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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스트로노미의 미래를 부탁해, 셰프 용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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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몇몇 사람에게서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와 패랑디(Ecole Ferrandi) 두 정통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음식과 한식 두 분야를 섭렵한 요리사로 용석원 셰프를 소개받았을 때 기자는 이 질문은 꼭 하리라 마음 먹었다. “프랑스의 맛은 어디 가면 찾을 수 있나요?” 미식의 도시 파리에 살고 있지만 “프랑스 음식 맛있는지 잘 모르겠어” 하는 말에 고개를 서로 끄덕이는 몇 몇 한인들을 대표해서 말이다.


유로저널 : 요리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용석원 님 : 사실 요리는 중 2 때 시작했습니다. 한식 자격증을 땄고 당시 경기도 시흥에서 새로 개교하는 요리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개교하는 학교이고 관심이 높아 경쟁률이 상당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공부를 못했었거든요.(웃음)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요리를 포기했었습니다. 그 이후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사회체육과 전공을 살려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했는데 제가 거기서 공부를 잘했거든요. 그런데 교수님이 외국인이 공부를 해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하기엔 어렵다고 제가 더 잘하는 쪽으로 진로를 바꾸기를 권유하셨습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미국 현지에서도 주로 전직 스포츠 선수들이나 변호사들이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2009년 미국 LA 파사디나에 있는 꼬르동 블루에 편입했습니다. 한국에서 취득했던 자격증이 인정을 받아 중간 과정으로 편입할 수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 프랑스엔 어떻게 오시게 됐죠?


용석원 님 : 꼬르동 블루에서 제가 앞으로 어떤 요리를 해야할지 생각해 보고 한식에서 프랑스 요리로 전환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요리엔 관심이 많은데 한국 요리는 모르는 학생들을 보면서 화가 나곤 했었지요. 스타쥬를 포함한 1년 과정 후 일본계 식초회사인 미즈칸이 주최한 식초를 활용한 요리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습니다. 당시 최종 3명에 포함되었는데 제가 요리를 설명하는 언변이 부족해서 3위에 그친 것으로 보시고 주변에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여하튼 입상을 계기로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외국에서 일할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김소희 셰프님을 좋아하는데요. 여장부시지요. 김소희 셰프님이 일하시는 오스트리아의 레스토랑에 지원했는데 오스트리아는 비자가 까다로워 제가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때 꼬르동 블루의 지도 교수님이 자신의 지인이었던 프랑스의 윌리엄 리듈(William Ledeuild) 셰프에게 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윌리엄 리듈은 제가 일하는 Kichen Galerie Bis의 본점격인 ZE Kitchen Galerie의 오너 셰프이시고 또 제가 저의 프랑스 아버지라고 부르는 분이시지요.


유로저널 : 프랑스 요리의 맛은 난해한 것 같기도 하고 비싼 가격 등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같습니다.


용석원 님 : 프랑스 요리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유명한 정통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비스트로로 20, 30유로의 코스 요리로 제대로된 맛을 내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 등 조금만 노력하시면 주변에서 그런 곳들을 접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 Kitchen Galerie Bis에서 퓨전 스타일의 프랑스 요리를 하시는데 한식 재료를 잘 활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신김치 같은 재료는 좀 활용하기 힘드시죠?


