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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원의 건축문화 칼럼 4
영국은 지금 변화하고 있다

템즈강 중앙을 가로 지르는 두 개의 보행 친화적 다리- 밀레니엄 다리와 골든 쥬빌리 다리


런던에 보행 친화적인 거리를 만들자는 계획은 벌써 32 년 전부터 시작됐다. 1977년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는 실버 쥬빌리 (Silver Jubilee) 행사에 때 맞춰 고안된 쥬빌리 워크웨이(Jubilee Walkway) 가 바로 그것이다.



길거리 바닥에 쥬빌리 워크웨이 사인

 



쥬빌리 워크웨이 안내도


쥬빌리 워크웨이는 시내의 관광 명소들과 역사적 장소들을 따라 걷기 쉽게 연결해서 런던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런던시가 전략적으로 디자인, 관리하고 있는 6개의 노정 중에 런던 타워부터 레스터 광장까지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에 위치하고 있는 루트이다.



역사의 축 선상의 밀레니엄 브리지

 


흔들리는 다리라고 닉네임이 붙은 밀레니엄 다리


이렇듯 보행자 우선을 중요시하는 정책을 과시라도 하듯 런던에는 최근 두 개의 보행자 친화 다리가 건설 되었다. 그 중 하나가 공모전을 거쳐 포스터 앤드 파트너쉽과 아룹 (Arup) 이 설계한 밀레니엄 브리지이다. 사실 시내 중심의 템즈강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교량 건설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는데 마침내 2000년 6월 10일 새천년을 기념해 밀레니엄 브리지가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시민에게 공개됐다. 하지만 퍼블릭의 큰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않은 심한 흔들림으로 단 이틀 만에 폐쇄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고 거의 2년 가까이의 동요 제거 시술을 통해 2002년 2월 재 오픈 됐다. 이렇게 한 세기라는 오랜 기간의 적막을 깨고 세워진 이 다리는 현대 공학의 위대함을 등에 업고 건축적으로도 물론 많은 후레쉬 세례를 받았지만 그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을 끈 주 원인은 세련된 외관, 스틸과 알루미늄 데크라는 비싼 재료들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바로 시티에 처음으로 디자인된 인도 전용 다리였기 때문이다. 325미터 길이에 4미터 폭으로 강을 가로질러 세워진 밀레니엄 다리는 한 번에 5천명이 다리 위에 서 있어도 안전하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양 쪽 뚝에서 약 백 미터 떨어진 지점을 두 개의 교각으로 들어 올리고 8개의 매달린 케이블에 의해 이천 톤의 힘으로 양 뚝을 향해 잡아 당기는 팽팽함으로 다리가 지탱된다.

런던 타워에서 시작된 쥬빌리 워크웨이는 북쪽의 시티지역을 지나 남쪽의 재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던 뱅크사이드 지역까지 밀레니엄 브리지라는 연결고리로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런던 시민들과 여행객들은 17세기에 지어진 세인트 폴 성당에서부터 버려졌던 화력 발전소에서 이젠 세계적인 현대 미술관으로 탈바꿈 된 테이트 모던까지 편리하게 건너게 됐다. 세기의 역사의 현장에서 후세에 또 다른 하나의 역사의 현장이 될 장소로의 시간 여행을 걸어서 즐기게 된 것이다.

 



17세기의 고전적인 건축양식과 21세기 현대 공학기술의 대조가 흥미롭다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명명된 골든 쥬빌리 브리지

또 다른 하나는 한 때 살인 사건의 현장이기도 했던 철골 트러스 철도 양쪽의 좁고 위험했던 인도교를 대체한 헝거포드 (Hungerford) ¬¬¬¬인도교가 바로 그 것이다. 지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년을 기념해 2009년 골든 쥬빌리 (Golden Jubilee) 다리라고 명명되었다.




2002년 완공된 헝거포드 인도교의 밤 풍경

골든 쥬빌리 다리는 밀레니엄 다리보다 공사면에서 훨씬 더 복잡했던 공사였다. 왜냐하면 기존의 차링 크로스 철도의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사가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는데 건축가인 리프셔츠 데이비슨 (Lifschutz Davidson) 과 엔지니어 WSP Group의 꾸준한 상호 협력으로 몇 번의 수정을 거치긴 했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 공사와 더불어 진행된 주변 공공 시설과 강변 공간 의 개선은 결국 6개의 시민상 수여라는 기록을 세우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요즈음 보행전용다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고 벌써 건설 또한 한창이다. 분명 한강의 폭은 1킬로 이상으로 대략 300미터 정도인 템즈강 하고도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강 어귀까지의 보행친화적이고 쾌적한 보도건설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 고려 되지 않는 한 한강 위에 인도 전용 다리 건설은 단팥빠진 호빵이 될 우려가 있다. 한강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연구가 선행돼야 비로소 우리 나라 지형과 기후에 걸 맞는 우리만의 독특한 다리가 나올 수 있고 그런 시도가 바로 한국을 세계 건축 문화의 선봉에 서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영국에선 쥬빌리 워크웨이라는 보행친화적인 거리에 대한 사업이 장 기간에 걸쳐 먼저 진행됐고 최근의 인도전용 다리는 단지 그 거리의 연장일 뿐임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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