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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내 고향 안동아 잘돼그래이!



내가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등하교 길은 안동 웅부를 지나쳐야 빠른 길이었다. 오가면서 은연중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게 역사의식이란걸 뒤늦게 인지했다.
안동 웅부를 알아가면서 향토애로 발전하게 됐다.

안동지역은 삼한시대에 진한에 속하다가 신라초기에 창녕국으로 개편되면서 고을이 자리잡게 됐다. 안동이란 지명이 나온역사는 이렇다. 고려 태조왕건 이후 백제의 견훤을 참패시킨 고창전투에서 이 지역 고을 성주인 선평과 행, 길에게 승전의보은으로 안동 부로 지명을 내리며 성씨를 하사했다.


1963년 시로 승격한 후 1995년 시군통합이래 안동의 행정구역은 안동시 풍산읍 그리고 13개 면이다. 행정구역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다.
안동 지역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지방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국보급 문화재로는 봉정사 극락전, 봉정사 대웅전, 신세동 7층 전탑, 하회탈, 징비록에다가 보물 36점 사적, 천연기념물, 중요 민속, 무형 문화재가 상당하다.
하회마을은 세계문화유산이다. 봉정사의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쌓은 탑을 전탑이라하는데 타지방에는 거의 없다. 안동지기가 낙동강따라 흐트러질 것을 방비한 비보탑으로 추정되는데 전탑이 아직도 많이 존속한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 유일한 지방 나들이는 안동이었는데 하회별신굿 탈춤 관람, 유성룡 종택 충효당 방문 시에는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갔다. 역사에 대한 예우였다. 그리고 안동 토속음식으로 73세 생일상을 받았다.
안동은 전국적으로 문중, 종택고택이 최다이다. 유교의 본향답게 유교적 문화유물이 많다. 서원향교가 수 없이 많다. 도산서원, 병산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이겨냈다.
독립운동가 배출 또한 전국 최다인데 유공자만 하드라도 321명 이다. 임정초 대국무령 이상룡은 만석꾼 부자인데 가산을 팔아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다.


안동의 대표적 저택은 이상룡 생가인 임청각이다. 일제때 전국적 첫 의병항쟁인 갑오의병이 안동에서 일어났다. 을사늑약에 항의하여 순국한 60여 명은 전국 최다이다. 안동 문화권을 합치면 순절자가 2천여 명이나 된다.
안동 독립기념관은 임하면에 소재한다. 그 기념관에는 김용환의 일대기가 전시되어 있다. 김용환은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짐짓 파락호로 살며 700 마지기 옥토를 팔고 종손임에도 종택을 세 번이나 팔아 만주 독립군들의 군자금으로 보냈다.

우리 아베 참봉 나으리라는 글은 그의 외동딸이 쓴 글인데 독립운동을 하는 후손들이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아야 했던가 구구절절이 알려주고 있다.
고려 공민왕이 재임 10년 차일때 제2차 홍건적의 난으로 안동으로 몽진했을 당시에 안동 웅부라는 현판을 썼다. 청량산 축육봉부근에는 공민왕을 모시는 사당이 많다. 노국공주가 난을 피하여 안동으로 올 때 송야천을 건널 수 없게되자 동네 부녀자들이 인간다리를 놓았다는 사연에서 놋다리 밟기 민속놀이가 나왔다. 왕의 어머니는 도산면에 위치한 왕모산에 피신해 있었는데 훗날 이육사가 그 산에 올라 시상을 다듬으니 절정이라는 시가 되었다.
그 현판을 안동 군청사 정문 위에 항시 달아 놓았으니 나에겐 등하교길의 중간지점을 알리는 이정표 역할이기도 했다.
공민왕이 70여일 머문 안동은 임시수도이기도 했다. 개혁군주 공민왕은 왕건과 함께 고려사에 심도있게 자주 등장하는 왕이다. 조선의 개국공신들은 훈구파들인데 당시 조선개국을 반대한 대표적 사림이 안동유림들이었다. 안동의 남인계열은 숙종이 후조정에 큰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숙종 재위시절 남인계열 축출사건을 경신환국이라 한다. 인현왕후 민씨의 복위문제와 관련하여 남인세력이 대거 축출당한 사건이다. 세력에 밀린것이 양반도시로 남을 줄이야. 고로 정치격변에 상관없이 고유풍습, 문화가 커나갔다. 하회탈 놀이는 양반을 놀리는 주제이다. 안동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제탈춤페스티벌에는 국내외 탈춤단체들이 참가한다.

