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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게 없으면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와서 저한테 큰 소리로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그 동안 열심히 직장 다니면서 도와줬으니까 자기가 어려울 때 도와 달라는 말이었는데, 저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동안 저를 많이 도와줬으니까 이번에는 형편이 되면 내가 돕는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도 그런 식입니다. 제가 많이 나와서 지내니까 미안한 마음에 ‘다 늙어서 밥해 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딸들 결혼하고 나면 좋은 사람 만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진작 그러지, 나는 이제 버려도 주워 갈 사람도 없어' 그럽니다. 친정 식구들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질색을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고 진심입니다. 정말 그 사람이 좋은 사람 만나서 재미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런 식으로 서로 걸리는 게 없습니다. 부부 사이라는 게 그래야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자기가 행복하게 해줄 수 없으면 자리를 비켜줄 줄도 알아야 되는 것입니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게 길을 열어 주는 겁니다. 남녀 간에도 가로 막고 있지 말고 비켜 주십시오. 좋은 사람 있다고 하면 손 흔들어 주고 잘 가라고 보내 주세요. ‘니 꺼 내 꺼’ 싸우지 마시고요. 그리고 만약 다른 길을 가게 되면 원하는 건 다 주고 싶어요. 최선은 다했지만 형편이 이렇게 됐으니까 가진 거 다 주고 잘 살아라, 하고 싶어요. 이런 마음이어야 되지 않겠는가 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거짓말 같은가요? 부부간에도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거만 해주면 됐지 뭘 더 바라나요. 바라는 게 없으면 요구할 것도 없습니다. Grinee, Lee /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현재 호주 시드니 거주 grine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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