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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가 강대국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편협한 국익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국가로 일해야”

      필자는 2007년 6월초 인도의 금융중심지 뭄바이(봄베이, Mumbai; Bombay)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40도가 넘는 '열받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한 번은 그곳에서 기업인들과 인도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이른바 ’브릭스‘(BRICs)가 세계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 인도 기업인은 인도가 중국보다 훨씬 우수한 점으로 2가지를 들었다. 우선,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또 인도 금융기관이 중국과 비교해 훨씬 부실정도가 적어 건실하다, 그리고 우수한 IT 인력과 영어 구사자 등을 들었다.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한편으로는 인도인의 자부심, 혹은 약간의 거만함도 느꼈다.
      어쨌든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우리나라 등 많은 국가들이 대공황II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중국과 인도만이 올해에도 5~7%의 경제성장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신흥경제대국인 두국가의 경제가 경기불황으로 고전중인 세계에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가 편협한 국익에만 사로잡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요지를 점검하면서 이를 분석한다.

                    “강대국은 공평한 비용분담도 떠맡아야”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격에 맞는 여러 가지 대접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5개국의 확대개편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미,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으로 이루어진 안보리 상임5개국 구조는 냉전시기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변화된 국제사회의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유엔에 회부되는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런 일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 인도가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신흥국가의 이익도 대변하고 강대국 위주의 안보리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발언권 강화도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2일 런던에서 개최되는 주요국 정상회담(G20)에서 참가국들은 IMF 재원 확대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는 재원 확대에서 분담금 증가와 발언권 확대를 연계시키고 있다. 지난14일 G20 정상회담 준비 성격으로 런던교외에서 열렸던 재무장관 회담에서 ‘브릭스’국가는 처음으로 공동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 성명에서 이같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인도의 입장에서 이런 요구는 당연하고 필요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등 일부 언론인들은 인도에게 이런 요구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좀 더 책임감있는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FT 비판의 핵심은 강대국 대접을 받으려면 국제사회에서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냉전시절 미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 자유무역질서와 안보라는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했듯이 인도도 강대국 대접을 받으려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FT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우선 카슈미르 분쟁해결을 촉구했다.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카슈미르는 중국, 파키스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이며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이 지역의 43%는 인도가, 37%는 파키스탄이 나머지 20%는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 1947년 인도에서 분리된 파키스탄은 그 해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 분쟁으로 첫 번째 전쟁을 치렀고 이어 1965년, 1999년에도 인도와 전쟁을 벌였다.
      인도는 카슈미르가 자국영토에 속한다는 입장인 반면 파키스탄은 이 문제는 이 지역 주민의 의사에 따라 최종 지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의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은 카슈미르 분단과 인도응징을 구호로 파키스탄 등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 해결은 파키스탄 민주주의의 발전과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 등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필립 스티븐스의 논리이다. 그는 또 티벳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책임있는 자세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중국이나 인도의 입장은 단호하다. 엄연한 국내문제에 왜 간섭하느냐이다. 중국과 인도는 또 도하개발어젠더(DDA) 다자간 무역협상에서도 농산물 시장 개방을 거부하면서 협상 진전을 가로막기도 했다고 스티븐스는 분석한다. 얼핏 보기에 각 국이 국익을 고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강대국이라면 편협한 국익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 FT 칼럼니스트의 주장이다.
     인도는 또 유엔에서 인권문제를 개별 국가 차원의 문제에서 격상시키려는 노력을 저지해왔다. 한 외교관은 ‘각 국이 벌이는 협상에서 방해자를 찾는다면 많은 경우 인도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강대국과 소국, 대륙국가와 섬나라간의 ‘교량국가’ 역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대국의 입장과 소국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늘리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소국 혹은 중위권 국가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에는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 국가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FT가 주장하듯이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과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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