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비박계와 야권 비문계 원로들, ‘제 4의 길’ 방향타 잡아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촉발한 정계개편 과정에서 합종연합이 여의도발 정계개편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중이다.
정국의 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에 쏠렸다. ‘반기문 대망론’은 급부상했고, ‘문재인 대안론’은 현재진행형이다.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공정성장 담론을 꺼내 들면서 삼각 축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각각 친박(친박근혜)당과 친문(친문재인)당으로 몰아넣고, 중도개혁 노선을 기치로 ‘비박·비문계’를 규합하는 시나리오도 여의도를 뒤흔들고 있다.
4·13 총선에서 더민주 수장으로 영입됐지만 친문(친문재인)계와 불편한 동거 관계를 형성해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그리고 제3지대 정치세력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관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들 ‘삼각관계’의 조합이 제 4의 길의 방향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의 경우 더민주 내 친문(친문재인)계간 권력암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비문계 그룹이 정계개편을 위해 판을 흔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손 전 대표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기 당시 정치권의 ‘새판 짜기’를 피력했고, 정 전 의장은 5월 28일 여야 중도성향 120명의 발기인이 참여한 가운데, 자신의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 창립식을 가졌으며 “오는 10월쯤 뵙기를 바란다”며 중도 신당창당을 암시했다.
여야를 망라한 중도세력이 정 전 의장의 싱크탱크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 4의 길을 골자로 하는 정치 세력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손·정’(손학규·정의화) 연대론이 성공한다면 수도권(손학규)과 부산(정의화)의 연결고리가 중도층 구심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실제 ‘새한국의 비전’ 발기인에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정두언 전 의원, 새누리당 출신 유승민 무소속 의원과 조해진·권은희·류성걸 전 의원, 더민주 진영 의원과 우윤근 전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등 정치인은 물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 중 다수가 독자적 세력화에 합류한다면, 20대 총선에 앞서 창당한 국민의당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손 전 고문의 참여는 독자적 세력 구축의 ‘천군만마’다.
초당적 정치 세력, 아젠다 2050 탄생한다. 국회에 의원 연구단체로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와 사회분열 위기 속 독일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노동개혁 모델인 ‘아젠다 201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진 ‘아젠다 2050’을 등록할 초당적 입법 연구 모임이 탄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젠다 2050에는 새누리당 김세연·이학재·박인숙·오신환·주광덕 의원, 더민주 김종인·조정식·이철희, 국민의당 김성식·김관영·오세정 의원,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12명이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대 세력인 친박이나 친노 핵심에선 거리가 멀고, 정계개편설이 오르내릴 때마다 거취를 주목받는 인사들이다. 최근 강의 정치를 통해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 의원, 차기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대표 등의 행보가 차기 대권을 향한 정치 그룹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2012년 당시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혔지만 현재는 야당 대표, 반박 대표 주자로 알려져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2011년 새누리당 재창당 논란 속에서 친박계와 마찰을 빚은 끝에 탈당해 지금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이다. 모임을 주도한 김세연 의원은 유 의원과 긴밀하다.
하지만, 한때 손 전 고문을 차기 대선주자로 꼽았던 김 대표는 손 전 고문으로부터 4·13 총선 때 지원 요청을 거부당한 뒤 손 전 고문에 대한 불편한 기색으로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
최근 김 대표는 당 내에서도 4·13 총선 전 물갈이에 이어 지역위원장 교체를 골자로 하는 ‘당의 혁신화’라는 미명으로 ‘당권·대권용 알박기’를 쳐내는 작업을 통해 지역위원장 새판 짜기를 통한 권력구도 재편에 방점을 찍을 준비에 들어가 ‘김종인발 7월 정계 개편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한 달께인 5월 16일에 개최된 더민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조강특위)에서 김 대표는 “(총선 패배 등) 실패한 지역구에 대해서는 엄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이 오랫동안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면 유권자에게 환영을 못 받는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한 지역을 독식하던 위원장 중 낙선자를 선별, 계파와 관계없이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낙선한 친노(친노무현)계 및 호남 솎아내기로 특정 계파의 색 빼기에 나섰다는 분석따라 ‘0석’에 그친 광주 지역 위원장들과 더불어 참패한 전남·북 지역위원장들이 좌불안석이다.
또한, 낙선한 수도권 친노들 지역에 비노(비노무현) 성향 인사를 내리꽂는다면 급격하게 쏠린 계파의 ‘균형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에 대한 호남 비토가 여전한 상황에서 당내 호남 조직까지 비노 성향으로 채워진다면, 차기 대선에 다다를수록 ‘문재인 필패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같은 지역 위원장 물갈이는 더민주 차기 당권 및 대권 경선에 앞서 벌어지는 8월 27일로 예정된 차기 당권구도는 물론 2017년 대선 경선의 결정타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밀리는 쪽이 치명타를 입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20대 총선 당선자 123명 가운데 70명 정도가 친노세력이어서 김대표의 독주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물갈이가 진행된다고 해도 번주류 세력은 여전히 과반을 넘을 것이기에 주류 세력 영향력 감소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정 전 의장 싱크탱크 기념식에서 “오늘날 모든 갈등구조는 지난 25년 이상의 (압축경제 성장) 세월 동안 의회 민주주의란 것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실상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김 대표와 정 전 의장 사이에 분권형 개헌이란 교집합이 형성된 셈이다.
김종인 더불어 비대위원장, 손학규 전 고문, 그리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연합세력이 중도를 걷고 있는 정치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제4의 정치 세력화’로 중도 세력당 탄생이 성공할 지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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