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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정치 9단 실력 발휘'로 정면돌파해 정부 대책 끌어내



메르스 사태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방지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서면서 정부가 당황해 결국은 메르스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밤 10시40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6월 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강남의 대형병원 전문의(3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 등 1500여 명과 직·간접 접촉했다”고 밝히면서 파문을 확산시켰다.


이에 청와대와 보건당국은 다음날(5일) “서울시 발표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전과는 다른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에대해 박원순 시장은 기자회견을 끝낸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 국민을 연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 관해 ‘투명한 정보공개’를 약속하고 서울시 자체 격리시설을 마련하겠다."고 재확인해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온·오프라인에서는 메르스 확산에 대응하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놓고 ‘아몰랑(잘 모르겠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여성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음)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보건당국 역시 ‘안알랴줌(안 알려준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정책을 고수해 불안감을 키웠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공식 SNS 계정을 폐쇄했다가 복구하는 등 ‘불통’ 이미지를 더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의 ‘소통 행보’에 여론은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박 시장의 돌발(?) 행보에 정부여당은 당혹감을 표하며 즉각 견제에 나섰다. 청와대는 서울시 기자회견 다음날(5일) “서울시 발표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그런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유감을 표명했고, 보건복지부 역시 서울시 기자회견 내용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을 전개했다. 



하지만 말과 행동은 달랐다. 보건당국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던 것에서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B 병원을 ‘평택성모병원’이라고 처음 공개하고 최초감염자가 입원해 있던 기간에 병원을 방문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SNS 괴담으로 치부해 오던 공기감염 및 바이러스 변종 가능성까지 폭넓게 조사하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드디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9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현 상황은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단계지만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심각' 단계 수준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메르스 발생 후 20여일만에 처음으로 정부의 종합대책을 발표하게 되었다.



최 총리대행은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금주 내 종식시킨다는 각오로 총력대응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면서  "오늘부터 최고위급 협의체로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를 매일 개최하기로 했다"며 "회의체를 통해 메르스 진행 상황과 대응 현황을 기민하게 점검하고,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즉시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철수,대통령 입장표명 및 복지부 장관 자진 사퇴해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메르스 관련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그동안 전문가와 국민이 요구한 것을 종합한 것으로 뒤늦게라도 수용한 것으로 전문가에게 결정권한을 준 것은 옳은 방향"이라며 말문을 열면서 "메르스 사태를 일파만파로 확산시킨 박근혜 정부의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것은 국민을 깔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안 의원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정부의 직무유기를  △허술한 대응 △안이한 판단 △무책임한 태도 △늑장대응의 4가지로 요약했다.



끝으로 안 의원은 "지금은 사태수습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할 때"라면서 "사태수습 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초기대응 실패를 자초한 복지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메르스 병원 뒷북 논란에 "지금 사태 해결이 중요"
청와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병원 명단 공개 시기가 늦었다는 '뒷북' 논란에 대해 "지금은 사태 해결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무슨 사건이든지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며 "지금 정책이라든가 우리의 주안점은 이 사태를 어떻게 빨리 해결하느냐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대처가 늦은 게 아니냐는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에  "국정 과제가 많고,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현출(드러내보임) 이런 건 충분하지 못할 수 있지만,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꾸준히 철저하게 정부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하면서, "대통령은 제때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적극 비호했다. 



999-정치 1 사진 1.jpg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조기 진압에 실패한 현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혼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전염병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참여정부는 이를 토대로 사스가 유입됐을 당시 고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종합상황실을 만드는 등 신속하게 대응해,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648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캐나다에서 44명이 사망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단 4명의 감염자만 나왔을 뿐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분산형' 대책본부 형식으로는 메르스 사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청와대가 주도권을 잡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제도적 정비를 하는 와중에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청와대가 키를 쥐고 초기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혼선을 겪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됐다"고 꼬집었다.



999-정치 1 사진 2.png 


정부가 메르스 초기대응 미흡으로 비판 받는 사이 여야가 7일  '메르스' 대응 대책마련을 위해 새누리당의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당대표를 비롯해 여야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 위원장이 참석해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가칭)을 설치키로 하는 등 9 개항을 합의합의해 향후 청와대에 영향을 줄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은 데에는 정부의 초기대응 미흡이 영향을 미쳤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 안전에만 신경을 쓰고, 돌발적인 전염병 문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에볼라, 사스, 메르스 같은 급성 유행성 질환에 대한 기본 매뉴얼을 빨리 재정비하는 등 대응 시스템을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특위 구성 취지를 설명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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