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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화 예술 산책 16

강간 그리고 예술적 살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치


강간 그리고 예술적 살인

탈무드에 그리고 함무라비 법전에 그리고 성서에 새겨진 “이에는 이 그리고 눈에는 눈”이라는 구절은 범죄자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었다. 비록 누군가에게 이빨이 뽑히더라도 상대방의 이빨 이외에는 더 이상 가해하지 말고 눈이 뽑히더라도 상대방의 눈 이외에는 가해하지 말라는 법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끝없이 잔혹하여 자신이 입은 상처는 그 누구의 상처보다도 깊게 생각되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보다 더 큰 보복을 계획한다. 자신을 가해한 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자신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일이고 존재감을 상실케 하는 일이라서 반드시 칼을 갈아 자신의 존재감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명예롭게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


인생에서 가져가야 할 가치의 판단을 잘못 설정하면 자신의 틀에 갇혀 옥살이 하다가 궁극에는 국가 공권력이 정해준 감옥에서 세금을 축내가며 무위도식하게 된다.


강간의 추억을 예술적 살인으로 앙갚음한 여인의 작품을 통하여 명예살인의 진수를 찾아 본다. 짐승 같은 남자들을 정의의 칼로 찔러 저승으로 날려보내는 여인의 복수를 통하여 페미니즘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 본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오늘날 비평가와 학자들에게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강인한 여성을 주제로 여러 작품들이 보여 주고자 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녀를 최초의 페미니즘 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 초기의 카라바지오의 강렬한 명암법에 영향을 받은 여류 화가다. 페미니스트 열전에 항상 최초의 여류화가로 이름이 올라 있는 여성이다.


여성들에게 금지된 예술학교는 입학도 못해 보고 어린 시절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의 화실에서 회화를 접했고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에게 데상과 유화물감 만드는 방법 그리고 유화의 기법을 배웠다. 같은 화실에서 작업하는 남동생들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과 재능을 보였다. 아버지에게 배운 회화기법에 당대 유행이 되기 시작한 카라바조풍의 강렬한 명암 대비 법을 덧입혔다.


17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는 딸의 미술 교육을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아고스티노 타시(Tassi1566-1644)에게 딸의 교육을 부탁한다. 얼마 후 친구 타시를 딸의 강간범으로 고발한다. 모든 간통 사건이나 강간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아르테미시아는 강간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 사회에서 의심 받을 만하고 부정한 여자로 취급 당하고 여인으로서의 자신의 무력함을 감당하게 된다.


재판이 있는지 한 달이 지난 후, 그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아버지 오라치오는 피렌체의 한 화가인 피란토니오와 그녀를 결혼시킬 준비를 한다.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강한 열정으로 그림을 통하여 스스로를 세워 나가며 가정의 주부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작품에 자신을 쏟아 붓는다. 피렌체로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테미시아는 카사 부나로티의 소개로 메디치 가문 및 찰스 1세의 후원을 받게 되었다.


피렌체에서 지낼 당시, 아르테미시아와 피란토니오는 4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을 낳았다.


여성들에게 회화 수업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에 그녀는 23살 때 여성으로는 최초로 피렌체 디세뇨 아카데미아의 회원이 되는 영예를 얻었다. 여류화가로 최초 역사적화나 종교화를 그렸다. 여성들은 지적 활동이 금지되었던 당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예술가의 얼굴, 예술적 살인의 얼굴


48- 회화의 알레고리 자화상(Autoportrait en allégorie de la peinture )유화,98.6 x 75.jpg

 
회화의 알레고리 자화상(Autoportrait en allégorie de la peinture )유화,98.6 x 75.2cm 1638-39영국의 윈저궁전 소장품



작품은 영국 왕실에서 작업하던 아버지 오라지오와 합류한 시절의 자화상이다.


대부분의 화가들의 자화상은 자신의 시선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렘브란트가 그랬고 다비드가 그랬고 반 고호 세잔이 그랬다.
이 여인은 자신을 보지 않는다. 자신이 성실하게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자기 예술 세계에 성실하게 임하고 캔버스에 색을 입히는 붓질에 몰입하고 있다. 한 예술가가 입신하여 스스로 회화가 되어 가고 있다. 새로운 회화의 뮤즈 탄생을 보여 주는 순간이다.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는 여인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넘어서 자기의 예술 세계에 깊이 빠져 있다. 여인은 눈에서는 실성한 여인처럼 광채가 어리고 있다. 배경에 깔린 어두움에서 떨어져 나온 화가는 다른 세상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빛이 여인을 비추고 있는 것 같지만 주변의 빛보다 이 여인이 자체가 뿜어내는 예술적 빛에 눈이 부시다.


이 여인의 시선은 가까이 곁에 다가서 보면 방향 없이 섬찟한 광채가 나면서 난다. 방향 없는 시선은 어쩌면 기억을 찾고 있는 시선일 수도 있다. 보지 않아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 기억으로 붓질할 수 있다. 이 여인의 시선에서 빛나는 메랑콜리한 광기는 반고호의 작품에 나타나는 고향을 그리는 화가의 넋이 나간 시선을 생각하게 한다.


