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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헨 시내관광, 아헨 자연농장, 그리고 연합회 임원회의 - (1)

 

Aachen 시내관광

 

오늘은(2915 718) 아헨 자연농장에서 오후 2시에 재독한인총연합회 임원회의가 있는 날이다. 신성식 부회장(베를린)의 제의로 이왕이면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오전에 일찍 만나서 Aachen 시내를 관광하고 오후에 있는 회의에 참석하자는 의견이 나왔었고, 가이드론 나를(황만섭) 추천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의 Aachen 나들이를 하는 날이다. Frankfurt에서 Aachen까지는 270km. Aachen은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이렇게 세 나라가 만나는 국경에 있다.

 

미안스럽게도, 프랑크푸르트한인회장이자, 재독한인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인 박선유 회장 내외가 우리를 픽업(06:50)하러 우리 집에까지 왔다. 오늘은 회장님들이 회원님들을 모시는 날이다. 도중에 Idstein 맥도날드에서 다른 일행들과 만나서 한 차로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고 들려준다. 고속도로 3번에서 Idstein으로 빠져 그쪽 방향으로 1~2분 달리면, 바로 길가 오른쪽 편에 맥도날드가 있다.

 

우리가 도착하니 밤 근무를 마치고, 회의 참석을 위해 김춘토 부회장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후엔 유제헌 회장 부부가 이광일 관리분과 위원장과 같이 Vito 8인승으로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그 8인승으로 옮겨 타고 유제헌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님이 직접 운전하는 차로 아헨을 향해 달렸다. 평소에는 회원들이 회장님을 모셔야 하는데, 오늘은 우리가 회장님을 운전기사로 채용했으니, 회장이 우리를 모시는 모양새다. 그래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걸 어렵사리 참았지만, 우리들은 기분이 붕~ 뜨는 즐거움에 빠졌다. 기분 만점이다.

 

오늘 있는 임원회의 참석자 30여 명 중에서 아헨 시내관광을 하기 위해 10:00시에 시내 중심에 있는 Dom(대성당) 앞에서 모일 사람은 18명이라고 귀띔 해준다. Aachen Dom 1978년에 독일에선 첫 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 된 곳이다.

 

프랑켄 왕국의 역사에서는 아헨이 중요한 중심점에 서있다.

유럽의 넒은 땅을 차지한 로마인들은 군대생활까지도 지겹고 귀찮았던지 서기 300년경부터 게르만민족을 불러들여 용병으로 근무를 시켰고, 375년엔 동쪽에서 훈족이 쳐들어오자 게르만민족들은 쫓겨서 쫓겨서 로마가 있는 남쪽으로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을 하게 된다. 자연스레 로마 군대는 게르만민족들로 채워졌고, 결국엔 서기 474년 오토아케르라는 게르만 장군에 의해 로마가 망하게 된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살쾡이가 호랑이 노릇을 하고,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말처럼 로마가 망한 주인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에는 내노라는 지역 영주들이 곳곳에서 나라를 세우게 되지만, 후에 그 중에서 프랑켄 왕국이 로마보다 더 큰 나라로 통일을 하게 된다.

 

프랑켄 왕국의 가장 전성기 때는 아무래도 칼 대제(742-814) 시절이다. 그는 아헨 대성당 건축을 시작하고 온천을 개발 한다. 그 후, 서기 840년 루이 1세가 죽기 전, 아들3형제에게 서프랑코, 중프랑코, 동프랑코로 나라를 세 등분해서 자식들에게 물려주었고, 뒤에 중프랑코를 차지했던 장남 ‘로타르’가 죽자, 그 땅을 다시 두 동생들이(루이1, 2) 나누어 갖는다. 그게 오늘 날 정확한 국경은 아니지만, 대개의 동프랑코( 2)는 독일이 되고, 서프랑코(루이 2)는 프랑스가 된다.

 

또다시 세월이 흘러 서기 911년에 왕이 후계자를 남기지 못하고 죽게 되자, ‘다음 왕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쟁 끝에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왕을 뽑기로 했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가, 서기 919년이 되어서야 작센의 ‘하인리히’를 왕으로 뽑는다. 하인리히의 아들 ‘오토’가 로마 교황청의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정책을 펴면서, 그에게 감동한 로마 교황이(교황 요한네스12) 이름만 거창한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관을 오토에게 씌워준다. 군대가 없으니 이름만 거창한 신성로마대국이었다. Aachen Dom에서는 600년 동안이나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의 대관식을 가졌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신성로마제국은 1806년 나폴레옹에 의해 망한다.

