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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6.08.02 18:08

비바! 포르투갈(Viva! 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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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포르투갈(Viva! Portugal)




2016년 7월 12일(화) 임피리얼팰리스 서울에 유럽 챔피언이 나타났다. 이날은 포르투갈 와인 협회(Viniportugal)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2016 포르투갈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 및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는데, 포르투갈 와인 협회 와인 강사인 '소피아 살바도르(Sofia Salvador)' 씨가 포르투갈 와인의 역사, 품종, 특징을 설명하고, 총 9가지의 와인을 시음하는 '마스터 클래스'와 26개 와이너리에서 만든 230 여종의 와인을 맛보는 '그랜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포르투갈 와인 시음회였기에 굉장히 성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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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마스터 클래스의 열기



그런데 이날은 모든 포르투갈 와인 관계자는 와인보다 축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전날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이 처음으로 '2016 유럽 축구선수권 대회(유로 2016)'에서 우승해서 유럽 축구 챔피언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2002년 월드컵 4강 흥분을 상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강한 흥분 속에 시간이 되었고 강의 휘슬이 울렸다. 'Vinho-Off'


포르투갈 와인은 이미 누구나 인정하는 월드 클래스다. 주정 강화에 한해서 말이다. 포트 와인과 마데이라는 오랜 세월 주정 강화 와인의 최고봉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스틸 와인의 명성은 아직 미미하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그러나 그 잠재력은 이미 세계로부터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2014년 테이스팅한 전 세계 와인 중 95~100점을 획득한 슈퍼 프리미엄 와인의 비율은 1%였지만, 포르투갈 와인은 무려 11%였다. 또한, 세계적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도 1999년에서 2012년 빈티지 레드 와인를 테이스팅한 결과, 포르투갈의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다. 물론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포르투갈 와인의 수준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프랑스 보르도 소믈리에 학교 CAFA의 '프랑크 쇼세(Franck Chaussé)' 교장은 "10년 내로 포르투갈 두오로(Douro) 지역의 레드 와인은 보르도의 명성에 접근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그 예언이 적중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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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중인 ‘소피아 살바도르(Sofia Salvador)’ 씨



포르투갈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우수한 품질과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살바도르 씨는 포르투갈 와인의 차별성을 세 가지 원인으로 설명했다. 첫째는 다양한 토착 품종이다. 포르투갈에는 250여 종의 토착 품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국제품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이 있다. 둘째는 미세기후와 토양의 다양성이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으며, 유럽 대륙과도 연결된 독특한 지리적 특성으로 다양한 기후와 토양은 같은 품종이라도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내도록 한다. 셋째는 인적요소다. 포도와 땅, 기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사람이 제대로 가꾸고 훌륭한 양조 기술로 잘 만들어 내야 훌륭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포르투갈의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은 월드 클래스 와인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참고로 필자가 보르도의 샤토에서 양조 실습을 하던 시절, 포도 수확 때가 되면 여러 와이너리에 포르투갈에서 온 대형 버스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과거 포도 수확 시기에 일손이 부족해서 수확 시기에만 일할 노동자를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가장 성실하고 일 잘하던 사람들이 포르투갈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 프랑스인도 포도수확 일을 서로 하려 하고, 외국인 팀을 고용할 경우 그들의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 비용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매년 포르투갈인만 고용하는 샤토가 있을 정도로 이들의 성실함과 전문성은 명성이 높다.


'천지인(天地人)'의 3요소가 모두 조화를 이루니 오히려 좋은 와인이 나오지 않기가 쉽지 않다. 이날 와인을 테이스팅하면서 속으로 연신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맛있는 와인만 내놓았다는 인상이 들어서다. 도대체 맛있는 와인이 뭐가 문젠가?


필자는 작년 여름 휴가 때 포르투갈을 다녀왔다. 포르토에서는 '테일러스(Taylor's)', '낀따 도 노발(Quinta do Noval)' 등 유명 포트 와인 메종을 방문하고, 리스본에서는 '포르투갈 와인협회'에서 포르투갈의 개성 넘치는 화이트, 레드 스틸 와인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이십여 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했다. 충격적이었다. 포트 와인은 물론이고, 스틸 와인이 정말 훌륭했기 때문이다. 품질이 뛰어난 동시에 가격이 저렴했고, 특히 개성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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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테이스팅한 9종의 포르투갈 와인



세상에 맛있는 와인은 정말 많다. 맛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와인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와인이 개성까지 충만하기는 참 어려운데, 당시에 맛본 포르투갈 와인이 그러했기에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번 마스터 클래스 때 선보인 와인(그랜드 테이스팅에 나온 와인은 거의 맛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은 맛있는 와인일지는 몰라도, 포르투갈 특유의 매력 넘치는 와인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누가 마셔도 맛있을 만한, 이른 바 인터네셔널 스탠더드에 가까운 와인 아니었나 생각한다. 포르투갈 와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날 모인 한국 와인 종사자들이라면 좀 더 개성 넘치는 그들의 와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맛있는' 와인을 준비해 준 포르투갈 와인협회의 '배려'가 오히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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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와인의 서포터즈가 되길 호소하는 안또니오 낀떼이루 노브르 주한 포르투갈 대사



행사 인사말에서 '안또니오 낀떼이루 노브르(António Quinteiro Nobre)' 주한 포르투갈 대사는 "이제 포르투갈이 축구 챔피언이 되었으니, 이제 여러분은 포르투갈이 와인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한국에서 열린 첫 번째 서포터즈 결성식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비바! 포르투갈(Viva! Portugal).


<사진제공: 소펙사 코리아>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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