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脫) 문재인 깃발’을 들고 독자행보에 나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 갈등에서 한발 물러서있던 안철수 의원이 드디어 ‘탈(脫) 문재인 깃발’을 들고 독자행보에 나섰다.
안 의원은 그동안 경제 관련 정책 분야에 집중해 오던 것과 달리 정당 혁신과 선거제도 개혁 등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맞서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적극 드러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세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지를 넓히려는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의원이 당의 재보선 지원과 국가정보원 카카오톡 해킹 사건의 당 특별위원회 활동 등으로 당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판단과 더불어 야권 신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때도 대비해 운신의 폭을 넓히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안의원은 지난 9월 2일 전북대에서 열린 ‘공정성장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좌담회에서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며 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안 의원은 “야당이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2017년 정권 교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4·29 선거의 참담한 패배에 따라서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은 변화를 보여줬어야만 했는데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와 당 혁신위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한 후 야당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당의 일대 변화와 쇄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정풍운동이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을 강조했다.
또 안 의원은 “지금 당의 혁신이 제대로 된 혁신인지 국민께 의견을 공개적으로 물어야 한다”며 “지금 당의 결정과 행보가 과연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행보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현 지도부 퇴진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세력으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안 의원이 이 같은 작심발언으로 문재인 지도부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1일 김한길 전 대표도 “그동안 지난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많은 애를 쓰긴 했습니다만, 그 성과가 국민들의 희망을 자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신당 창당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은 4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최근 '당의 혁신이 실패했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대표를 맡으셨던 분이 폄하하는 말씀을 하신 것은 예의에 벗어난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혁신위는 체질을 바꾸고 우리 당의 리더십을 강화해 당의 안정을 꾀하면서, 공천 혁신을 통한 인적쇄신을 해 나가고 있다"며 "혁신위는 당이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당원과 국민 모두에게 외면받는 상황에서 필요성에 의해 생긴 것이어서 아주 열심히 혁신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함께 실천해야 한다"면서 "혁신 자체를 무력화시키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최근 당 혁신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일침을 놨다.
안 의원의 ‘반문(反文)’ 행보가 신당 움직임에 힘을 싣게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안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야권 차기 주자들을 껴안으려는 문 대표와 대조를 이루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한길 전 대표 등 그를 신당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들이 과연 안 의원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냐는 의문도 상당하다.
야권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분석가는 “김한길이나 박영선 등 현재 안철수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동시에 손학규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지 않느냐”며 “당을 깨고 신당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김한길 같은 사람은 늘 ‘스페어’를 손에 쥐고 움직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