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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1 20:44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조회 수 1322 추천 수 0 댓글 0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절대적인 평등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시간’일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 이 시간에 대한 철학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가장 심오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싶다. 만약에 당신에게 어떤 하루가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면 시간이 흐르지 않고 같은 장소에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즉 하루라는 시간 속에 고립된다면? 물론,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1992년 해롤드 래미스 감독이 연출한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은 바로 이러한 시간의 고립 속에서 과연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지, 시간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유쾌하고도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원제인 ‘Groundhog Day’는 미국과 캐나다의 기념일 ‘성촉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미국적 소재인 만큼, 영화 수입사에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한글 제목을 붙였다. 기상 캐스터인 필은 상당히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면이 많은 인물이다. 필은 성촉절 취재를 위해 펜실베니아의 Punxsutawney로 출장을 가는데, 카메라맨과 그리고 순수하고 매력적인 신인 여성 PD 리타와 함께 동행한다. 걸인에게 동전 한 푼 주기 싫어하고, 오랜만에 만난 동창을 귀찮아 하고, 사사건건 까칠하고 불평, 불만에 부정적인 필, 그런데 취재 종료 후 Punxsutawney를 떠나려는데 폭설로 그들은 할 수 없이 Punxsutawney에 며칠 더 머물러야 한다. 그런데, 다음날 호텔에서 잠을 깬 필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놀랍게도 어제, 성촉절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어제 있었던 일들이 그대로 벌어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참 인상적인 작품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서른 즈음인 지금까지도 틈틈이 다시 보고 있는, 개인적으로 참 아끼는 영화이다. 하루라는 시간에 고립된 주인공은 어차피 어떤 일을 벌여도 내일 아침이 되면 모든 게 똑같아지는 만큼, 말 그대로 맘대로 행동한다. 난폭 운전, 돈을 훔치고, 낯선 여자와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고, 식탐을 부려 보기도 하고, 그럼에도 시간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인공은 결국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다음날 아침이면 멀쩡한 모습으로 또 같은 하루와 함께 깨어난다. 죽음 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지만 그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 늘 까칠하고 부정적이었던 그는 조금씩 자신을 바꾸어 가면서 주어진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걸인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주위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랑을 베풀기 시작한다. 얼음 조각 공예를 배우고 피아노도 배워본다. 그리고, 함께 온 여성 PD를 통해 진실한 사랑도 찾게 된다. 그렇게 사랑 넘치고, 긍정 적이고, 남을 위한 마음을 갖게 되고 나서 결국 그는 시간의 고립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영화가 필자에게 특별한 이유는 부끄럽게도 필자 역시 주인공처럼 차갑고 냉정한 면이 있고, 타인을 위한 마음이 많이 부족하고, 불평, 불만도 잘 하는데다, 부정적인 면도 매우 강한,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칫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상태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주어진 시간을 어떤 사람으로, 어떤 자세와 어떤 행동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우리는 답답한 일상에 지쳐 법이고 사회고 상관없이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꿈꾸지만, 이 영화에서 행복은 뭐든 거리낌 없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타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 또한 긍정의 힘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보여준다. 똑 같은 시간에 비판하고, 불평하고, 남을 외면하면서 부정적인 상태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사랑하고, 포용하고, 오늘 하루 밖에 없을지언정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긍정과 희망을 가질 것인지... 고달픈 세상살이에 만사가 귀찮아지고, 만사가 부정적으로만 여겨질 때면, 타인과 세상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메마를 때면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곤 한다. 이런 저런 일로 한동안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비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지내다가 간신히 빠져 나왔다, 물론 이 영화도 다시 보면서. 참 쉽지 않은 세상살이, 먹고 사는 것도 전쟁인데 우리들 마음 속에는 그보다 더 힘겨운 수 많은 마음의 전쟁들이 일어난다. 그렇게 전쟁으로 지치고 마음 상한 당신이라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비록 삶은 전쟁이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그 시간을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장 행복한 답을 찾게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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