옆 모습으로 드러난 화기의 자화상은 동료의 초상화처럼 그려졌다. 자기에게 시선을 맞추지 않고자신을 모델 삼아 그린 어색한 초상화는 작품을 마주 하는 나를 당황케 한다. 순간 나의 소설 같은 설정을 우스개 거리로 만들어 주는 새로운 뮤즈를 보게 되었다. 여인은 어느 순간 추억이나 집착이 예술로 변형되는 현장을 보여 주고 있다.  


예술에 입문하였을 때의 나쁜 추억은 붓질을 거듭해도 잊혀 지지 않는다. 여인은 어떤 영감에 강하게 끌려 가고 있다. 예사치 않은 집착의 눈길은 심리적 초조감이다. 캔버스 위에서 붓과 칼이 무기가 되어 캔버스를 채워 나갈 때 여인의 눈 빛에 강렬한 예술혼을 읽어 볼 수 있다.


그녀의 붓과 칼은 그녀를 추억에서 벗어나게 하며 예술에 침몰하게 만든다. 여인의 시선은 더 이상 과거를 보지 않는다. 여인은 작품을 통하여 더 높은 곳으로 다가 가고 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살인녀들


48-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홀레페르네의 목을 자르는 유딧(Judith et Holopherne1612-1613년작) 유화 199 x 162.jpg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홀레페르네의 목을 자르는 유딧(Judith et Holopherne1612-1613년작) 유화 199 x 162.5 cm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



짐승 같은 남성들에 대한 보복은 예술로 한다. 여인의 작품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어두움의 분위기는 카라바지오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자기 인생의 시작에서 만난 어두움이기도 하다. 어두움이 짙으면 빛도 강하다. 빛은 몸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둠가운데 자신을 드러낸다. 어두움을 열고 나온 두 여인은 침대 위의 건장한 남정네의 목을 자르고 있다.


나폴리에서 전시되었을 때 생생하게 표현된 잔인함과 단호함이 주는 표정은 아르테미시아가 겪었던 고통에 대한 복수심을 나타낸다고 해석되었다. 작품에서 뿜어 나오는 폭력의 흔적은 어린 시절 스승에게서 받은 강간의 추억에 대한 회상이다. 화폭의 유딧 여인의 찡그리고 있는 얼굴에서 화가는 인생길에서 준비해온, 복수의 시간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온 자신의 회한을 그리고 있다. 


아시리아인들의 왕 네부카드네자르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암살하기 위하여 부유한 미망인 유딧은 자기의 시종을 대동하고 홀로 장군의 방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압제자에 저항하여 일어난 정의의 상징으로 정의의 화신으로 태어나게 된다.


20세기의 비평가 롱기(Longhi)에 따르면  누가 상상 할 수 있을까? 이 하얀 침실에서 이 금수와 같은 끔찍한 살육이 벌어 질 수 있다고? 이 여인은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한 여인이 이 그림 전부 다 그렸다고?"


살인의 공범도 여인이다. 건장한 여인이 장군의 몸을 고정시키고 유딧은 하녀 아브라와 함께 적의 장군의 목을 따면서 혹시 자신의 아름다운 비단 옷에 붉은 피가 튀어 옷을 버릴까 염려하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조금 멀리 밀어 내며 칼질 하고 있다.
마치 주부가 하녀와 함께 주방에서 양이나 토끼나 닭을 잡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살인을 마치고 냉정함을 되 찾았을 때 자신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옷에 짐승의 피가, 범죄의 피가 묻어 있다면 그것은 살인요리를 잘못한 거다.


여인의 굳은 의지는 복수의 시간을 기다린다. 서서히 작품이 익어 가고 예술이 완성되어 감을 느낄 때 여인이 붓을 잡았던 손에는 칼이 쥐여 진다. 자신의 내면에 숨겨 두었던 복수의 칼은 이제 피를 튀기며 원수의 목을 자르고 있다 단호하면서도 서서히 목을 자른다. 같은 길을 가는 같은 처지의 하녀도 거들게 된다. 경직된 근육과 찡그린 표정으로 단호함과 강인함을 보여 주지만 막상 목을 자르는 여인들의 표정은 반대로 연민의 빛도 함께 스쳐 가고 있다. 하지만 칼은 천천히 확실하게 목을 어깨에서 잘라 내고 있다.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은 대 부분 확신범들이다.


구약 성경의 유딧서에 비춰진 유딧과  하녀 아브라는 조국을 위하여 적의 장군을 함께 목을 자르고 있다. 모든 역사가 그런 것처럼 자신의 나라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살인을 저지른 것은 다 정당한 것이다. 살인이 정당성을 갖추려면 국가나 민족의 이름을 빌려야 한다. 사사로운 개인의 원한을 성경에 빚 대어 복수 할 때 이는 역사적 예술적 살인의 기록으로 후세들이 감동 받을 만하다. 성경의 살인은 살인자가 우리편이기 때문에 사건으로서 살인 행위가 아닌 구국의 결단으로 성스러운 여인으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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