 유행을 타는 산업과 제품에 반짝 투자하여 단기간의 이익만을 좆아서는 그렇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품이 탄생되기도 어렵고 또 100년이 넘도록 유지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마터호른산을 구경하기 위해 체르마트로 가는 길, 기차 안에서 스위스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스키복에 스키 신발을 신고서 스키를 둘러맨 청소년들, 대화를 나눠보니 16살이라고 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대학교와 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스위스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개념으로 9년까지만 의무적으로 동일한 학교 교육을 받고 나면 이후에는 기술을 배워 실무 경험을 쌓는 과정이나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 중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만났던 친구들 중 한 명도 기술 과정을 택했는데 벌써 그 기술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비록 적은 수준이지만 급여도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타러 다니는 16살 청소년이라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너 만한 애들이 밤 늦도록 학원을 전전하고, 대학 입학 시험을 망쳐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단지 대학교 졸업장을 얻기 위해 굳이 관심도 없는 전공을 택해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얘기를 들려준다면 과연 그는 납득할 수 있었을까?

 

모두가 다 명문대학에 진학해서 모두가 다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려는 사회, 그래서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말아야 하는 이들도, 또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될 수 없는 이들도 모두가 다 그렇게 떠밀리듯 무의미한 경쟁에 내몰리며 사회의 잉여 세력으로 전락하는 한국 사회가 유난히 아쉽게 떠올랐다.

 

물론, 스위스 청소년들이라고 모두가 다 고민도 없고 모두가 다 행복한 것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진정 유익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는 선택의 권리가 그들에겐 있고 우리 한국 청소년들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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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즘이 스키 시즌이어서 이번 스위스 방문 중 유난히 스키를 둘러맨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는지, 그렇지 않더라도 스위스에서는 스키 말고는 별로 즐길 거리가 없어보였다. 스위스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취리히인데도 식당도 많지 않고 극장이나 오락 시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살고 있는 교민에게 도대체 스위스 사람들은 뭘 하며 노느냐고 여쭤보았더니 이 사람들은 그냥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 별로 놀지를 않는다고 하신다. 게다가 물가는 정말 지금까지 가본 곳 중 가장 비쌌다. 퐁듀 같은 특별한 음식이 있긴 하지만 먹을 거리도 너무 없고, 그러면서 값은 정말 비쌌다.

 

이렇게 잠시 방문객으로 스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것은 괜찮지만, 만약 거기서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면 솔직히 정말 심각하게 고민이 될 것 같다. 한국에 비하면 이곳 영국도 별로 재미 없고 먹을 것이 없는 곳인데, 스위스는 그런 영국보다도 더 재미 없고 먹을 것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스위스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중 선진국이다. 아닌 게 아니라 스위스 사람들도 그런 자부심이 상당했고, 자신이 스위스인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하다는 증언(?)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스위스 사람들은 이방인 방문객들에게는 너무나 친절했지만, 이민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해보니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 이들은 외국인들이 스위스를 방문하여 돈을 쓰고 스위스를 즐기다가 가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스위스로 이민을 와서 정착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민자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과거에 비해 외형적인 부분은 물론 전통적인 가치마저 많이 훼손된 영국의 사례를 보면 그렇게 이민자를 경계하는 스위스 사람들이 얄미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이와 함께, 중립국으로서 적을 만들지 않고, 또 전 세계 악당들의 금융 거래를 돕는(?) 스위스의 은행들을 보면서 스위스를 영리하다고 해야 할 지 영악하다고 해야 할 지 헷갈린다.

 

스위스 그리고 스위스 사람들, 그들을 좀 더 경험해보기 위해 언젠가는 꼭 스위스를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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