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하는 여성들, 정말 ‘선택’한 일인가
현재 우리나라 여성취업자의 24.6%인 2,642천명(2014년)이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이다. 약 30년 전에는 전체의 53.9%(1984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편이다. 그러나 여성취업자 10명 중 2.5명이 자영업자는 사실은 이 또한 중요한 여성고용의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남녀 모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임시직 근로자, 무급가족종사자로 보낸 기간이 길수록 자영업을 할 확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영세한 저소득층이며, 임금근로자 보다 학력이 낮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이 자영업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여성 자영업자의 유형을 살펴보자. 현재 여성 자영업자 중에 직원이 있는 경우는 13.6%에 불과하다. 나머지 46.6%는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이고, 39.7%는 무급으로 가족 사업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다.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을 하게 되면 장시간 영업과 노동, 불안정하고 낮은 소득구조 등 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출퇴근에 얽매이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잠재 고객을 위해 ‘손님이 있는 없든 (가게를) 무조건 열어야 한다’. 대부분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영업하고, 주말에도 영업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출이 적을수록, 영업시간은 늘어난다. 불안하기 때문에 가게 문이라도 계속 열어 놓는 것이다.
부부가 종업원 없이 자영업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A씨는 “들어가면 일, 눈뜨면 일, 나와서 일”이라고 표현하면서 이중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영업시간이 길다보니 가정생활과의 양립도 쉽지 않다. 아이들은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사업장에 머무른다. 대부분 야간까지 문을 여는 자영업의 특성상 아이들도 밤늦게까지 사업장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마저도 여의치 않는 경우에는 부모는 가게에, 자녀는 집에 홀로 방치된다. 여성 자영업자들은 이외에도 ‘안전에 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대부분의 업종이 야간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간에 혼자 영업을 하는 여성들은 일하는 동안에도 신변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면도로에 위치한 건물의 1층에서 혼자 미용실을 운영하는 B씨는 창업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협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CCTV를 설치했다. “여자 혼자 있으니까 저도 무서워요. 이 골목이 밤이 되면 전등하나 없어요. 토요일 날 밤이 되니까 주위가 어두워지고 사람들도 안 다니고 그때는 식당들도 문을 닫아요.” B씨의 말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여성 C씨도 업종의 특성상 새벽시간까지 영업을 하면서 강도가 들어온 경험을 한 후로는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껴 영업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취업이 어려운 집단이 자영업을 ‘선택’하게 되지만, 시장경제의 구조상 자영업으로 생존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누군가 망하고 나간 그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는 희망을 안고 창업을 한다. 여성의 경우 자영업을 하더라도 소자본으로 영세하게 시작해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집단이라 사회적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한편에서는 창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취업과 달리 창업은 소규모라도 자본이 투자된다는 점에서 리스트가 큰 경제활동이다. 그러나 취약계층 여성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어 소규모 창업이라도 하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창업지원도 중요하지만, 취약계층 여성의 생계형 창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여성신문 기고문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