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자금 정조준한 검찰, 청와대와 눈치싸움
4·29 재보궐 선거 이후 주춤했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청와대가 검찰 수뇌부와 적지 않는 갈등을 보이면서 청와대와 검찰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기회만은 ‘전·현 정권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검찰은 성완종 메모에 오른 핵심 친박 3인방(서병수·유정복·홍문종)을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지사 다음 타깃으로 정해 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반영된 성완종 수사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무너뜨리고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성완종 정국 초반은 노무현 정권 당시 이뤄진 성 전 회장의 두차례 특별사면이 집중 부각되면서 이 특사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의 작품’이라는 의혹까지 증폭시키면서 정작 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리스트 논란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뜻대로 흘러갔다.
또한, 성완종 메모 8인 중 유일한 비박계 인사 홍준표 경남지사를 최우선 수사 대상으로 골라 국민들의 관심을 성 전 회장 특사 의혹과 홍 지사에게로 쏠리게 하면서 새누리당은 4.29 재보궐 선거에서 역전의 완승을 거두었다.
게다가,일부 정치권에서는 박대통령의 대선자금을 감추기 위해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이자 ‘충청대망론’을 타고 잠룡으로 급부상해 친박계의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이완구 전총리를 희생양으로 꺼내들어 대선자금 수사 관심을 돌렸다고 주장한다.
성완종 메모에 적힌 홍문종 의원(조직총괄본부장), 유정복 인천시장(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부산시장(당무조정본부장)은 지난 2012년 대선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이다. 자금 모집 및 관리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친박 3인’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이는 여권 핵심부가 가정하는 최악의 상황이기도 하다.
성 전 회장도 자살 직전 “대선 때 조직을 관리하는 홍문종에게 2억원을 줬다0고 이미 주장을 했고,비록 아직까지 구체적 증언이나 의혹이 제기되지 않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가장 큰 액수로 적힌 ‘3억원’이 메모에 적혀 있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2년 10월 선진통일당과 한나라당이 합당할 무렵인 10·11월 두 달 동안 6차례 서 시장을 만났고, 대부분 ‘서BS’라고 기록돼 있다.
이러한 대선자금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수사를 마무리 짓고 2라운드를 준비 중인 특별수사팀이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정조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서산장학재단 자금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일단 친박 3인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증거 확보에 나선다는 말로 검찰이 본격적으로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검찰이 청와대와의 마찰을 무릅쓰고 대선자금 수사 밑그림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통상 집권 후반기에나 나타날 법한 사정기관 권력누수 현상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 등 현 정치권 실세들에게 겨누어지자,벌써 김진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핵심부의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입장에서도 결과물을 내지 못하거나 중립성이 훼손된다면 검찰 조직이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어,정치검찰이라는 오명으로 중수부가 폐지된 마당에 또다시 조직이 도마에 오르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지 못하는 검찰로 재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대선자금 수사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간의 눈치싸움의 결과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 국민적 의혹 규명’이란 목표로 출발했던 검찰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지난 8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당초 제기된 대선자금 의혹 등에 대해서는 별 성과를 얻지 못해 의혹만 더 부풀려 놓고 사실상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홍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데에는 서면질의서를 먼저 발송한 뒤 이를 토대로 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조력 없이 혼자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답안지를 먼저 보여주고 이를 되물은 셈이었다.
검찰은 홍 의원과 함께 이후 조사 대상자로 거론됐던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에 대해서는 서면 질의서를 분석한 결과 소환 필요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미뤄왔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전망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