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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를 통해 소개하는 마지막 인물, 바로 김영빈 감독이다. 한국 영화를 어지간히 섭렵한 분들에게도 그 이름은 다소 생소할 수 있겠는데, 사실 김영빈 감독은 연출작이 많지 않으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영화계에서 다른 일들은 꾸준히 해왔지만 연출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중일 것이다.

지난 시간 소개한 김성홍 감독이 우리 나라에 유일한 스릴러 전문 연출가라면 오늘 소개하는 김영빈 감독은 액션 전문 연출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짝패’에서 직접 주연도 맡아 고난도의 액션을 몸소 선보인 류승완 감독을 비롯, 이제는 액션을 제법 잘 담아내는 연출가들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김영빈 감독이 특별한 것은 유일하게 임권택 감독의 액션 연출 재능을 전수받은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감히 임권택 감독을 액션 연출가로만 한정지을 수는 없지만, 임권택 감독의 액션 연출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음은 부인할 수 없겠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영빈 감독은 졸업 후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판에 입성했다. 임권택 감독 밑에서 영화 수업을 착실히 쌓던 그가 조감독으로 참여한 ‘장군의 아들’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은 한국 영화의 흥행을 부흥 시켰으며, 헐리우드와 홍콩 액션 영화에 한창 물들어 있던 한국 관객들에게 정통 한국 액션의 참맛을 가져다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군의 아들’ 1, 2편의 조감독으로 연출 수업을 착실히 쌓은 김영빈 감독은 1992년 드디어 자신의 첫 연출 데뷔작인 ‘김의 전쟁’을 내놓는다. 일본에서 야쿠자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여 화제가 되었던 실존 인물 김희로 사건을 영화화한 본 작품은 재일 교포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던 야심찬 의도는 좋았으나, 주제 의식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고,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면서 그다지 좋은 평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김영빈 감독은 본 작품으로 그해 백상예술대상, 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제 등에서 신인 감독상을 석권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어서 연출한 93년 작 ‘비상구가 없다’는 당시 사회적인 이슈였던 오렌지족을 등장 시키고,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이었으나, 제작사를 비롯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개봉 시기를 놓치고, 나중에 간신히 개봉했으나 비평, 흥행 모두 참패했다.

여기서 연출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던 김영빈 감독의 진가를 확인시켜준 작품이 바로 95년 작 ‘테러리스트’. 아마도 한국 액션영화 최고 걸작으로 손꼽힐 이 작품은 김영빈 감독이 가장 잘 하는 것, 바로 액션 연출이란 이런 것이다를 증명하듯 지금 봐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당시 터프가이의 대명사였던 최민수가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독고 영재의 악역도 훌륭했다. 비평, 흥행 양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본 작품으로 김영빈 감독은 주목받는 흥행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이어서 연출한 96년 작 ‘나에게 오라’는 송기원의 원작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를 각색하여 영화화한 작품으로, 70년대 전라도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방황과 타락, 고뇌와 사랑을 그려내며 오히려 ‘테러리스트’보다 더 뛰어난 작품성을 선보였다. 박상민이 장돌뱅이로 출연, 멋이 있는 액션이 아닌 실제 싸움과 같은 액션을 선보였고, 김정현도 방황하는 청춘을 섬세하게 표현했으나 아쉽게도 흥행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영빈 감독의 영화 세계를 경험하고픈 이들에게는 오히려 ‘테러리스트’보다 이 ‘나에게 오라’를 반드시 감상할 것을 적극 추천할 만큼 좋은 작품이다.

아쉽게도 김영빈 감독의 대표작은 ‘테러리스트’와 ‘나에게 오라’ 단 두작품에 그쳤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후 97년에 내놓은 ‘불새’는 이정재의 이미지와 스타성에만 의존한 졸작이 되어 버렸고, 2000년대 들어서는 ‘삼청교육대’, ‘질주’라는 영화들을 연출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불행히도 두 작품 모두 실제로 개봉이 되었는지, 아니 완성이 되었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어느덧 2000년대 후반이 이른 지금, 다행히도 김영빈 감독이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와 반가울 따름이다. 남북한 특수요원을 소재로 액션 블럭버스터로 기획되고 있는 ‘키사드(KISAAD)’의 각색을 맡았으며, 새로운 ‘장군의 아들’ 시리즈 역시 김영빈 감독이 연출할 예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즘은 액션 영화들이 너무 화려하고, 특수 효과도 과도하게 사용되고, 멋있게만 보이려고 하는 듯 하다. 아무쪼록 조만간 김영빈 감독만이 선보일 수 있는 멋진 액션 영화 한 편이 개봉되어 오랜만에 선 굵은 정통 한국식 액션을 맛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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