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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기에…. 전성준 그 곳은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은 새까만 석탄가루가 우박처럼 쏟아지는 땅 속 수천 미터 막장, 고막을 찢는 판처(Panzer)의 굉음과 지열이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연옥 같은 지하 막장,
그곳에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석탄 가루에 뒤범벅이 된 땀에 젖은 빵으로 허기를 때워 가며 아름다운 꿈을 차곡차곡 쌓는 그들의 일터였다.
정기적으로 고국에 보내는 송금영수증이 한 장 두 장 늘어 가고, 모처럼 큰 몫 돈을 받아 들고 감동하는 부모형제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에 큰 보람을 느끼며 3년의 계약을 마치고 다시 연장 근무를 자처 했다.
그토록 지긋 지긋한 가난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까짓 지하 막장에서 탄을 캐는 일이 힘들까... 숨이 막하는 석탄가루 미세먼지가 두려울까... 그들한테는 물불을 가리지 않은 젊은 패기가 있고 잘 살아 보겠다는 꿈과 희망이 있어 아름다운 청춘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나 돈을 쥐면 모든 소원이 쉽게 이루어 질줄 믿었던 그 꿈과 희망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그 많은 세월 속에 배신과 불신의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모래성처럼 사라져 갔다.
이제 나이테가 하나 둘 늘어 가면서 믿고 속아 온 현실이 가슴앓이로 남아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 감춰진 흔적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폐부 깊숙이 박혀 있던 미세먼지 탄가루가 좀비(zombi)와 벰파이어(Vampaier)로 변해 노약한 그들을 괴롭혔다.
호흡이 힘들고 계단 하나 오르기에도 숨이 가쁘고 폐가 돌덩이처럼 굳어 가는 규폐증 악명 높은 륭엔크랩스(Lungenkrebs)에 시달려야만 했다.
인명은 재천이라 오늘, 내일 순서를 가리지 않고 주변에 정다운 친구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지워간다.
대석이 형님이, 석근이 재순이 동우 종선이 동이가 떠나고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그들이 있기에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대가 도래 했건만 누구 한 사람 제대로 축복을 받지 못한 채 그토록 그리워하는 고국 땅을 뒤로하고 낯 설은 이국땅에서 그들은 쓸쓸히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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