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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만나는 즐거운 프랑스, 와인 전문가 김성중

프랑스를 상징하는 색은 무엇일까? 단연 삼색기(Le drapeau tricolore)의 세 가지색일 것이다. 파랑(자유), 하양(평등), 빨강(박애). 그리고 또 떠오르는 색이 있다면 그것은 신비롭고 기분을 설레게 하는 보라빛과 황금빛, 바로 프랑스 혁명 정신과 함께 프랑스를 상징하는 와인의 색깔일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와 고급 식문화의 첨병 같은 와인. 잘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의 의문을 풀기 위해 프랑스 와인 전문가 김성중씨를 만났다.   

유로저널 : 인터뷰 장소로 이런 멋진 와인 까브(Legrand fille et fils)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성중 님 : 오늘 오신 Legrand fille et fils 까브 & 와인 레스토랑은 로마네 콩티를 파리에서 독점하며 한국, 일본 등에도 독점 공급하는 곳입니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대표 와인으로 시세가 대략 1병에 2,000만원 가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10~20 유로 사이의 저렴한 와인을 구입하실 수 있고 이런 유명 까브나 와인바에서 와인을 사시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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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 저는 꼭 필요한 때에만 Simply 같은 마트에서 와인을 사는 와인 문외한인데요.
김성중 님 : 모노프리, 카지노 같은 마트에서 와인을 사실 수도 있겠지만 같은 와인이라면 이런 곳에서 사시는 게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와이너리(와인 제조업장)에서는 이런 곳에 납품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다른 곳보다 좀 더 싸게 납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까브 안의 소믈리에들에게 와인에 대해 물어보시면 자세한 설명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는 와인을 설명해 주시는 분이 없죠.

파리에는 각 구마다 너무나 좋은 와인 까브가 많습니다. 몰라서 못 가시는 게 안타깝지요. 그래서 제가 유로저널에서 격주 칼럼을 통해 각 칼럼마다 한 개의 구씩 1구부터 20구까지의 와인 까브나 와인바를 소개하고 있지요.

유로저널 : 운영하고 계신 와인시음 동호회 ‘십시일반’도 개인적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비싼 와인을 ‘십시일반’ 나눠서 함께 구입해 즐기자는 취지로 알고 있는데요.
김성중님 : 맞습니다. 그 이름은 나영석 PD와 함께 ‘꽃보다 할배’를 기획한 걸로 유명한 정기범 작가님이 지어주셨는데 저는 그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한 달에 한 번 유학생, 주재원들이 모여 와인 시음회를 갖습니다. 그런데 제가 소개하는 와인들이 5 유로, 10 유로의 가격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대비 깨끗하고 좋은, 장인정신과 철학이 담긴 와인들인데 관심이 없으면 쉽게 찾기 어렵지요. 예전에는 십시일반 모임을 갤러리에서 했는데 요즘엔 와인 레스토랑에서 하고 있습니다. 오시는 분들께 그런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와인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싶어서요. 

유로저널 : 다시 기초적인 질문 드리자면.. 마트에서 파는 식용 포도와 와인용 포도는 차이가 있나요?
김성중님 : 시중에서 사먹는 포도에는 프랑스산 포도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 이탈리아산 포도입니다. 프랑스산 포도는 와인을 만드느라 남는 포도가 없습니다. 와인 1병을 만들 때 대략 1.5kg의 포도가 필요합니다. 포도가 대개 1kg에 5~7 유로선인데 와인으로 만들면 비쌀 경우 100~10,000 유로까지 판매할 수 있어 굳이 식용으로 팔지 않는 것이지요.

유로저널 : 프랑스 와인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성중 님 : 제가 강의를 나가서 자주 하는 비유가 있는데 프랑스는 와인의 ‘오딧세이’, 이탈리아는 와인의 ‘멘토스’라고 말입니다. 멘토스가 오딧세이의 멘토로서 오딧세이의 여행을 이끌었지만 그 여행의 주인공은 결국 오딧세이였습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유럽 전역에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가 천혜의 기후와 땅, 세계적인 마케팅 능력으로 이제는 이탈리아와 전세계를 이끄는 와인 최강국이 된 것이지요. 인접 국가 독일이 쌀쌀한 대륙성 기후로 화이트 와인에, 이탈리아가 더운 지중해성 이후로 인해 레드 와인에 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비해 프랑스는 이 모든 기후를 갖춰 프랑스에서는 모든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와인 시음법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성중 님 : 마시기 전 와인 색을 눈으로 감상한 후 와인 잔을 돌려 와인의 향이 공기 중으로 올라오게 합니다. 향을 맡으신 후 마시는데 와인을 입에 머금고 살짝 가글하듯이 하면 와인의 모든 맛을 오감으로 다 느끼시는 게 되는 돼죠. 흔히 알고 계시는 ‘육류는 레드, 생선이나 야채요리는 화이트’가 맞기는 한데 음식의 색깔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참치가 생선이지만 화이트 와인과 드시면 비립니다. 와인은 또한 음식의 좋은 맛을 배가시키고 심지어 음식 맛이 조금 떨어질 때 와인을 마시면 음식의 맛이 나아지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이를 Marriage라고 합니다. 

유로저널 : 김성중 씨를 소믈리에로 소개해도 될까요? 와인과 관련해 어떤 일을 하시는 거죠
김성중 님 : 예전에는 소믈리에였고 지금도 여러 분들께 시음회, 강연을 통해 와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으로의 와인 수출업도 하고 있습니다. 제 목적은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Avec Vin’ 이라는 회사를 세웠는데 ‘아베끄 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진 유명 와인들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그런 와인들은 몇 병을 생산하는지 밝히지 않은 체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수량의 대량생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 곳곳에는 가문의 이름을 걸고 장신 정신을 담아 소량 생산하는 와인들이 많고 프랑스에서는 그런 와인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이런 와인들이 한국에는 아직 많이 소개되지 못했지요. 저는 일주일에 많게는 5번 샹파뉴로, 이틀에 한 번 꼴로 브르고뉴에 가기도 합니다. 르와르에 상주도 하고요. 지방을 돌며 장인 정신을 담아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를 찾아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와인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대단하신데 비젼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성중 님 : 제 비젼은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에 좋은 프랑스 와인과 무엇보다 건전한 음주 문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와인 레스토랑을 열어 좋은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건전한 음주 문화와 함께 즐기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은 계획도 있습니다.

실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중간 중간 Legrand fille et fils의 운영자 제할드는 김성중씨에게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는데 세계적인 와인 잡지 디캔터(Decanter)의 편집장와 보르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의 소유주로 세계 와인계를 쥐락 펴락하는 유명인사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초면의 기자와도 한국 관련 지식을 총동원해 말을 걸어주고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는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김성중 씨 또한 경력과 이 분야에서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게 흥미로운 와인 지식을 가득 전해주어 너무나 즐겁게 진행된 인터뷰에 비해 지면이 짧아 아쉬운 마음이다.  

프랑스 혁명정신과 프랑스 와인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모를 땐 너무 고차원적으로 보이지만 찾으면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누릴 수 있는 것. 오늘 유명 까브나 아니면 집 근처 와인 레스토랑을 찾아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저렴하면서도 좋은 와인을 한 병 구입해 지인들과 즐겨보면 어떨까?  

프랑스 유로저널 석부리 기자
buri.su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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