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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48 :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7장 랑그독-루씨옹(Languedoc-Roussillon) - 5



랑그독-루씨옹이 프랑스의 다른 와인 산지와 비교해서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VDN(Vins doux naturels)이다. 프랑스 VDN 생산량의 90%가 랑그독-루씨옹에서 나온다니 확실히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VDN을 좀 알아보자.

 

그런데 VDN이 뭘까? VDN은 쉽게 말해서 달고 알코올 도수 높은 와인이다. 어떻게 그런 와인이 가능할까? 비밀은 양조 방법에 있다. 우선 VDN을 만들 수 있는 포도 품종은 그르나슈(Grenache), 마카보(Macabeu), 뮈스카(Muscat), 그리고 말부아지(Malvoisie)가 있다. 이 품종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과정에서 비법이 나온다



바로 뮈타쥬(Mutage)라는 마술이다. 포도 주스가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 효모가 포도 주스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환시키는 알코올 발효 과정 때 96% 정도로 높은 알코올을 주입해서 효모의 활동을 정지시켜 버린다. 그러면 아직 알코올로 변하지 못한 당분이 남아 있어서 달고, 높은 알코올을 주입해서 알코올은 최소 15도 이상으로 높은 독특한 음료가 탄생한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대부분의 VDN 화이트는 청포도를 압착해서 나온 주스가 알코올 발효되는 중에 알코올을 주입한다. 반면, 레드 와인은 두 방식이 있다. 하나는 화이트와 마찬가지로 알코올 발효 중인 주스에 알코올을 주입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주스에 색소와 타닌, 향을 더하기 위해 접촉시키는 마크(Marc – 포도껍질, , 줄기 등이 뭉쳐진 부분)에 알코올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좀 더 가볍고 타닌이 적어서 마시기 쉬운 스타일, 후자는 좀 더 묵직하고, 타닌도 강하며, 장기숙성이 가능한 스타일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뮈타쥬를 알코올 발효 전에 하느냐, 발효 중에 하느냐, 아니면, 발효 후에 하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의 주정 강화 와인이 탄생한다.

 


그리고 숙성 방식에 따라 환원 방식(Réducteur)과 산화 방식(Oxydatif)의 두 스타일로 나누기도 한다. 환원 방식은 일반 와인과 같다. 숙성시키는 탱크를 최대한 산소가 없도록 만들어서 산화를 최소화 한다. 반면, 산화 방식은 오크통 또는 봉본(Bonbonne)이라 부르는 유리병을 산소에 노출해서 숙성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이 오크통이나 봉본을 야외에 내놓고 숙성을 가속하기도 한다.

 

사진1 www.lindependant.fr copy.jpg

www.lindependant.fr

Maury의 대표 생산자 ‘Mas Amiel’이 봉본을 야외에서 숙성시키는 모습.

 


뮈스카를 비롯한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 VDN 중 대표적인 것은 리브잘트(Rivesaltes), 뮈스카 드 리브잘트(Muscat de Rivesaltes), 뮈스카 드 상---미네르부아(Muscat de Saint-Jean-de-Minervois) 등이 있다. 이런 화이트 VDN은 굉장히 아로마틱하고 달콤하다. 그래서 8~10도 사이로 차갑게 해서 전식주로 마시거나, 푸아그라, 푸른곰팡이 치즈, 복숭아, 살구 등 흰 과일을 얹은 타르트와 함께 마시면 제격이다.

 


그르나슈로 만든 레드 VDN 중에는 모리(Maury), 바뉼스(Banyuls), 리브잘트(Rivesaltes) 등이 유명하다. 어린 와인은 13~14, 숙성된 와인은 16~18도 정도로 서빙하면 좋다. 이 중 환원 방식으로 숙성시킨 종류는 풍성한 검은 과일 향과 달콤한 맛의 조화가 좋아서 달콤한 소스로 맛을 낸 대부분의 육류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숙성된 스타일, 그중에서도 숙성된 고급 모리, 바뉼스와 다크 초콜릿과의 조화는 이미 정석으로 굳어졌을 정도로 훌륭하다.


 

사진2.www.wine-searcher.com copy.jpg

http://www.wine-searcher.com/

리브잘트의 강자 도멘 카즈(Domaine Cazes)

 


산화 방식으로 만든 레드 VDN의 경우 푸른곰팡이 치즈 등 향이 강한 치즈와 아주 훌륭하다. 필자는 이런 종류의 VDN은 식사가 끝날 무렵, 커피를 마신 후 한잔하는 것을 좋아한다. 위장에게 식사가 끝났으니 일을 시작하라는 신호로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산화 방식 VDN의 큰 장점은 이미 숙성 중에 산화에 익숙해져서, 한두 잔 마시고 마개를 닫아두고 보름 정도 뒤에 마셔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후주로 한잔 씩 하기에 좋다.

 


랑그독-루씨옹의 특산물 VDN. 프랑스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가면 거의 맛볼 수가 없다. 프랑스에 있을 때 한 번 마셔보자.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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