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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8 23:35
지난 날의 월스트리트를 보고 싶다면...
조회 수 2567 추천 수 0 댓글 0
미국발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경기가 초토화된 이 시점에서 새삼 미국의, 또 전 세계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를 바라보게 된다. 한 때는 전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들었던, 현대 자본주의의 표상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며 수 많은 이들에게 달콤하고 화려한 유혹을 선사했던 월스트리트. 필자 개인적으로 2002년도에 뉴욕을 방문했을 때 고층 빌딩숲이 우거진 월스트리트를 거닐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이라 그냥 여기가 월스트리트구나 하면서 거닐고 사진 몇 장을 찍었을 뿐, 월스트리트가 실제 어떤 곳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상징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지금은 전 세계로부터 금융 위기의 주범으로 지탄 받으며, 날마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는 그곳은 결국 현대 자본주의에 눈먼 인간들이 허황되게 쌓아올린 바벨탑이었을까? 평범한 근로자들은 평생 만져볼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움직이는 곳, 그리고 어쩌면 그 돈의 논리와 힘이 그 어느 곳보다 막강한 곳, 한 사람의 인생을 역전시키는 곳, 영화의 소재로써 월스트리트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월스트리트를 소재, 배경 혹은 주제로 삼고 있는 영화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월스트리트를 영화로 담아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경험은 실제 월스트리트 근무 경험자가 아니고서는 갖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90년대, 2000년대 들어서 월스트리트를 담은 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가 제법 월스트리트를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 오늘은 그 두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오락성도 상당히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라 이미 많은 이들이 봤겠지만, 요즘의 금융 위기와 초췌해진(?) 월스트리트의 현재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감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 1987)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7년도 작품으로, 아마 월스트리트를 제대로 다룬 유일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제목 자체가 ‘월스트리트’인 점도. 젊고 순수한(?), 그러나 야망에 불타는 증권 브로커가 월스트리트 증권 거물의 총애를 얻으면서 월스트리트에 입성한다. 그러나, 막상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젊은이는 그들의 세계, 그들의 속성에 물들어가면서 점점 영혼을 잃어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갈등하는데... 이미 올리버 스톤 감독의 걸작 ‘플래툰’에서 월남전에 참전한 순진한 초년병 역으로 열연했던 찰리 쉰이 무대만 월남전 전쟁터에서 월스트리트로 바뀐 채 유사한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의 거물로 등장하는 마이클 더글라스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완벽하게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는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뛰어드는 월스트리트라는 세계가 과연 그렇게 좋기만한 곳인지, 그곳이 과연 인간에게 참된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곳인지, 화려해만 보이는 월스트리트의 이면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워킹 걸(Working Girl, 1988)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1988년 연출한 ‘워킹 걸’은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테스는 똑똑하고 꿈많은 여성,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여상사인 캐서린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테스는 비서가 아닌 상사인 캐서린의 역할까지 감당하게 된다. 일개 비서였던 테스는 금융 전문인으로 가장하여 중요한 비즈니스를 추진하게 되고, 캐서린의 애인인 잭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발견한 캐서린은 테스의 정체를 폭로하고 나서는데... 천대 받던 비서가 커리어 우먼으로 멋지게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우연을 가장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아류로 읽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월스트리트 세계에서 여성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그리고 여성 또한 놀라운 능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과, 꿈과 재능을 지닌 인물이 결국 기회를 잡아 성공하는 아메리칸 드림까지 다양한 코드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영원한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는 능글맞은 비즈니스맨을 그럭저럭 소화하고 있으며, 나름 악역으로 볼 수 있는 시고니 위버의 연기는 매우 뛰어나다. 최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의 배역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듯.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금발 미녀 멜라니 그리피스를 마치 영화 속 테스처럼 재탄생 시키며 그녀의 최고 주연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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