한양 장동에 살던 김조순가문은 60여년의 세도정치를 구가했는데 그의 증조부가 한양으로 올라와서 장동에 터를 잡고 장동김씨로 본을 만들었다. 남인계열은 사도세자 지원세력이었는데 정조가 즉위하자 안동김씨파가 조정에 다시 등장되며 그때 김조순의 딸이 순조비로 간택되면서 순조, 헌종, 철종시대 세도정치를 펼쳤다. 안동김씨 세도정치는 장동김씨의 세도정치로 해야 맞다. 안동김씨의 시조는 고려개국공신 김선평으로 원래 경주김씨파였으나 고려 태조왕건이 선평에게는 안동김씨, 행에게는 안동권씨, 길에게는 안동장씨 성을 하사하여 각 성씨의 시조가 된다.


장길은 장정필과 동일인물이다. 이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삼태사인데 나에게는 어릴때 기와담장을 동무들과 넘어들어가 장난치던 넓은 놀이터였다.
안동은 태백산맥의 지맥을 따라 도시가 이뤄졌으며 낙동강이 큰 모습으로 흐른다. 동쪽지역은 산이 험하나 서쪽지역은 그나마 평야가 조성되어 있다.
토산물 부동의 전국 1위의 생산량은 사과와 고추이다. 마는 전국생산량의 7할을 생산한다. 마를 잘게 찢어 찐 다음 베틀로 삼베를 만든다. 안동포는 여름나기용 옷으로 최고이며 수의용으로 비싸다. 궁중 진상품이었다.
껴~라는 사투리에서 안동사람들을 껑꺼이라 부른다. 언론매체의 빠른 발달과 교통수단의 편리성으로 어느지방 할 것 없이 사투리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다. 안동문화원 주최 안동사투리 살리기대회가 열리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사투리는 인도 범어와 연관성이 있기에 사투리, 방언 사용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안동 사투리권역으로는 예천의 성봉화영주영양울진청송영해이다. 지형 특성상 가장 사투리를 많이 구사하니 보수적 방언이라고 할까.
안동 음식이라면 찜닭이 유명하다. 찐 닭으로 요리된다. 안동식혜가 기막히다. 끓이지않고 발효시킨 식혜는 고두밥에 생강, 고춧가루, 무, 엿기름으로 만든다. 한겨울 살짝 얼은 식혜를 먹으면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다.
버버리 찰떡은 맛도 있고 영양만점이다. 떡을 한입 베어 물면 너무 맛있고 입안에 쩍 붙어 벙어리가 된다고해서 사투리 버버리로 이름지었다. 떡고물은 떡속에 넣지 않고 팥고물, 콩고물로 떡 전부를 잔뜩 묻힌 것으로 전국 어디에도 없다. 건진국시가 맛깔스럽다. 삶은 국수를 찬물로 행군다음 은어를 다려서 만든 장국에 말아 먹는다.

헛제삿밥을 먹고나면 양반이 따로없다. 간장에 비벼먹는 헛제삿밥은 양반집안의 밥상이다. 제사를 올리고난 뒤 음복을 재현한 밥상인데 제사를 올리지않고 먹는다하여 헛제삿밥이다. 집안 제사상에는 문어가 올라간다. 선비의 고향답게 글월 문의 문어를 좋아한다. 물고기에 문자든건 문어뿐이다.
안동 간고등어는날로 인기이다. 상하지 않게 소금으로 간해 찐다. 반찬 없을땐 간고등어 한 마리면 밥도둑이 된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이 높다하여 고등어이다. 45도 안동소주는 순곡주이며 선물용으로 인기 있었다. 안동 한지, 안동 한우가 특산물이다.


안동을 지켜주는 서악사, 학가산이 자랑스럽다. 나는 한때 많은 시간을 풍수지리에 골몰한적 있다. 풍수를 황당한 사술이라면 굳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 풍수는 한국인들의 유산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풍수는 한민족 고유의 자연관이다. 한반도는 고래로부터 풍수를 바탕으로 발전한 사례가 아주 많다. 안동 시내에서 명당을 찾으라면 서슴없이 안동 웅부가 걸렸던 옛 군청자리이다.
목성동 천주교회가 자리잡은 곳은 거북이 낙동강을 바라보는 지형이다. 여기선 안동시내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어릴때 자주 놀러가서 긴 나무칼을 휘두르며 안동을 호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거
북형묘가 있는 송천동 향교도 땅기운이 좋다. 음택의 발복은 논외로치고 친환경적 자연관의 풍수이면 모두에게도 유익하다. 풍수 인테리어도 이유있다.


스스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자처하는 안동에는 다음달 11월 경에 드디어 경북도청이 이전할 예정이다. 공무원을 위시하여 타지역 사람들이 많이 입주하면서 향토의 전통풍습이나 문화가 뒤섞일 것이다. 사투리조차 변화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면서 이질감을 극복한다면 내 고향 안동은 내륙 중심부의 새로운 바람으로 조국에 큰 힘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어이, 안동아 잘돼그래이.

2015년10월20일,
독일 Offenbach에서  손병원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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