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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22:37
무엇을 걸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영화 속 도박
조회 수 1595 추천 수 0 댓글 0
그 해악성이 지적될 지라도 도박은 영화에 참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극적인 상황, 그런데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운’에 달려있거나 때로는 실력을 가장한 속임수에 달려있다. 도박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 그 중에서도 탐욕을 가장 잘 담아낸다. 이러한 까닭에 그 동안 도박을 소재로 수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 졌다. 그 영화들 가운데 고유의 개성을 지닌 몇 편을 오늘 소개한다, 다만 우리가 흔히 ‘도박’이라고 일컫는 전형적인 도박 외에도 도박의 본질을 지닌 소재가 사용된 영화도 포함했다. 스팅(The Sting, 1973) 1930년대 시카고 암흑가를 무대로, 착한(?) 사기꾼 두 명이 거물 악당을 속임수로 골탕먹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도박이 본격적인 소재로 사용된 원조 격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의 도박은 도박의 본질적인 성격들을 주제로 사용하기보다는, 도박을 배경으로 혹은 포커와 경마광인 악당을 골탕먹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미 ‘내일을 향해 쏴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조지 로이 힐 감독과 로버트 레드포드, 지금은 고인이 된 폴 뉴먼 트리오가 다시 만나 만든 작품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흡,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주제가 ‘The Entertainer’가 관객들을 사로잡은 걸작이다.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 아마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도박은 바로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러시안 룰렛은 6분의 1 확률로 사망할 수 있는 게임. 미국의 평범했던 젊은이들이 월남전에 참전하고, 베트콩에게 잡혀 그들이 재미 삼아(?) 벌이는 러시안 룰렛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면서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간신히 적으로부터 벗어나지만 러시안 룰렛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닉(크리스토퍼 워큰)은 스스로 러시안 룰렛의 포로가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데... 6분의 1 확률로 총알이 장전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존무상(1990) 오우삼 감독과 주윤발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의 시대가 저물고 등장한 장르가 바로 이 도박 영화였다. 홍콩 영화의 고질적인 단점이 아류작 양산으로 수준 이하의 도박 영화들이 우후죽순으로 제작되었으며, 후반에는 주성치가 등장하여 코믹 도박 영화까지 이르렀는데, 그 모든 홍콩 도박 영화들 중 아마도 최고 걸작은 바로 이 ‘지존무상’일 것 같다. 당시 최고의 콤비였던 유덕화, 알란탐이 주연하여 우정과 사랑, 도박과 액션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친구를 위해 도박사인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손을 담보로 결투를 벌이고, 한 잔에만 독이 들어있지 않은 세 잔의 술잔을 놓고 목숨을 담보로 잔을 선택해 마셔야 하는 유덕화, 그리고 결국은 목숨을 잃은 유덕화를 위해 마지막 승부를 벌이는 알란탐의 도박이 홍콩 느와르의 정서와 결합되어 찡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라운더스(Rounders, 1998) 뉴욕의 법대생인 주인공이 포커를 통해 인생을 저당잡힌 도박 한 판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도박의 성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도박을 통해 얻어지는 짜릿한 쾌감과 엄청난 부, 그러나 한 번 도박에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그리고 결국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되는. 그리고 그것이 꿈 많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의 경우일 때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본 작품이다. 특별히 맷 데이먼, 에드워드 노튼, 그리고 존 말코비치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타짜(2006) 설명이 필요없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우리 영화사상 최고의 도박 영화를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치는 도박을 매개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적나라한 실상. 탐욕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서양의 카드와는 다른 동양의 화투만의 매력(?)도 잘 담아내고 있다. 과연 도박을 통해 주인공들이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도박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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