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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통합속에서의 영국과 독일관계를 연구한 필자는 지난 2004년 1월부터 2달간 베를린에서 체류했다. 독일 외교협회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며 독일내 영국전문가, 그리고 독일 외교관들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통해 독일이 동맹국으로서 영국을 보는 시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들었던 유머를 소개한다.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사회민주당)가 사망해 하늘나라의 문에 도착했다. 문지기는 슈뢰더 총리를 크게 환영하며 왈 “총리각하, 그동안 국민들이 반대하는 개혁을 이행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제가 총리의 노고를 인정해 특권을 드리겠습니다.” 이어 수위는 슈뢰더에게 지옥과 천당을 보여주며 선택을 하게 했다. 우선 지옥에 갔더니 끝내주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록큰롤을 노래하며 흥을 돋구고 있었다. 반대로 천당에 갔더니 바하와 헨델 등 잔잔한 고전음악만 흐르고 있었다. 슈뢰더는 1968년 서유럽을 휩쓸었던 학생운동 세대, 이른바 68세대에 속한다. 한참을 고민한 그는 결국 지옥을 선택했다. 그는 너무 조용한 고전음악보다 신나는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뿔싸! 그가 지옥을 선택해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모든 것이 변했다. 그야말로 우리가 들었던 불지옥으로 변한 것이다. 진노한 슈뢰더는 수위를 불러 크게 질책했다. 그러자 수위 왈, “총리님, 당신이 전에 본 지옥은 선거전의 지옥이었습니다.”라고.
     정치인의 거짓말. 흔히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라고 한다. 바로 이 거짓말이 발단이 돼 헝가리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18일 헝가리 신문들은 사회당의 주르차니 페렌츠 총리가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했음을 실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의 일주일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페첸츠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페렌츠 총리는 지난 4월 선거직후 사회당 전당대회에서 ‘지난 4년간 정부가 거짓말을 해왔다’는 말을 했고 이발언을 담은 테이프가 언론에 유출되었다.
     언론들은 지난 1956년 소련군의 만행에 반대하는 부다페스트 항거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보도했다.
     페렌츠 총리가 거짓말했다고 한 것은 집권후 그의 경제정책에서 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주르차니 페렌츠 총리는 선거공약으로 감세를 내세웠다. 그러나 집권 후 곧바로 부가세를 인상하고 무상으로 누려온 교육·의료 혜택을 없앴다.
     국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증세와 무상혜택을 폐지한 것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올해 헝가리 재정적자가 GDP 대비 10%선까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헝가리는 단일화폐 유로에 오는 2009년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줄여야 한다. 만약에 단일화폐에 가입한 국가의 재정적자가 너무 클 경우 이는 다른 유로화 가입국에 부담이 된다. 때문에 이런 재정적자선은 유로화 가입을 위해서도 지켜야 하고 가입 후에도 준수해야 한다.  
     헝가리 정부는 이를 지키기 위해 고육책으로 가장 인기 없으며 국민의 반발이 불보 듯 뻔한 증세를 채택한 것이다. 결국 여러가지가 맞물려 사태가 커졌다. 물론 유럽연합집행위원회나 독일이나 영국 등 주요 회원국들은 페렌츠 총리가 약속한 개혁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헝가리에서 보듯이 유럽연합 가입은 일부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유럽연합 가입 때문에 증세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 보다 유럽연합이라는 기구를 희생양으로 선택해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유럽연합에서 받는 엄청난 지원은 평가절하하곤 한다. 헝가리나 폴란드, 체코, 발트 3국 등 중.동부유럽은 지난 2004년 5월1일 유럽연합에 가입했다. 가입후 낙후지역의 지역개발을 지원해주는 구조기금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런 지원사실을 알리기보다는 유럽연합을 공격하는데 바쁘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6월 총선에서 EU 가입 이후 경제 분야에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온 미쿨라스 주린다 총리 대신 분배를 중시하는 스메르당의 로베르트 피코를 선택했다. 실제로 슬로바키아에서는 연금 수혜자와 저임금 근로자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개혁에 대한 불만이 확산돼 왔으며 스메르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총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피코 총리는 “유로화 채택을 위한 조건은 기존 회원국에 적합할 뿐 신규 가입국들에는 적절치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폴란드와 라트비아에서는 EU가 제정한 규칙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면서 극우 정당이 집권,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연합 규칙은 기존 회원국들이 제정했다. 그러나 중.동부유럽 신규 회원국들은 이를 지켜야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치와 경제부분의 개혁을 서둘렀다. 그러나 일단 가입 이후에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니까 정치인들은 이를 정면돌파하기보다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책임을 지고 잘못을 인정하는 정치인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기가 어렵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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