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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과 현재 유럽 닮은꼴?
  부동산 거품 꺼지고 고령화 사회...유럽은 회복조짐

    1968년 일본은 당시 세계 경제 2위이던 독일을 제치고 세계 경제 2위로 등극했다. 1968년과 2010년(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 3위이던 국가가 2위를 제치고 2위로 한단계 상승한 기념비적인 해이다. 2위가 된 일본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1970년대 서유럽 여러나라들과 미국이 경기침체의 와중에 물가가 오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고전했지만 일본은 그다지 큰 어려움없이 이를 극복했다. 그러나 1990년대 10년 정도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하늘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기관과 기업, 가계의 도산이 잇따랐다. 일본 대기업의 대주주는 대개 금융기관이었고 대기업은 주거래은행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기관들은 대기업의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주었는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기관들과 대기업들, 가계가 부도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부실화한 금융기관 정리와 일부 은행의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도 급증했다. 당시 일본정부는 뒤늦게 금리를 낮춰 거의 0% 가까이 유지했으나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았다.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이나 가계도 투자를 하거나 씀씀이를 늘리려 하지 않았다.
    이런 ‘잃어버린 10’년의 일본과 현재의 유럽연합(EU)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율과 통화정책 상이
    스티븐 맥클로 스미스 JP모건자산관리 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기고에서 당시의 일본과 현재의 EU가 닮은꼴이 아니라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째 엔화와 단일화폐 유로의 미 달러대 가치 변화가 매우 다르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초 일본 엔화는 미 달러대비 가치가 계속해서 올랐고(엔고) 이후에도 엔화의 강세는 계속되었다. 이는 일본업체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반면에 2008년 후반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로화의 달러대비 가치는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는 EU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수출대국인 독일에 큰 도움이 되어 EU 회원국들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는 통화정책의 방향이 정반대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잃어버린 10’년의 초기에 금리를 계속해서 올렸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과감하게 금리를 내렸다. 일본은 뒤늦게 2000년대에 들어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미 일본은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로 물가하락,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었다. 반면에 EU는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실시했다. 독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2.2%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선전을 기록했다.
    세 번째는 부동산 거품의 문제인데 당시 일본과 EU 회원국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의 자료를 보면 EU 회원국 내에서 주택가격 거품이 제일 심했던 스페인의 경우 주택가격이 최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주택가격은 총소득의 8배 정도였다. 반면에 일본은 18배에 가까웠다.  
    일본은 아직도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더 진전되었고 정부 재정적자는 GDP 대비 200%가 넘어 선진국 가운데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경제는 선전중인 독일, 아직도 고전중인 헝가리, 발트3국, 스페인, 그리스 등 상황에 많이 다르다. 그러나 EU 경제에 대한 조심스럽지만 일부 긍정적인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네이스빗(John Naisbitt)은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EU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EU가 국제무대에서 별로 영향력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독일 경제의 선전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EU의 저력은 남아있다. 더블딥(경기가 일시적인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우려가 남아 있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현재의 EU는 그다지 닮지 않았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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