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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7 16:20
여성, 그들만의 이야기들
조회 수 1619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주 여성 감독들의 영화 이야기에 이어 이번 주에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특히 가슴이 훈훈해지는 영화 몇 편들을 소개한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1) 아마도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일 것 같다. 파니 플래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감독의 짜임새 있는 연출력도 연출력이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4명의 여주인공들의 연기 앙상블이 환상의 경지에 가까운 작품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제시카 텐티,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 같은 고참급 여배우들과,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과 메리 루이즈 파커 같은 젊은 여배우들이 튀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남성들의 우정이 주로 폭력이나 특별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여성들의 우정은 말 그래도 삶 그 자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각박한 삶과 인간관계로 감성이 메마른 이들은 본 작품을 통해 가슴이 훈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조이 럭 클럽(1993) 이제는 헐리우드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는 웨인 왕 감독의 최고 걸작으로 이 영화를 감상한 거의 모든 여성들이 눈물을 흘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1940년대에 극심했던 가난과 핍박, 여성차별을 피해 중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온 4명의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딸들이 모여 너무나 다른 모녀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지난 시절 여성들이 겪었던, 특히 아시아 여성들이 겪었던 어찌 보면 한 맺힌 이야기들을 통해 과연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재조명하고 있다. 빠른 템포와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삶에 대해 진지하고, 또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수작이다.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여성 관객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삶, 정서에 대해 잘 모르는 남성 관객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만의 리그(1992) ‘빅’, ‘사랑의 기적’과 같은 따스한 영화를 연출해온 여성 감독인 패니 마샬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사상 유일할 것 같은 여성 야구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많은 남성들이 전쟁터에 불려나가 야구 선수들이 부족해져서 여성 야구단이 탄생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근히 영화에 욕심이 많은 마돈나가 ‘에로’를 벗어버리고 솔직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운동 선수 역할이 왠지 잘 어울려 보이는 ‘텔마와 루이스’의 지나 데이비스, 그리고 ‘빅’의 톰 행크스가 청일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얼핏 얼마전에 개봉한 우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유사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마돈나가 직접 부른 주제곡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 및 훌륭한 영화음악도 놓치지 말 것. 조강지처 클럽(1996) 따스한 시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 위의 작품들과는 달리, 본 작품은 여성들의 강인함과 우정을 코믹하고 통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무엇보다 골디 혼, 베트 미들러, 다이안 키튼이라는, 말 그래도 헐리우드 베스트 중년 여성 배우 삼총사가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꼭 맞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냄과 동시에 세 명의 멋진 호흡을 이루어낸, 마치 실제 친구 사이인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은 중년이 되어 남편들에게 버림받았으나 의기투합하여 각자의 남편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다. 대부분 평범한 중년 여성이 되면 직면하게 되는 고민들, 상황들과 같은 심각한 주제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코미디로 표현해낸 휴 윌슨 감독의 연출력도 뛰어나다. 영화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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