용석원 님 : 얼마 전에 제가 담근 신김치 국물을 과일 퓨레와 섞어 소스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보였는데 맛있다고들 하셨습니다. 저는 한식 재료를 많이 사용합니다. 한식 얘기하니 좀 흥분이 되는데 우리 한국이 한식을 알리는 방법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들은 거의 대부분 일본 간장을 사용합니다. 프랑스인들도 “유쥬”하면 유자로, “미소”하면 일본 된장으로 알아들을 만큼 일부 식재료는 대명사화 되어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파리 근교에 있는 야마시따 농장, 오페라의 이쌔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일본 야채는 일반 야채의 3-4배 수준의 고가이지만 또 유명 레스토랑에서 즐겨 사용됩니다. 일본이 식재료로 프랑스 요식업계와 식문화에 침투하려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식하면 떡볶이, 김치 등 완성된 음식만을 주로 소개합니다. 프랑스 음식이 우리에게 낯설고 조리법 또한 바로 따라하기 힘든 것처럼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성된 음식을 바로 소개하니 생소하고 더 이상 활용하기 힘든 것이지요. 한식 식재료는 참 우수한데 프랑스에 일본 식재료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유명 셰프 데이빗 뒤땅 등이 최근 한국 기업과 손을 잡고 한국 식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반갑게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 맛의 기준은 어디에 두시나요? 본인의 입맛? 아니면 전문학교를 졸업하신 요리사로서 절대적인 맛의 기준이 따로 있나요?


용석원 님 : 레스토랑 맛의 기준은 셰프(레스토랑의 주방장, chef de cuisine)의 입맛입니다. 셰프는 손님 테이블로 나갈 모든 음식을 미리 시식하고 싱거운지 짠 지를 판단합니다. 셰프가 지적하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있어야지요. 음식의 간, 플레이팅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셰프의 결정을 따르게 됩니다. 셰프의 결정에 따라 일체의 반발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주방에도 군대와 유사한 군기가 필요하지요. 레스토랑의 주방은 여러 모로 다소 거칩니다. 저는 그런 일까지 당해본 적은 없지만 제 이전 세대분들은 프랑스 식당에서도 구타를 당해 봤다고 하시고요. 저도 프랑스 욕은 많이 압니다.(웃음) 아무래도 칼과 불이 있는 곳이다 보니 긴장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유로저널 : 냉장고를 부탁해 등 한국은 셰프 열풍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용석원 님 : 저는 좋게 생각합니다. 저도 ‘냉부해’를 보면서 이미 유명한 셰프분들이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메뉴를 15분 안에 해내는 것을 보며 놀랐습니다. 또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청자들이 셰프들이 추구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y)에 대한 인식을 더 깊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에서 성공한 셰프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레스토랑을 열었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한국 분들이 가스트로노미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한 것같습니다. 한국에서 한식 식당의 가격이 고가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한식이 김치와 장류 등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그러한 노력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제대로된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지요. 그래서인지 해외에서 성공한 셰프들이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열면 왜 음식 가격이 비싼 지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은 것같습니다. 좋은 재료 또 좋은 맛을 내기 위한 시간과 노력들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사실 가격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데 말입니다. 무조건 비싼 음식이 좋은 음식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노력을 들여 제대로 맛을 낸 음식이 제대로 평가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근처 일본엔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이 있는데 우리 나라에는 왜 그런 식당이 없는 건지… 미슐랭의 별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 음식이 대내외적으로 제대로된 평가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유로저널 : 요리 철학이 있으시다면요?


용석원 님 : 저는 아직 제 스타일이 정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배우기 위해 프랑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기 위해서라면 하루에 14-16시간 일하는 것도 아직은 괜찮고요. 저는 프랑스식 테크닉에 한식의 식재료가 가미된 퓨전 요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과정 안에서 한식을 좀 더 알리는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유로저널 : 한식을 알리는 프랑스 가스트로노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용석원 님 : . 맞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는 다소 부끄러워졌다. 프랑스 퓨전 요리로 이 분야에서 인정받은 그는 한식 재료를 프랑스 퓨전음식에 활용하고자 현장에서 노력하고 한국의 가스트로노미 문화와 한식 알리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기자는 프랑스 음식이든 한식이든 점심 한 끼 가격에 내 입에 맞는 맛만 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식문화 발전을 용석원 셰프에게 부탁하며 이제 기자도 동네 비스트로를 가든 한식당을 가든 좀 더 음식의 맛과 재료에 관심을 갖고 특히 만드신 분, 서빙하시는 분 모든 분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아야겠다.


프랑스 유로저널 석부리 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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