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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미술사의 뿌리가 된 그리스 미술과 문화 2

그리스인들은 기원전 8세기경부터 신상(神像)을 제작하고 숭배해 온 것으로 짐작된다. 아기원전 7세기 초에 제작된 <만티클로스 아폴로>상은(그림1) 작지만 신을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낸 초기 청동조각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인체의 비례를 머리와 상반신, 하반신으로 삼등분하고 상체를 역삼각형으로 나타내는 방법은 초기 도자기 그림에서 보았던 기하학적인 양식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인들의 초기 조각은 이집트와 동일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집트에서 인체를 등분한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했다. 그러나 기원전 7세기에서 5세기에 이르는 사이 인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만티클로스의 아폴로와 뉴욕에 있는 쿠로스 상의 표현양식의 차이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그림2). 아래의 격자도표에서도 보듯이, 실제로 전체 키를 23 1/4 단위로 나눈 이 상의 비례는 우리가 이미 이집트 미술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집트 조각의 비례와 일치한다. 전해지는 문헌에서도 당시 그리스 기술자들이 이집트에서 조각 술을 전수했다고 밝히고 있다.(그림2,3).
그러나 세부적 묘사에는 이집트 조각과 그리스 조각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그림3,4). 그리스 장인들은 우선 팔과 상체 사이, 다리와 다리 사이의 돌을 걷어 냄으로써 자연스러운 인간의 형상에 더 접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표현양식에서도 이집트 조각이 지배자의 힘과 권위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그리스상은 건장하고 절제 있는 남성상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그리스 조각이 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작은 조상에서 등신대 크기의 대리석상으로 발달한 것은 7세기 중엽부터이다. 기원전 7세기 즈음에 만들어진 뉴욕 쿠로스 (Kouros:소년 또는 젊은이라는 의미)상은 다소 경직되어 있기는 하지만, 건장한 남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무릎의 묘사에서 그리스 장인들의 해부학적인 관심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즉 인체의 자연스러움을 닮게 하면서 동시에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이상화된 인간의 모습을 구현하려는 조각가들의 시도가 기원전 6세기 전반의 아나비소스의 조각에서는 훨씬 더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그림 7).
주로 아르카익 시대에 만들어진 쿠로스상들은 신전 안에 모셔진 신들에게 봉헌하는 상이거나 무덤의 표시였다. 사모스 섬에서 몸통만이 출토된 아래 쿠로스상의 허벅지에는 "레우키오스가 나를 아폴론에게 바쳤다"라고 새겨져 있어 이 상이 신에게 봉헌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그림5).
아나비소스의 쿠로스 좌대에는 "여기 죽은 크로이소스의 무덤에 서서 그를 가엽게 여기라. 그가 전장에서 싸운 것 같이 아레스를 전멸시켜 그를 분노케 하였노라"라고 쓰여있다. 이 조각상은 무덤에 세워져 있어서, 지나는 이로 하여금 멈춰 서서, 이 상을 보고, 명문을 읽어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게 하는 매개체였다. 전쟁으로 죽은 주인공은 비록 땅 속에 묻혔으나 조각을 통하여 이러한 젊은이로 존재케 하려는 그리스인들의 바램을 느낄 수 있다.
뉴욕 쿠로스보다 약 반세기 후에 제작된 아나비소스 쿠로스는 인체묘사에서 큰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7). 머리를 작게 함으로써 전체의 인체비례는 8등신으로 보이고 기존의 선 묘사에 의존하던 뉴욕 쿠로스와는 달리 몸에 정확한 살을 붙임으로 뺨과 턱뼈가 해부학적으로 정교해졌다. 도식적이던 가슴묘사도 탄력 있는 근육으로 단단하게 보인다.
우리는 위의 네 상을 보면서 아르카익 시대의 그리스인들은 그들이 묘사하고자 하는 인물이 아폴로 신이거나, 봉헌자거나, 심지어는 전장에서 죽은 병사이거나 상관없이 모두 젊고 이상적인 신체의 누드상으로 묘사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원전 7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제작된 수많은 남자 누드상을 보면서 우리는 이 시대 그리스인들이 지향하던 도덕적인 이상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은 사회적 권위의 옷보다는 누드의 남성성 자체를 숭상하였으며, 또한 그들이 숭상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젊고 생명력이 넘치나 또한 절제된 남성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British Media / writer Jun H..Hⓒ)
필자(h.h.Jun)미학 및 미디어 강사/ 한국에서 시인과 미술평론 및 연출가로 활동하다 현재 런던에서 체류하며 미디어 강사와 작품활동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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