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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00:28
영국의 자연, 그리고 그들의 예술성
조회 수 2808 추천 수 0 댓글 0
영국의 자연, 그리고 그들의 예술성 영국의 런던을 안개의 도시라고 종종 말한다. 영국에 오기 전 가끔 잡지나 여행서적에서 나오는 영국의 사진을 보면 아무도 없는 거리에 안개가 내려앉아있고 오래된 건물 사이로 트렌치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사진을 보면서 몽환적 느낌이 들게 만드는 안개와 내가 좋아하는 비의 나라 영국을 동경하곤 했다. 사실 난 안개와 비를 좋아한다. 어쩜 밝은 햇살이 가득한 한국에서 자라서 그럴 수 있다. 왜냐면 안개라 내려앉고 비가 온다는 것은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날이며 충분히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하루이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창가에 앉아 비를 보면서 차를 한잔 마시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김치전을 만들어 먹는 여유로움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여기 영국에서 비가 온다는 것은 일상이다. 365일중에 170일정도가 비가 온다니 이들에게 비가 온다는 것은 특별함이 아닌 너무나 지루한 날들의 연속을 의미한다. 어쩌다 한번 멋진 햇살이 비칠 때면 한국사람들이 비가오면 뭔가 분위기 있는 일을 계획하듯, 영국인들은 밝고 따스한 햇빛을 즐기러 밖으로 뛰쳐나온다. 가끔씩은 햇살과 함께 약간은 싸늘한 날씨이기도 하나 그들에게 기온은 중요치가 않다. 남자들은 웃옷을 벗어 던지고, 여자들은 짧은 스커트에 샌들을 신고 거리로 나와 그 동안 숨겨 놓은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성격들을 드러낸다. 영국의 날씨가 영국사람들의 성격을 만든 게 아닌가 한다. 같은 영어를 써도 좀더 억양이 부드럽게 흐르는 미국과 달리 그들의 영어는 툭툭 던지는 듯한 억양이 살아있고, 서양인들의 특징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교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영국사람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가끔씩은 방어적인 자세로 보이는 그들의 첫 이미지가 친분이 쌓인 후에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한 사이에서도 차갑게 느껴지면 어떡하겠는가?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말이다. 겨울 같은 경우엔 거의 한달 내내 햇빛을 보기 힘들다.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 그리고 밝음이 없는 어두침침한 날들이 연속되면 그들은 더욱 마음을 닫고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그들만이 아는 마음속 깊숙한 곳의 숨겨진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이 공간에서만은 생각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되 절대 타인에게 누출하면 안 되는 비밀인 것이다. 여기 영국인 마음속의 비밀의 장소에서 예술은 발전한다. 영국은 예술과 문화의 선진국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술과 문화의 새로운 변화에 한 획을 그은 유명인들 중 많은 이들이 영국출신이다. 언어의 마술사라고도 하는 천재적인 작가 세익스피어, 다양한 색채표현과 현대적 표현기법으로 현대미술의 시발점과도 같은 낭만주의 화가 터너 – 다음주의 글에서 이 화가를 다룰 것이다-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들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영국인들도 그들의 발전된 예술과 문화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패션 디자이너, 문학 작가, 화가들이 영국인으로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현대미술은 변화의 연속이다. 현대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미술 또한 하루가 다르게 그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다. 미술사를 봐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장르의 수를 헤아릴 수가 없으며 그 또한 뚜렷하게 시기를 구분하기 힘들다. 동시대에 여기저기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젠 비평가나 이론가들조차 현대미술사를 정리하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지 멀리서 팔짱을 끼고 넋 놓고 지켜보는 듯하다. 가끔씩은 저게 예술인가 싶을 정도로 희한한 것들도 보인다. 크리스 오필리라는 작가는 똥으로 성모마리아를 그려서 관객들 앞에 내놓고 최고의 스타작가인 데미언 허스트는 소, 양, 돼지, 상어 같은 죽은 짐승을 통째로, 혹은 반으로 가르거나 토막 내 방부제(포름알데히드)를 가득 채운 수족관에 담가 버린다. 이것이 이해가 가는가?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의 예술이고 흔히 말하는 현대미술이다. 이런 충격적이고 가끔은 소름이 끼치는 작품들의 작가들의 태생이 영국이다. 영국이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오래된 옛 건물이나 도로에 손을 대지 않고 런던 한 복판에도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이 그대로 있으며 이에 따르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시간의 흔적들은 보존한다. 건물이든 뭐든 역사를 가진 모듯 것들을 사랑하며 그것을 고수해 나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 한복판에 성 개방 구역이 관광용으로 존재하고 거리 곳곳에는 괴상한 차림의 펑크족이 활보하며 비틀즈에게 귀족의 칭호를 수여하는 등의 극단적인 그들의 태도는 새로움이나 획기적인 변화에 민감하고 그것을 즐기려는 그들의 의식구조를 엿볼 수 있다. 참으로 이면적인 면이다. 사실 런던만큼 패션의 도시이며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 대다수의 디자이너가 영국인이라고 하니 그 또한 이런 기상천외한 끼의 산실이 아닐까 한다. 미술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팝아트 (Pop art)라는 미술의 장르가 있다. 팝아트는 텔레비전이나 매스 미디어, 상품광고 등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코카 콜라, 만화 속의 주인공 등 범상하고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에 끌어들여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불식시켰다. 새로운 미술사를 만들기 시작한 팝아트가 영향력을 가지고 발전하기 시작한 곳은 미국이며 앤디 워홀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 또한 미국 출신이지만 그 시작은 영국에서부터이다. 1950년대 중 후반 미국에서 팝아트가 성행하기 이전 이미 영국의 젊은 작가들의 공동작품이나 토론 가운데 팝아트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대중소비문화에 대한 관심 아래 기획된 전시 <이것이 내 일이다>가 열었었다. 예술사의 큰 흐름의 방향을 먼저 튼 곳이 영국인 것이다. 같은 작업실을 쓰는 영국인 친구가 대화 중에 정말 강조하며 한 말이 있다. “ 다른 건 몰라도 영국인들이 자연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는 꼭 알아야 돼.” 약간은 괴짜스러운 작가이기도 한 그가 이런 말을 하니 의아했으나 이 또한 그 친구 마음속에 담겨진 영국인의 본성이 아닐까 한다. 1인당 녹지보유 1위국인 나라의 국민답게 자연을 몹시 사랑하는 이들이 영국인이며, 일년의 반정도가 비가 오고 어둡고 침침한 날씨가 이어지며 하루에서 몇 번씩 변덕스럽게 바뀌는 날씨에 적응하며 사는 이들이 또한 영국인이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의 극도의 이면적인 정서와 이상하고 파격적인 것을 찾아 헤매는, 어찌 보면 좀더 앞서가는 예술 문화적 시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똥으로 성모마리아를 그리고 짐승을 박제해서 관에 보관하는 괴상한 영국인 작가들도 집에서는 꽃을 심고 나무를 가꿀 것이며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찾을 것이다. 이러한 자연사랑의 정서와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특이한 영국의 날씨는 기발한 예술적 발상을 가진 예술가를 끊임없이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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