 

위와 같은 지난 역사 설명과, 세계역사를 바꾸어버린 두 남자의 이야기, 독일이 어떻게? 언제부터? 잘 살게 되었는가 등 독일역사의 변천사를 이야기 하면서 시내를 돌아보는 관광에 들어갔다. 아헨 중심가의 옛 골목길을 지나 시청 광장, 시청사 등을 구경했고, 대성당은 그날따라 거창한 결혼식이 있어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12시가 지나서 회의 장소인 자연농장을 향해 출발했다.

 

아헨 시내에서 불과 25km 밖에 떨어져있지 않는 아주 가까운 자연농장을 못 찾고, 차가 돌고 또 돌다 보니 먼 길이 되어버렸다. 옛날엔 돈 적이 없었다는 유 회장이 오늘은 산적한 연합회 일만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에 문제가 있었는지? 우린 몇 번을 돌고 또 돌았다. 어쨌던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도 회의장소인 자연농장에 도착했다. 자연농장을 못 찾고 돌았다는 이야기는 회장님의 체면이 걸려 있는 문제라서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다 이렇게 글로 썼으니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 글을 읽더라도 유제헌 회장님께는 비밀로 해주기 바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회의하는 당일 날 무사히 자연농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또 이 달이 다 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없다. 그냥 회장님이 무진장 고마울 따름이다.

 

도착해보니 밭에서 나오는 진수성찬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져 있다. 주지육림만 없었고, 바다에서 나오는 생선으로는 멸치 몇 마리가 나물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만, 나온 반찬만 해도 몇 날, 몇 일을 먹어도 끝이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음식들이다.

 

곧바로 회의장으로 온 다른 임원들과 주고 받는 인사들이 가족처럼 뜨겁다.

이름 모를 정자나무는 가지와 잎이 겹겹으로 무성해서 그늘 또한 몇 겹이 되어 평상에 앉으면 신선 노름이다. 평상에서 먹는 음식 또한 천하일미다. 나 같이 욕심 많고 영리한 사람들은 음식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옆에 서서 먹고 또 먹는데, 워낙 욕심이 없고 점잖은 신사들은 적당히 먹고 미련 없이 멈춘다. 그래서 내(황만섭) 배는 두둥실 동산처럼 올라오고, 날씬한 다른 사람들의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아헨 자연농장

 

장광흥 사장과 박봉순 여사가 부부이자, 아헨자연농장 주인들이다. (이하 광흥씨, 봉순씨) 슬하에는 장녀 장애정(33) 장남 장효승(31) 차남 장준승(28)이 있다. 애정이는 아헨 시청에 근무하고, 뒤셀도르프 사립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장남 효승이는 잘나가는 회사에 메니저로 연봉이 엄청나다. 차남 준승이는 아헨공대에서 대단히 공부를 잘하는 수재다.

 

얼마 전, 장남 효승이는 누나(애정)와 동생(준승)의 한국왕복 비행기표를 사서 보냈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두 사람이 불편 없이 마음대로 돈을 쓰라며 카드도 각각 만들어 주는 우애가 남다른 이 집 장남이다. 효승이는 서울과 지방에 아파트를 사놓고 부모님들이 농장 일을 그만 두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다니면서 편한 여생을 보내시기를 바라지만, 억지는 부리지 않는다. 항상 부모님들의 뜻을 존중하는 효자다. 광흥씨와 봉순씨는 채소를 재배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지금 생활이 즐겁단다.

 

애정이는 시청 근무가 끝나면 곧바로 농장으로 달려와 농장 일을 돕는 효녀다. 아헨 공대에 다니는 준승이 역시 시간만 나면 농장 일을 돕는 효자다. 애정이는 오늘도 임원회의를 위해 독일 각처에서 오신 어른들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이곳 저곳 살피면서 소리 없이 돕는다. 한참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저런 딸 하나 있었으면, 저런 며느리 하나 얻었으면 하는 마음들이 굴뚝같이 생겨난다.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던 집사람이 내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저런 며느릿감이 있었을 줄 알았으면, 우리도 35년 전에 아들을 하나 더 낳았을 텐데…”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차남 준승이도 평상 위의 모든 사람들이 내 아들이었으면, 저런 사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눈치다. 어른들의 식사가 끝나자 애정이와 준승이가 나란히 밥을 들고 평상으로 와서 우리들이 앉아 있는 앞에서 곱게 그리고 예쁘게 식사를 한다. 어떻게 키우면 저렇게 키울 수 있는가? 채소농사만 잘 한 줄 알았는데, 자식 농사 또한 몇 배나 더 잘한 이 집 부부가 부럽고 부러웠다.(글:재독한인총연합회 자문위원 황만섭 www.segy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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