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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ARTNOW
2016.01.19 01:30

박서보와 한국의 단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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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런던 아트 나우(London Art Now #5)
박서보와 한국의 단색화


 


28- 1.jpg


[화이트 큐브에서의 개인전 프리뷰 당일 자신의 작품 앞에선 박서보 화백]



 한국 미술의 대표적인 브랜드 ‘단색화’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와 영국의 가디언 등에서 2016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새로운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예견이 담긴 특집 기사를 내보기도 했다. ‘단색화’는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미술 사조로, 한두 가지 색채나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으로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작된 지 한 세대가 흐른 지금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 유사성 등으로 인해 서양의 모노크롬(한 가지 색만 사용해 그린 그림)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단색화는 국내외에서 한국의 독창적 미술 사조로 인정받고 있다. 곽인식,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이동엽,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등이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단색화가 다시 조명 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 해외 주요 아트페어(프리즈 마스터스, 아부다비, 아트바젤마이애미, 아트바젤스위스 등)에 한국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소개되면서 부터다. 특히 단색화 대표작가인 이우환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MoMA에서 회고전을 가지며 국내 미술역사에 큰 획을 그으며 한국 단색화의 독창적 미학을 선보였다. 또한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단색화’라는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을 열어 대표작가의 작품 작품 50여 점이 전시되며 국제적인 관심에 불을 지폈다. 이후, 박서보·정상화·윤형근 등 국내 대표적인 작가의 작품 가격이 경매에서 잇달아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단색화 인기를 반증했다. 국내 최대 미술품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지난 해 11월 홍콩에서 개최한 경매에서 박서보의 단색화 작품 ‘묘법 No.3-82’가 작가 통산 최고가인 780만홍콩달러(11억6344만8000원)를 기록했으며 윤형근의 ‘무제’와 정상화의 ‘무제 88-7-1’도 각각 3억 5,200만 원(220만 HKD), 6억 1,400만 원(430만 HKD)으로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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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에서 소개되고 있는 박서보 작가의 대표작]



파리에 본점을 두고 있는 갤러리 페로탱, LA의 플럼 & 포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앞다투어 단색화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을 대표하는 화이트 큐브에서도 국내 작가로는 최초로 박서보의 개인전이 열렸다. 화이트 큐브는 데미안 허스트 등 yBa 주요 작가들이 소속되어 있는 갤러리로 영국 미술사는 물론, 세계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갤러리여서 본 전시가 사뭇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28- 4.jpg


[전시 프리뷰 당일. 갤러리를 가득 채운 인파가 전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하게 한다]



“미국에서는 미술관에서 주는 큰 상도 받고, 파리에서는 페로탱에서 전시를 했고, 런던에서는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를 한 번 했으면 했는데…… 진짜 이렇게 일이 될려니까 이렇게도 되네”


작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가 스스로 ‘곧 내 작품이 백만 달러에 팔리게 될 것’이라던 작가의 말이 한 달 만에 입증되더니, 그의 화이트 큐브에서의 전시가 실현되는 데에도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시 오프닝을 앞둔 아침. 런던의 한 호텔에서 박서보 작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28- 2.jpg



‘국내 작가로는 최초가 아닌가. 화이트 큐브에서의 전시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박 :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화이트 큐브의 디렉터인 캐서린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왔다. 본의 아니게 스팸으로 처리되어 한참을 몰랐다가 우연히 발견해 답장을 보냈는데 다음날 바로 한국으로 직접 전시할 작품을 고르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더라. 작업실에 와서 작품을 고르는데 작품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고,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겨 바로 전시를 추진하게 되었다.



 ‘단색화를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비교한다. 단색화에서 강조되는 정신성이 배제된 해석일 수 있지 않은가’


박 : 서양의 추상은 비구상이다. 자연의 이미지로부터 출발해 추상화하는 것인데 단색화에선 '행위의 무목적성과 반복성'이 중요하다. 마치 스님이 하루 종일 목탁을 두드리면서 자기를 비워나가는 행위와 같다. 여기에 그리는 과정에서 물성이 생기는데, 그 물성과 정신성, 무목적성과 반복성이 혼합돼 합일이 돼야 하는 것이다.



‘백남준, 서도호 등 국내 작가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처럼‘단색화’라는 한국 특유의 미술사조이자 화풍 자체가 주목을 받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박 : 핵심적인 지적이다. 작가로서의 내 개인적인 성취보다 의미있는 일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서는 학술적인 논의와 이론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작가 한 명이 특출나다고 해서 전개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이미 한국의 단색화에 비평들이 나오고 있고 저서도 출판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본 전시를 두고 국내에서는 한국 미술의 쾌거라는 평가도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박 : 개인 미술관을 추진하다가 국가 예산 지원문제로 백지화가 된 상태이다. 내 주요 작품들은 이미 세계 미술관과 국제적인 컬렉터가 서로 소장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작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협회장까지 역임하며 한국의 미술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후손들이 단색화 작품을 보러 해외에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필자가 2여년 만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박서보 화백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다소 기력이 빠져보이기도 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3월 화이트 큐브 전시가 막을 내리고 나면 바로 홍콩 페로탱에서 전시가 이어지고, 4월에 도쿄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다. 백만 달러의 작가로의 성공 기로에서도 꼿꼿한 신념을 가진 그의 모습에 숙연해지기 까지 하며 다음 목표로 MoMA에서의 회고전을 꿈꾸는 박서보 작가의 꿈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둘러 볼 만한 전시
London Art Fair – Business Design Center 2016. 1. 20 – 1. 24
Painting the Modern Garden : Monet to Matisse – Royal Academy of Arts 2016. 1. 30 – 4. 20


다음 호에서는 2016년 런던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서막이 될 런던 아트 페어의 현장을 찾아가볼 것이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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