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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09.22 13:35
암살: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기억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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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기억하고 있다고. 암살, 프랑스 개봉 미정 (한국 개봉 2015년 7월 22일) 최동훈 감독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항일투쟁 암살 작전에 대한 영화 ‘암살’을 보았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영화와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임시정부 요원 염석진(이정재 분)은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데 작전은 실패하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된다. 작전 장소는 이완용이 금광 채굴권을 따내려는 강인국(이경영 분)을 일본 총독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폭발과 날아드는 총탄 속에서 총독을 구출해낸 강인국. 그는 총독을 구한 공로로 자신의 앞날이 창창할 것을 예견하며 부상을 입은 와중에도 기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 비밀 회동의 기밀을 사전에 임시정부에 알리고 부상당한 염석진을 자신의 집에 숨기기까지 한 이가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된다. 모든 정황을 강인국에게 당당히 밝히며 염석진을 데리고 만주로 가겠다는 아내. 아내는 강인국의 쌍둥이 딸들을 친정으로 데려가는 길이라며 일본군의 포위를 뚫고 길을 나선다. 강인국은 집사를 뒤따라 보내며 염석진과 아내를 죽이고 쌍둥이 딸들만 데려오라고 하는데… 이 도입부에서 염석진, 강인국, 쌍둥이 딸들에게 주목해 본다. 이들은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자 역사의 주요 인물들이다. 독립 운동을 했지만 실패를 경험하고 생사의 기로에 놓인 염석진. 상식을 넘어서는 친일 행각의 강인국. 한 명은 독립군으로, 다른 한 명은 친일파의 딸로 자라게 되는 쌍둥이 자매. 20여년 후 염석진은 강인국과 카와구치 일본군 대장의 암살 작전을 위해 독립군 안옥윤(전지현 분), 속사포, 황덕삼을 상해로 데려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기밀에 부쳐야 할 이들의 행방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염석진. 그는 종로 경찰서 탈옥 1호로 회자되며 종로 경찰서를 극적으로 탈출, 임시정부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일제의 가혹한 고문과 회유로 일제의 밀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이중 첩자 행각을 의심한 김구는 염석진의 부하를 보내 그를 미행하게 한다. 이를 알게 된 염석진은 자신의 부하를 무참히 총으로 쏘고 본격적으로 일본 경찰에 합류한다. 자신의 딸 미츠코를 카와구치의 아들과 약혼시키며 친일 행각과 부의 축재를 공고히 하려는 강인국. 강인국과 카와구치 암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와중에 안옥윤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미츠코를 마주한다. 강인국 또한 미츠코의 쌍둥이 언니 안옥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인국은 안옥윤의 숙소를 급습하고 먼저 찾아와 있던 미츠코를 안옥윤으로 착각, 자신의 손으로 사살하고 만다. 자신의 동생이 아버지 손에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안옥윤. 작전의 실패로 황덕삼은 죽고 속사포는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그러나 그녀는 미츠코로 행세하며 카와구치의 아들과 자신의 결혼식을 다시 거사일로 준비한다. 염석진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처음엔 독립 운동을 하다 일제의 회유, 고문 등으로 변절했던 친일 인사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이에 악질 친일 경찰이었던 노덕술 등을 합친 인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덕술은 악질 친일경찰로 활동했으나 해방 후 경찰 간부로 활약해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반공 투사”의 칭호까지 받았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되기도 했지만 반민특위 해제로 풀려났고 경찰직에서 고위 간부로 재직하다 말년에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출마했다. 친일 행각을 위해 자신의 아내, 딸까지 죽이는 강인국은 일제에 비행기 등을 헌납한 여러 친일 거부들과 비견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강인국과 염석진이 응징을 받지만 이 캐릭터들의 실존 인물로 여겨지는 친일 인사들은 대부분 해방 후에도 부와 명예를 누리고 평화로운 말년을 보냈다. 안옥윤의 실존 인물은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열사로 여겨진다. 남자현 열사는 영화 속 안옥윤과 같은 지청천 부대 소속으로 1933년 관동군 사령관인 무토노부요시 암살 작전 중 부하의 밀고로 잡혀 6개월여의 투옥 후 단식 투쟁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는 일본인 암살로 악명이 높아 인류사에 오사마 빈 라덴에 이어 2위의 현상금(320억원)이 붙었다는 약산 김원봉, 말이 필요없는 김구 선생 외에도 실패 위험이 커져가는 암살 작전에 두말없이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드는 황덕삼. 독립군 연락소를 운영하며 암살 작전을 지원하다 일본 경찰에 발각되어 자결하는 아네모네 마담 김해숙. 독립운동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라며 너스레를 떨던 속사포가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 홀로 기관총을 들고 마지막 작전 장소로 향하는 모습이 있다. 이런 극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실제의 사건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 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엄연한 현실인 광복 70주년의 대한민국이다. 친일파가 역사의 심판을 받기는커녕 광복 후 정, 재계, 문화계까지 장악했었고 그들의 자손들이 부와 권력을 세습받은 것도 독립 유공자들의 후손들이 독립 운동에 가산을 쏟은 부모로 인해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유공자 혜택마저 열악한 현실은 새삼 언급하기도 구태의연한 사실이다. 영화에서 안옥윤은 우리가 독립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죽을 것이 뻔한 암살 작전에 나선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으로 마음이 아프고 행동이 바빠지는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이 되길 바래본다.
프랑스 유로저널 석부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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