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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쇼크’ 산업계, 빨라진 원화 강세로 수출 경기 더 불투명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원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요기업들이 환차손과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직후 잠시 하락했던 것을 제외하고 원화가치는 상승 속도가 빨라져 8월 15일 현재 원화는 달러당 1104원, 1유로당 1237원, 1파운드당 1436원, 1위안화는 166원, 1엔은 11원에 이르렀다.


2월 말의 달러당 1240원 수준에 비해 원화 가치가 5개월여 사이에 약 12% 정도 높아졌고, 브렉시트 당사국인 영국의 파운드화에 대해서는 무려 21%정도 상승했다. 


수출이 2015년 1월부터 19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 상승이 이어진다면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국내기업들은 매출이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는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기업들의 자체 원가절감 노력 외에도 저유가와 함께 원화 약세로 수익성은 소폭이나마 개선 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주요 통화 대비 원화의 절상 폭이 커진다면 해외 시장에서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내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환율 영향으로 약 3000억 원의 환차손을 보았고,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3월 기준 당시로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 시 수익이 약 279억원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원달러 환율이 10원(1%내외) 떨어지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은 4200억 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항공업계는 외화부채가 많은 사업 특성상 원화가치 상승시 외화부채 변동에 의한 영업이익 증대효과에 따른 반사이익이 발생해, 순외화부채가 96억달러 정도인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1%내외) 변동할 경우 약 96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유럽지역의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 중국경제 불안 등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 아직 적지 않아 원화가 다시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원화환율에 영향력이 큰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14년 중반 이후의 상승 추세를 멈추고 올 초부터는 보합국면을 유지하고 있어 원화강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 2.jpg



원화가치, 브렉시트 이후 신흥국 통화와 동반 상승 


브렉시트 결정 이후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통화 대부분이 브렉시트 직후 약세를 보인 이래 전반적으로 미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띠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를 비롯하여 유럽 선진국 통화와 동유럽의 신흥국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6월 23일이후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3.3% 높아져 주요 통화 중에서 남아공 랜드화(5.1%), 브라질 헤알화(4.5%), 일본 엔화(4.3%)에 뒤이어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안정은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영국과 인근 유럽지역에 집중되고 여타 국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충격에 대응하여 주요국 통화당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조기에 진정된 것도 신흥국 통화가 강세기조로 돌아선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져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신흥국 증시의 상승과 통화 강세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원화강세는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주식, 채권시장으로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추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브렉시트 충격이 예상외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미국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4조 2,160억 원 가량 국내주식의 순매수에 나서면서 유입된 달러화가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실물경제가 하반기에 나아지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의 지속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달러화의 향방으로 그 동안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해 왔던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최근 꺾이는 추세인 데다, 금리인상 기대도 약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남아 있는데 2회의 금리인상이 가능하려면 9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되어야 하나 시장에서 예상하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아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선진국 중에서는 아직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추가 통화완화에 나서려는 여타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상의 차별성이 존재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경쟁적인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경기악화 방지 차원에서 수출회복을 위한 자국통화의 약세를 도모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외환시장 내의 기대 쏠림을 방지하는 시장 안정 노력과 함께 공적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속도를 높이는 등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외환공급 초과를 완화하고 환율안정을 기할 수 있는 수단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한국 유로저널 안규선 기자

    eurojournal12@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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