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법 비리, 여소야대 국회 개혁 대상 1호가 되어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도박 사건을 둘러싼 법조 비리 윤곽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부패와 곪을 대로 곪아 터진 상처들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우리 법조계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재정적으로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낳게 했고, 정치와 권력에 달라붙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라 국민들로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관예우라는 시대착오적 비리가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수임료가 '억' 수준을 벗어나 100억 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 법조 브로커로 현재 수배중인 이 모씨는 지난 해 12월 말 평소 친분 있던 정 대표 사건 2심 재판장 임 모 부장판사를 불러내 저녁 식사를 하며 선처 로비를 했다.
하지만 당일만 해도 정 대표 도박 사건이 배당됐는 지도 몰랐던 임 부장판사에게, 재판장 당사자도 모르는 사건 배당 사실을 알고 접근할 정도로 법원 내부와 결탁돼 있었다.
이씨는 2013년 한 해 수임료 수입으로 갓 개업한 변호사가 한 해 100건 정도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91억 원을 벌어 전관예우 덕을 봤을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대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검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검찰은 미온적 자세를 보여 왔다. 특히 전직 검사장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 의혹이란 점은 검찰 조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은 정 대표가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항소심 구형량이 줄어드는 등 수사·재판 과정 전반과 홍 변호사의 연관성을 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정 대표와 수임료 반환을 놓고 알력을 빚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보석·집행유예 로비 명목으로 100억 원을 받아 구속되었는데 최변호사가 개업 이후 수임한 형사 사건 26건 중 12건이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고교 선배가 재판한 사건으로 6건에서 감형(減刑)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최 변호사는 검찰 내 인맥도 활용해 정운호사건 담당이자 대학 선·후배 사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을 두 차례 찾아가 "구형량을 깎아달라"고 청탁해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한 항소심 구형량을 1심보다 6개월 깎아줬다.
이처럼 법조 비리가 판치는 데는 전관예우도 문제지만 학연·지연 등으로 이어지는 '친분 예우'가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같은 법조계 비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재량 폭이 워낙 넓어졌고, 수사 처리와 판결이 예측 범위에서 이뤄지기보다는, 검사·판사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광범위해졌다.
지금부터라도 송사가 시작되면 판사와 연고 있는 변호사부터 찾는 법조 문화를 단절시키기 위해서라도 우선 판사들부터 자기와 친분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은 스스로 재배당을 요구하거나 친분 관계를 법정에서 솔직하게 공개한 뒤 재판을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검찰이 대검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나름대로 법조비리 근절의지를 밝혔으나 검찰이 자신의 조직에 치명상을 가져올 수 있는 전관예우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그리고 '제 식구 감싸기' 유혹에서 벗어나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상식에 부합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을 지, 여전히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형사사법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이번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그 의혹 수사마저 '제 식구 감싸기'가 된다면 사법 시스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검찰은 특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 부패 수준보다 훨씬 썩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 법조계의 부패 척결을 코걸이 귀걸이 식으로 재량권을 휘두르고 있는 판·검사들 자율에 맡기지 말고,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척결 대상 1 호로 삼아 뿌리째 뽑아내야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기본적인 법질서가 정립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