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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CIS 국가들과 포괄적 자유무역협정 추진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EU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국발 경제침체가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회원국인 헝가리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또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유로존 15개국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거의 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울한 소식이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EU가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Comprehensive Free Trade Agreement)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견제용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로루시, 그루지야,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6개 나라와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선 6개 국가들의 상품교역과 노동자 이동 등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6개 나라의 수출품이 EU에 잘 들어오도록 관세인하나 다른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또 이들 6개 나라가 인신매매나 조직범죄, 불법이민 등의 문제를 잘 대처하는 한 이들 국가의 노동자들이 좀 더 쉽게 EU국가로 와서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2005년 초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인신매매단과 관련된 큰 스캔들에 휘말렸다. 우크라이나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 인신매매단이 서류를 위조해 수명의 여성을 독일로 불법 입국시켰다. 그런데 이런 인신매매단에서 노예처럼 일하던 한 여성이 살해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즉 우크라이나 주재 독일 대사관의 비자업무의 문제점과 독립국가연합으로부터 불법노동자 문제, 인신매매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CIS와의 관계개선이 추진되었다.
     또 이들 나라와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 그리고 북부 유럽의 스웨덴이 CIS와의 관계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CIS와의 관계개선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월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략하면서 EU는 CIS와의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그루지아 등 과거 구소련 구성공화국에 속했고 현재 CIS 국가들 전체를 ‘특별한’ 영향권‘(spheres of influence)하에 있다고 규정하였다. 즉 러시아가 이들 CIS 국가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입김하에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략한 것도 그르지아 공화국내 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 지역에 대한 패권확보의 차원이 강하다.
     러시아의 야심을 명확하게 알아차린 EU로서는 CIS 국가의 안정이 곧 유럽연합의 안정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며 정치적으로 안정되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의 불법 이민도 줄어들 터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함께 러시아 견제용의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다.

                   CIS가 EU에 가입할 수 있을까?
     EU가 CIS 6개국에 대해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만하다. 그만큼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패권야욕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대책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CIS 국가들로서는 EU 가입이 좀 멀어지게 되었다.
     CIS 국가들의 경제나 정치발전이 뒤쳐져있어 이들이 언제 유럽연합에 가입을 신청할지도 분명하지 않지만 일부 국가들은 EU 가입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왔다. 그런에 EU가 이번에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하면서 회원가입에 대해 아직도 멀었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이러한 관계를 장기간 계속하면서 이들의 경제적.정치적 기반 확보가 우선이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장은 “냉전은 없다”며 “더이상 세력권은 없다”고 못밖았다.
     6개국가운데 벨로루시는 정치적 탄압 등이 문제가 되었다. EU는 2006년부터 부과해왔던 무역제재 일부를 지난 10월 해제했다. 벨로루시 정부가 이 분야에서 약간의 진전을 보이자 이번에 포괄적 자유무역협정 체결 추진국 가운데 하나에 포함시켰다.
     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는 6개국 가운데 무엇보다도 EU 가입을 궁극적인 외교정책의 목표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이번 EU의 결정으로 이들 두 나라는 유럽연합 가입벽이 높음을 실감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이들 두 나라의 회원가입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 견제용이라는 특색이 있다. 러시아가 EU의 이런 정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EU가 어떤식으로 정책을 취할지 지켜보자.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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