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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1 23:40
런던 이방인들의 축제
조회 수 2117 추천 수 0 댓글 0
런던 이방인들의 축제 지난 주 런던은 노팅힐 카니발 축제로 도시 전체가 흥분되어 있었다. 이 축제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에딘버러 축제와는 다르다. 에딘버러는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수용하여 열리는 그야말로 광범위한 예술의 축제라고 한다면, 노팅힐 카니발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흑인들의 음악과 예술을 선보이는 축제이다. 어느 축제가 더 낫다던가 흥미로운지에 관한 우위를 따지기 힘들다. 정말 그건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나 여유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것은 국적이나 민족, 그밖에 어떠한 다름의 요소에 상관없이 서로 교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가사를 알아들을 순 없어도 아름다운 멜로디만으로도 노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수백 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더라도 현대인들은 그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공감한다. 이런 것들보다 더 대단한 것은 바로 동그랗게 생긴 것이면 무엇이든 차고 다니고, 동네친구들끼리 야자수열매 하나 놓고 멋진 축구경기 한판 벌리는 게 삶의 가장 큰 행복인 아프리카의 가난한 꼬마아이조차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는 데이비드 베컴의 멋진 경기모습을 보면 그날 하루 종일 가슴 뛰며 설렐 것이다. 그러면 베컴은 그 꼬마아이에게 영웅이 되고 베컴을 통해 멋진 꿈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 문화다. 말이 필요 없고 사실 설명조차 필요 없는 것 말이다. 세계의 다양한 나라와 지역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진다. 문화는 보통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왔는지에 관한 역사와 그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한다. 흔히 열정이 가득한 민족의 나라라고 불리는 스페인과 브라질은 그네들의 열정적인 성격을 반영하듯 투우경기와 같은 거친 문화와 삼바(Samba)라는 브라질 카니발의 흥분과 열정을 담은 라틴댄스를 만들어 냈다. 이성적이며 냉철한 민족성을 가졌다고 흔히 말하는 독일인들 또한 그들의 성향에 맞게 바우하우스라는 실용예술의 최고 양식을 예술의 역사 속에 남겼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알만큼 인지도가 높은 문화예술들은 전세계 셀 수도 없이 다양한 문화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나라가 부강하든지 문화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그들의 문화 또한 더욱 발전한다. 왜냐면 이런 나라의 국민들은 문화가 줄 수 있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계산을 할 줄 알고, 문화를 통해 전세계에 국가의 상징적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투자와 국가나 지역단체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먹고 사는 것조차 해결될 수 없는 가난한 나라나 국가 발전이 먼저인 개발 도상국들에게 있어 문화홍보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한다면 에딘버러의 국제 페스티벌과 노팅힐 카니발은 행운의 마차를 탄 나라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선택된 문화의 향연이다. 어쨌든 알려지지 못하는 가치 있는 수많은 문화에 대한 슬픔은 접어두고 지금은 내가 사는 이 곳에서는 얼마든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접할 수 있다는 행복감만으로 가슴을 채우고 있다. 해마다 영국 런던에서는 마지막 뱅크홀리데이가 되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크기의 축제가 열린다. 길거리는 춤추고 흥겨워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런던의 중심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노팅힐 카니발은 이렇게 1년에 한번, 수많은 사람들을 런던으로 불러모으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사실 지금은 이렇게 세계적인 축제가 되고 흥겨움과 즐거움이 가득하지만 그 시작의 역사는 슬프다. 런던의 노팅힐은 -물론 일부 지역은 부유층의 고급주택가가 즐비하지만- 뉴욕의 할렘과 같은 대표적 우범 지역 중에 하나이며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 그 이면에는 백인이 주류인 영국사회에서 소외 받은 다양한 국적의 이민족들의 애환이 숨쉬고 있다. 식민지 시절 건너온 이민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민족 타운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노팅힐이다. 영국의 노예 제도는 1833년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1950년대까지 흑백의 갈등은 계속되어왔다. 