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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말라 ‘물을 한 잔 마셔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마음이 몸을 부려서 물잔과 물 주전자 있는 곳으로 두 발로 걸어가서 한 손에 ...

by 유로저널  /  on Jun 30, 2009 20:04
목이 말라 ‘물을 한 잔 마셔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마음이 몸을 부려서 물잔과 물 주전자 있는 곳으로 두 발로 걸어가서 한 손에 물잔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주전자를 기울여 물을 물잔에 부어서 물잔을 입에 가져가서 물을 마신다. 오늘 하루를 지낸 것도 이와 같이 마음먹고 마음먹은 대로 몸을 부려서 실행하는 것의 연속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삶을 살아온 것도 마음먹고 몸 부려 실행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것도 모두 마음이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온몸의 촉감으로 느끼는 것이 모두 마음이 몸을 도구로 써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삶을 사는 것은 마음(의식)이 사는 것이다. 몸은 마음의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의식이 없는(마음이 작용하지 않는) 식물인간은 한 인간으로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물질에 불과한 몸이 목숨이 붙어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의 마음세계를 지어놓고 그 마음세계에 갇혀있다. 온 세상(하늘, 땅, 천체)을 마음에 담아놓고 또 태어나서 살아온 삶(삶의 배경, 사연, 인연)을 모두 마음에 담아놓고 있다. 오감(五感)으로 인식하는 순간 인식한 것을 마음에 담는다. 눈을 감고 고향을 떠올리면 고향이 사진처럼 떠 오르고 초등학교 건물도 중학교 건물도… 살아온 장소가 모두 떠오른다. 또 관련된 모든 인연과 사연, 그 때의 감정과 느낌, 일어난 마음 모두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것은 사진기로 사진으로 찍어 필름에 담듯이 오감으로 찍은 것을 ‘마음’에 담아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마음’이 보고 아는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감으로 인식한 것을 모두 찍어 담아놓았다. 지금 이 순간도 찍고 있다. 눈을 감고 이제 막 있었던 사연을 떠올려 보면 장소와 같이 있었던 사람과 나 자신을 어느 틈에 찍어서 마음에 담아놓은 것이 보인다. 이것이 ‘사람이 지어놓은’ 마음세계이다.

사람이 오감으로 찍어서 담아놓은 것은 모두가 허상(虛像)이다. 실제의 고향은 저 멀리 있는데 내 마음에 있는 고향은 찍어놓은 사진이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오래지만 마음에는 생전의 모습대로 찍혀있다. 허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허상에 매여서 벗어날 수가 없다. 또 허상은 없는 것이어서 생명이 없다. 꿈꾸고 있을 때는 꿈 속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살아있다고 생각되지만 꿈을 깨고 보면 울고 웃던 사연도, 나도, 없는 허상(虛像)이듯이 마음세계를 지어놓고 살아온 삶과 ‘나’는 없는 허상이고 생명이 없는 것이다.

삶은 마음(의식)이 사는 것인데 그 마음이 죽어있다. 깨어있지 못하다. 죽어있는 의식에서 깨어나야 사는 것이다. 사람이 지어놓은 마음세계를 다 없애고 그 마음세계에 갇혀서 살아온 ‘나’마저 다 없애면 허상세계(虛像世界)를 벗어나 허(虛)의 존재에서 실(實)의 존재로 거듭나 실상세계(實像世界)에 산다. 실상세계는 영원한 세상, 완전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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