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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김종인 야권통합 제안에 통째로 흔들려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막 지난 국민의당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으로 한바탕 평지풍파가 일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총선을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으로 국민의당 지도부부터 당원, 지지자까지 엇갈린 반응으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어 김 대표의 전략에 말린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난 2일 김종인 대표는 “야권에 다시 한 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 지금 시간이 없다”며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을 했는데 그 명분은 지금 사라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4-정치 1 사진 2.jpg 
4-정치 1 사진.jpg
이같은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당대당의 정책 경쟁 등 연대를 할 대상이 아니라 사실상 통합 대상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의견으로도 들을 수 있는 제안이여서 국민의당은 자존심도 상할대로 상해버렸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의 제안은 먼저 야권통합 혹은 연대가 작용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줄 수 없다”는 명분 아래 분산돼 있던 야권의 지지층이 결집하게 하는 컨밴션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야권통합이나 연대가 진행되는 동안 관련 후보자들에 대한 홍보는 자연스럽게 여당보다 노출된다. 이는 총선의 관심을 드높여 부동층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야권통합이 이뤄지지 않거나 미뤄지더라도, 호남 지역에서 맞붙을 국민의당의 정책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야권통합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언론이 ‘통합을 왜 안했느냐’ 혹은 ‘언제 하느냐’에 관심을 쏟게 되면 당의 정책이나 인물을 알리는 선거 운동은 어렵게 된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연대 과정에서 나타났듯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경제 관련 정책을 내놓을 때, 야권 지지자들은 통합-연대 논의에 관심을 더 가진 바 있다.

세 번째는 국민의당의 분열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실제 안철수 공동대표와 달리 천정배-김한길 의원은 통합 혹은 선거연대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천 대표는 지난 3일 “새누리당의 과반수를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김종인 대표와 상관없이 내부에서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한길 선대위원장 역시 “양당 중심정치를 극복해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일당 독주체제를 허용해선 안되겠다는 것에 대해선 깊은 고민들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통합 제안을 받은 국민의당은 4일 개최된 의총에서 열어  ‘통합 불가’로 결론이 모아졌고,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를 확정했다. 

하지만,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내 세력들 상당수는  “야권연대 안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새누리당에 넘어가는데 패배를 자초할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며 “야권연대를 받는다고 자존심을 버리는 것도 아닐뿐더러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이 싹쓸이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가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면서 여전히 야권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선 ' 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달려들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안 대표가 출마자들은 전혀 고려치 않는 행보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국민의당 지지율이 호남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하락세인 가운데, 당 내 인사들 역시 당대당 통합이나 연대를 통해 새누리당의 독식을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국민의당 현역 의원 대다수가 야권통합, 야권연대에 호의적인 입장이어서 국민의당은 김종인 대표의 제안에 찬반 세력으로 나누어지면서 결국은 김대표의 분열작전에 말려들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당의 경우 호남지역에서는 당선가능성이 높을 수 있지만, 수도권에서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고 거의 전멸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에는 박지원, 천정배, 주승용, 정동영+권노갑의 순도 99.9%의 호남당으로 전락하고 안철수 대표의 입지가 좁아져 '영산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 일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15-20석만 얻게 되면 교섭단체를 위한 20 석에 부족한 수만 채워넣으면 다음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대선 후보의 길은 탄탄대로를 걷게 되어 안 대표가 현 시점에서 초조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여야 후보들간에 박빙세이거나 새누리당 후보에 크게 뒤질 때에는 야권 후보자들간에 개인적으로 연대의 길을 모색하는 것까지 당 차원에서 간섭할 것이 못되기에 결국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야권 후보들간의 연대도 가능성이 있어 지금부터 당차원에서 나설 필요도 없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야권연대 혹은 통합을 제안할 때 오히려 확 받아 들여, 역제안으로 양당의 중립적인 인사들로  ‘통합실무단 구성'을 요구했다면 주목도 받고 인지도도 높여 국민의당 존재감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중립 인사인 이상돈, 전윤철 교수를 내세우면서 더민주당에서 중립적인 인사들을 내보내게 해서 협상의 테이블에 앉아 호남, 영남, 수도권 등에서 동등한 수를 공천하자고 제안했더라면 더민주당이 오히려 코너에 몰리게 되었고 국민의당은 30석 이상을 확보했을 텐데 너무 성급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개헌 저지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제는 야권 분열로 수도권이 대거 새누리당에 넘어간다면 차기 대선에서는 정권교체가 요원하기에 야군은 통합은 못하더라도 연대라도 해야한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저희들의 분명한 목표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는 것"이라며 "야권통합만으로 의석을 몇 석 더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정권교체 희망은 없다. 원칙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더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만년 2등, 만년 야당의 길"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 사실상 수도권 지역구의 단일화에도 단단히 반대 표시를 견지했다.  

결국, 김한길, 천정배 등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야권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안철수 대표가 수도권 지역의 단일화를 위한 야권연대를 간절히 희망할 수 있는 수도권지역 후보 등 내부 단속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 내부 일각에선 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면 승부를 걸 수는 있어도 수도권 지역에선 현실적 이유로 단일화 카드를 생각하고 있는 양상이기때문이다.

야권 연대를 한다고 해서 당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당의 정책이 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점과 야권연대을 반대하다가 이번 총선에서 야권 의석 수가 18대보다 더 낮아지거나 교섭단체 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때의 책임론으로 더 많은 시련으로 국민의당의 운명까지도 결정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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