중남미의 앵글로 카리브 이민계 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살면서 영국이 주는 민족차별과 그로 인한 스스로 이방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아픔을 서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점차 늘어나면서 1965년에는 런던의 카리브해 출신의 카리브계 이주자들이 고향을 기리며 일년에 한번 조그마한 가두 행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은 일년 중 하루만큼은 그들의 주인이었던 백인들을 비판하고 흉을 보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언어인 음악과 춤으로 자신의 선조들의 애환을 풀 수 있는 날을 만들게 되었고 그들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가자를 뺀 순수 관광객으로만 추정 연인원 150만이라는 기록이 말하는 것처럼 이 축제기간이 되면 노팅힐의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참가자와 관광객이 모인 200만이 넘는 거대한 인파가 이날만큼은 노팅힐 일대를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 것이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각국의 독창적인 화려한 의상(Mas), 자메이카 중심의 레게음악인 스테틱 사운드 시스템(Static Sound System), 칼립소(Calypso), 소카(Soca), 강렬한 열정을 뿜어내는 금속 타악기인(Steel Band)까지 총 5개를 축제의 기본요소를 가지며 그 분류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보여준다. 앵글로 카리브 이민자들에 의해 처음 주도된 만큼 세계적으로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질 리오 카니발을 방불케 하는 열정과 화려한 복장을 선보이며 그들의 음악과 댄스는 보는 이들 또한 그들과 하나가 되게 하고 흥분의 도가니로 빠트린다. 노팅힐 카니발은 매년 그 새로움과 규모를 늘려가고 있으며 전 세계의 관광객들 또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예술성과 화려한 복장과 다이나믹한 금속 타악기 연출을 즐기며 축제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간의 스트레스를 이 곳에서 날려버릴 심산인 듯 모두들 있는 힘껏 고성을 지르고 환호를 하며 축제의 열기 속으로 몸을 맡긴다. 해마다 8월이면 영국 런던의 노팅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난장 파티가 열린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몰려온 다양한 이민족들의 애환을 한방에 분출시키는 화려한 에너지가 단 몇 시간 만에 분출시켜 버린다. 전 세계에서 단일 규모로는 리오 카니발 다음가는 두 번째이자 유럽에서는 첫 번째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열정적 카니발이 매년 여름 8월 마지막 주 뱅크 홀리데이에 런던의 할렘으로 불리는 노팅힐에서 펼쳐진다. 이를 보기위해 The theme of 2003 'peace on the streets' 2003년 8월 25일. 전날의 Family 축제와 Kiids 축제를 잘 마무리 하고 메인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이번해의 카니발 테마는 "거리위의 평화(peace on the streets)"였다. 3년 전 광란의 파티와 함께 몇 명의 사상자를 낸 이후의 아픔도 있거니와 시대의 흐름을 전달하는 중동 평화와 중남미의 정치적 안정, 런던에서도 악명 높은 우범지구인 노팅힐 지역의 여러 가지 상황등을 고려한 당연한 문구였을지도 모른다. 런던 전역의 경찰은 아마도 다 모인 듯 싶다. 9천 5백여명의 경찰관이 만들어내는 인간 바리케이트와 함께 소방관, 자원봉사자등 동원 가능한 인력은 이곳에 다 모였다. 카니발을 준비해온 사무국의 나탈리에(Natalie Still)역시 "지난 몇 년간의 좋지 않았던 기억과 최근 들어 우범지대로 변모해버린 노팅힐의 안정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고려해 주제를 정했다"라고 한다. 오전 11시 서서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메인 프레스 존에서는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비둘기를 날린다. 잠시 후 중국을 대표하는 첫 팀이 스타트를 끊고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총 140여 팀의 퍼레이드가 해 질 때까지 계속된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한 참가자들은 흥에 취해 무아지경에 빠져들고 즐기는 관광객들 역시 하나가 된다. 2층 베란다에서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관광객과 주민들은 급기야 음료와 색종이를 뿌리고 참가팀들의 도우미들은 음료와 기념품을 나눠준다.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면서 축제의 열기는 광란의 결정을 향해 치 달린다. 약간의 알콜은 축제의 흥을 더한다. 사실 8시간 이상을 계속 춤을 추면서 행진을 한다는 건 시켜서 될 일이 아니다. 적당히 취기에 섞여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면서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움직이는 참가자들의 눈과 몸에는 자유와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말 그대로 축제다운 축제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즐긴다. 다양한 이민족들이 모여 있는 마을인 만큼 먹거리도 빠질 수 없는 볼거리. 곳곳에 펼쳐져 있는 각국의 먹거리 코너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생수가 금 새 동이 나 버린다. 공식 후원 업체인 맥주 회사의 캔 맥주도 곳곳에서 쌓아놓기 무섭게 빠져나가 버린다. 이 밖에도 카리브 연안의 토속 음식,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등 다양한 지역의 먹거리도 이날만큼은 절로 흥이 난다. 노팅힐 역에서 시작되어 메인 프레스존을 지나 타운을 한바퀴 되는 약 12Km의 기나긴 행렬은 해가 질 무렵에서야 장장 10시간여의 퍼레이드의 그 끝을 알린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참여했던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한 대 어울려 또다시 새로운 파티가 열린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서 빽빽이 부대끼며 흥겨운 리듬에 맞춰 전체가 출렁인다. 곳곳의 장소에서 온몸을 자극하는 살사 리듬과 토속 음악, 최신 힙합에 맞춰 또 다른 난장이 펼쳐지며 그렇게 노팅힐의 광란의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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