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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17:50
프랭키와 쟈니(Frankie & Johnny, 1991)
조회 수 1937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번 신부의 아버지(Father of the bride, 1991)를 소개한 이후 오랜만에 필자가 아끼는 작품 한 편을 소개한다. 우연의 일치로 지난 번 소개한 ‘신부의 아버지’와 같은 해에 개봉했던 영화 ‘프랭키와 쟈니’. 줄리아 로버츠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귀여운 여인’의 게리 마샬 감독이 ‘귀여운 여인’의 차기작으로 연출한 작품인데다 알 파치노, 미셸 파이퍼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임에도 흥행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는 Terrence MacNally의 희곡인 ‘달빛 속의 프랭키와 쟈니(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이 ‘Frankie and Johnny’는 미국의 오래된 구전 팝송이기도 하다. 대개의 로맨스 영화들이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담고 있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중년 남녀의 사랑, 그것도 마냥 로맨틱하거나 마냥 슬픈 그런 극적인 사랑이 아니라 평범한 중년 남녀의 사랑이 조금씩 이루어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뉴욕 소시민들의 삶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연출을 맡은 게리 마샬 감독의 전작인 ‘귀여운 여인’을 통해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박하고 잔잔한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인 탓에 ‘귀여운 여인’과 같은 솜사탕(?) 같은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한 면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주인공인 프랭키(미셸 파이퍼)는 이전 사랑했던 남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사는 평범한 중년의 웨이트리스, 쟈니(알 파치노)는 어설픈 범죄로 감옥살이를 막 마치고 나온 중년의 요리사. 이 둘은 같은 식당에서 일을 하며 만나게 되고 프랭키에게 한 눈에 반한 쟈니의 구애가 펼쳐지지만 사랑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프랭키로서는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사실, 알 파치노와 미셸 파이퍼는 설명이 필요 없는 걸작 ‘스카페이스’(1983)에서 이미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실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두 배우들은 특별하지 않지만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중년 남녀의 감성을 훌륭하게 살려내며,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따스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두 주연 남녀 외에도 디즈니의 ‘라이온 킹’에서 ‘티모’의 목소리 역으로 유명한 배우 나단 레인이 프랭키의 게이 룸메이트로 출연해 웃음을 선사하며, 주인공들이 일하는 식당의 인물들 또한 영화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프랭키의 마음을 가까스로 열게 된 쟈니가 프랭키를 데리고 새벽 꽃시장을 찾아 데이트를 하던 중 꽃으로 가득 찬 트럭이 열리면서 꽃으로 가득한 배경에서 둘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 창문을 통한 영화 속 각 인물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저마다의 소중한 삶을 보여주는 장면 등 게리 마샬 감독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따스한 감성을 장면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특히, 마빈 햄리쉬가 담당한 본 영화의 음악은 영화의 따스함을 더해주고 있으며, 영화의 주제곡이나 다름없는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주인공인 프랭키와 쟈니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일등공신으로 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곡은 훗날 ‘오션스’ 시리즈에서도 등장한다. 영화가 전하고 있는 사랑은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다. 다만 마음을 열고, 마음을 감싸주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으로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닌, 우리네 삶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가장 소중한 선물로 그려지고 있다. 젊은 남녀의 요란한, 지나치게 극적인, 또는 닭살스런 애정 행각만을 그려낸 요즘 로맨스 영화에 실증난 관객이라면, 특히 자신이 중년에 접어들었다고 여겨지는 관객이라면, 마지막으로 삶의 온기가 식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 감상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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