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예술칼럼 (23)
모든 답은 나에게 있다
우주의 신비스러운 떨림에 도전하는 예술가전 1/2 안토니 곰리
"우리는 3만년 전에 살았던
크로마뇽인들의 몸과 그 기관이 똑같고
에너지도 똑같은 몸을 지니고 있어요"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말이다.
과거에 살든 현대에 살든, 그리고 동굴에서 살든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살든 우리 신체는 태어나 성숙하고 죽는 똑같은 단계를 거친다. 신체(身體)는 사전적 의미로 생물의 한 개체를 일컫는 말로, 여러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몸이며, 영혼과 정신을 담는 대상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우리의 신체는 시대를 달리하고 옷을 바꾸어 입으면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의식과 사상의 변화를 담고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조각들의 90퍼센트가 인체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갤러리도 미술관도 아닌, 바닷가, 도심거리 등 대중에게 열려 있는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몸을 직접 사용해 라이브캐스트를 하여 영혼을 흔드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한 작가가 있다.
"나 자신의 발가벗은 몸을 직접 주물로 뜨면서 나를 비우는 마음의 수련을 거친다. 명상은 작업과정과 직접 통한다. 그리고 이런 예술적 체험을 다수의 타인들과 나누고 싶다.” 그는 자신의 누드 전신을 석고로 뜬 작품을 런던 시내 빌딩과 워터루 브릿지 등 31곳에 세우는 전시를 했다.
온몸으로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그의 표현에 출퇴근 길 또는 학교가는 길에 런던 시민들은 조각의 목에 스카프를 둘러주고, 또 치마를 입혀주며 응답했다.
"사람들은 감각적 미술에 질려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표피적인 자극이 아니다. 오늘날 미술은 머리로 구사하는 수사학은 지극히 발달해 있지만, 몸과 몸의 인간적 관계는 사라져 가고 있다. 새로운 미술에서 요구되는 것은 친밀성의 소통이다."
그는 바로 안토니 곰리 (Antony Gormley ,1950-), 세계적 작가들 중 가장 철학적 조각가로서, 소통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자신의 몸을 직접 캐스팅 해 몸 조각의 새 영역을 확장하며, 그렇게 탄생된 다수의 인간형상을 장소적 특성에 맞게 배치함으로써 공간적 체험을 강조하고 작업과 공간과의 상호관계를 중요시한다.
안토니 곰리 (Antony Gormley ,1950-)
맨체스터(Manchester) 지역 'The Angel of the North' 로 잘 알려진 그는 1950년 런던에서 태어나 캠브리지 트리니티 대학에서 고고학과 인류학, 미술사를 공부했고, 동양사상에 관심이 있어 인도나 스리랑카 등지에서 명상과 특히 불교의 연기 사상을 공부했다. 연기사상이란 홀로 존재하는 개인이란 없다는 의미로 곰리의 작품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면과 연관있다.
그는 또 1994년에 권위 있는 터너상을 수상하고 '공공미술의 역사를 다시 썼다' 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토니 곰리, ‘The Angel of the North’, 1994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언제나 몸과 몸의 소통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작품 자체의 미학은 물론 작품이 갖는 철학적 의미까지 성찰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체 작품을 통해 휴머니티와 우리가 살고있는 공동체를 되돌아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술사적으로 인상주의 미술에서 몸을 사실적인 표현 대상뿐만 아니라 풍경의 한 부분으로도 보게 되면서 19세기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예술가들은 인체의 몸을 여러 새로운 가치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아방가르드 미술에서 뒤샹과 피카소는 몸을 해체 대상으로도 보는 등, 몸의 실존 가치에 의미를 더욱 부여하고, 인체의 몸에 무의식의 투영하려는 노력과 함께 몸 자체를 실험 대상으로까지 인식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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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