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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프랑스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영화스러운(?) 영화라고 한다. 사실, 프랑스 자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적으로 프랑스 영화는 그다지 크게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드물고, 말 그대로 재미가 많이 결여되어 있다. 그나마 90년대 까지만 해도 일반 관객들도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프랑스 영화와 나름 프랑스 영화 관객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요즈음에는 그마저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헐리우드가 의외로 좋은 프랑스 작품들을 호시탐탐 노렸다가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헐리우드로서는 미국에서 탄생(?)하기 힘든 소재의 영화들에 탐을 냈을 만도 하다. 게다가 리메이크가 시도된 작품들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들.

오늘은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프랑스 영화들, 특히 추억 속에 아련히 자리잡고 있을 조금 오래된 영화들을 다시 한 번 소개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프랑스의 여성 감독 콜린느 세로가 연출한 1985년 작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는 따스함이 넘치면서도 프랑스 특유의 유머가 살아넘치는 수작이었다. 남녀의 역할 구분이 조금씩 무너지던 시기에 마침 성인 남성들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육아를 경험한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신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1987년 ‘뉴욕 세 남자와 아기’라는 제목으로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다. 아무래도 미국식 폭소를 유도하다 보니 다소 과장되고 화려한 맛이 더해져, 프랑스의 원작보다 감성적인 면에서는 뒤쳐지는 면이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강우석 감독의 우리 영화 ‘미스터 맘마’도 비슷한 소재와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

‘레옹’으로 이미 성공적인 헐리우드 입성은 물론, 세계적인 인정을 얻은 뤽 베송 감독의 1990년작 ‘니키타’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레옹’ 장 르노가 역시 암살자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레옹’의 모태가 되기도 했으며, 당시 드물었던 여성을 주인공으로한 액션 영화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헐리우드 영화보다 뛰어난 오락성을 갖추었음은 물론, 뤽 베송의 작가적인 연출이 어우러진 수작이었다. 그리고 1993년 헐리우드는 ‘토요일 밤의 열기’, ‘전선 위의 참새’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존 바담 감독을 기용해 ‘니키타’의 리메이크 ‘니나’를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풋내기였던 브리짓 폰다가 오리지널 니키타, 안느 빠릴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내공을 지니고 있었고, 유쾌한 분위기 연출에 더 재능을 보인 존 바담 감독의 연출력도 뤽 베송의 그것에 한참 못미쳤던 바, 비평과 흥행 모두 망한 영화가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대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주연한 1982년작 ‘마틴 기어의 귀향’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다루고 있으며,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심리 묘사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거의 10년 뒤에 헐리우드에서 역시 톱스타인
리처드 기어와 조디 포스터를 기용하여 배경만 남북 전쟁 직후로 옮긴 ‘써머스비’로 리메이크되었다. 비록 큰 호평이나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가 뛰어났으며, 원작의 정통성을 잘 보존한 작품이었다.

1782년에 출간됐던 프랑스의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는 여러 나라에서 여러번 영화화되었다. 원작에서 보여지는 프랑스 귀족사회의 화려함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타락성, 그리고 욕망과 본능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세월이 흘러도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되는 그것이었다. 처음 영화화는 프랑스에서 1959년 로저 바딤 감독이 당대 최고의 여스타 잔느 모로와 제라르 필립을 주연으로 기용하여 만들었으며, 이후 영국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이 1988년에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 그리고 1년뒤 밀로스 포만 감독이 ‘발몽’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했다. 그리고, 1999년도에는 완전한 현대판 미국 영화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으며,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도 2003년도에 이재용 감독의 연출로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을 주연으로 기용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바람둥이 주인공 ‘발몽’ 역은 스티븐 프리어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존 말코비치의 발몽이 가장 우수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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