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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5.07.19 23:13

최지혜 예술칼럼 (34) 나를 찾아가는 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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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34)
나를 찾아가는 길 3

최근 들어 서양은 자신들의 정신문화 한계의 봉착에 대한 대안으로 동양화를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동양 자체의 의지라기보다, 서양의 필요에 의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서양중심의 사고에서 동양화를 해석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미 가까운 나라, 중국의 경우에서 이것을 살펴보았었다.
세계적 정황이 어찌되었든간에, 분명한 것은 동양권의 회화나 한국화에 전통적인 미학이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동양권 각 나라별로 미학정립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이 미학과 미술사 연구에 수적, 양적투자를 통한 상당한 발전을 해왔다. 중국도 1980년대부터 철학 쪽으로 중국미학의 서양미학과의 조응을 시도해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미학은 아직도 서양미학을 추종하고 있다. 한국화라는 미학적 정의(定義)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구 미학에 의해 한국미술이 평가되면서, 대부분의 논의나 주장들이 편협하거나 피상적인 접근만을 하고 있다.
미술사 쪽에선 그나마 한국미술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서울대파, 홍대파라는 파벌식 권력 싸움으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한국화를 말하면서 그 존립 근거를 대부분 중국화론이나 중국 정신사에 기초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의 정신적 뿌리가 있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    겸재 정선의 눈으로 본 진정한 한국의 미


조선 후기(1700-1850)는 두드러진 새로운 경향을 발전시키고, 가장 한국적이고 민족적인 화풍들이 풍미했었던 시대였다. 영·정조년간 자아의식을 토대로 크게 대두되었던 실학의 발전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쳐, 문학에서는 한글문학이,  음악에서 판소리 등이 발전할 수 있었다. 회화에서는 한국 산천을 그린 실경 산수화와, 그리고 한국인의 생활상을 소재로 삼아 다룬 풍속화가 유행했고, 민화도 발전했었다.



고려시대와 조선 초의 실경산수의 전통을 계승하여 상상적인 중국 풍경이 아니라, 직접적인 시각의 경험을 담아 생생함을 화폭에 담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로 산수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을 들 수 있다. 시각을 당기는 구도, 개성화된 각종 준법들, 농담이 강한 필묵법, 그리고 안온한 설채법 등 그의 화풍이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 당시 <진경산수화>를 ‘개벽’(조영석의 [관아재고] 4권)이라 칭했던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박연폭포, 정선, 18세기, 개인소장.jpg
박연폭포, 정선, 18세기, 개인소장



정선은 옛 그림을 많이 보고 전국 방방 곡곡 명산을 관찰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또한 그는 미불·예찬·동기창 등 중국 남종화 대가들의 화풍을 열심히 연구하고 두루섭렵하여 자신의 화풍을 형성하였다. 참된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명한 외래 문물을 수용한  <진경산수화>는 이런 그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왕제색도, 정선,  1751년, 호암미술관 소장.jpg

인왕제색도, 정선, 1751년, 호암미술관 소장



전체 구도, 포치, 공간처리 등에서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함으로써 정선의 작품은 어느누구의 작품과도 확실하게 구별이 되었다. 실경을 다룸에 있어서도 자유롭게 취사선택하여 생략을 하거나,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사의적 미의 세계, 즉 남종화가들의 본래 지향적 미의 세계를 자신만의 미의 세계로 새로이 구현하였다.
심사정, 강세황, 이윤영, 정수영 등이 정선의 화풍을 이어받아 정선파를 형성했고, 조선 말기 엄치욱, 유숙에게까지 그 영향이 이어졌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에도시대 회화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1763년 통신사 일행으로 일본으로 갔던 김유성이  일본에 남긴 <금강전도>와 <산각사도>, 김유성에게 보내온 이케노 타이가의 정중한 편지 등은 정선일파의 진경산수화와 남종화가 그곳에 소개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금강전도, 정선, 1734년, 리움미술관 소장.jpg

금강전도, 정선, 1734년, 리움미술관 소장



정형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한국 산수화 정립을 위해, 정선은 정통을 착실히 계승하고 외래 문물을 현명하게 수용하여 자기 것화하여 새로운 자신만의 창작을 이루어냈다.
가장 한국적인 산수화를 창출하고 우리나라 미술과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겸재 정선의 회화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화풍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정립된 미학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선 후기 대가 정선의 회화가 한국화, 한국의 미학의 정의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하고, 또한 새 미술문화 창출의 밑거름의 바탕도 마련해 줄 수 있다 여겨진다.



•    보이지 않는 전쟁


미학정립의 중요성은 이미, 2차 세계대전 후 문화패권을 두고 미국이 미술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를 중심으로 CIA까지 가담시키면서 유럽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것에서 알 수 있다. 이 혈전에서의 승리로 미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음을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던가?
창조산업이 무한한 부가 가치를 생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문화 전쟁에서 우리가 구비해야 할 경쟁력은 바로 정체성확립이다. 한국의 미학, 이것의 근본인 한국의 정체성은 우리 자신을 포함한 한국인 개개인의 정체성의 합이다. 따라서, 나 자신의 정체성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who am I.jpg



미학을 통해 누구나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서 세상에 드러내고, 나아가 개성을 찾아 단단한 나를 만들 수 있다. 나를 찾는 긴 여정에서 나에게 알맞은 아름다움을 찾고, 나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 산다면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유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세상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의견으로 판단하여 기호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분별화되고 개별화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세상이다. 따라서, 상품을 수출하거나 만들 경우 그 지역민들의 문화에 충돌하지 않기 위해, 그들의 미적 가치관이 어떠한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 우리 또한 다른 이들의 아름다움의 개념을 안다는 것은 국제화 시대와 동시에 개성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과 다를 바 없는 삶의 기술이자 전략, 전술이라 하겠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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