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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가족체계'와 '가부장적 사고'에 균열이 생긴 한국사회


현대 사회의 가족관이 부모부양에 대한 의지는 약해지고,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행복과는 별개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세~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가족, 결혼, 성 및 인생관’에 대한 설문조사(2001년vs. 2016년) 실시 결과,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해체되고 있는 모습은 결혼과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인식의 변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었다. 

결혼 필요성에 의문 제기하고

결혼에 대한 태도변화를 살펴보면,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 2001년 45.7%에서 2016년 68.6%로, 매우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57.4%)보다는 여성(79.7%), 기혼자(66.2%)보다는 미혼자(70.7%)가 결혼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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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결혼 적령기인 20대와 30대가 결혼하지 않은 삶도 충분히 행복하다(10대 65.2%, 20대 72.6%, 30대 71.2%, 40대 69%, 50대 64.8%)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결혼율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다만 2001년과 비교했을 때 40대(01년 42.8%→16년 69%)와 50대(2001년 32.1%→2016년 64.8%)의 인식변화 폭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청년세대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혼에 대해 훨씬 관대해진 한국사회

반면 이혼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태도는 훨씬 관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비해 이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2001년 53.5%→2016년 66.9%)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여성(남성 57.6%, 여성 76.2%)과 3040 연령층(10대 59.2%, 20대 68.4%, 30대 71.2%, 40대 71.2%, 50대 64.4%)이 보다 강했다. 2001년에는 이혼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이던 40대(2001년 48.3%→2016년 71.2%)와 50대(2001년 37.4%→2016년 64.4%)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또한 자녀가 있어도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 이혼을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2001년 45.3%에서 2016년 63.7%로 매우 크게 증가했다. 자녀가 부모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커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결과로, 역시 40대(2001년 37.7%→2016년 66.4%)와 50대(2001년 34.7%→2016년 66.2%)에게서 이런 인식이 크게 증가하였다.

결혼 후 자녀 출산,56.7%가 관심없어

자녀 출산에 대한 생각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01년에는 35.4%만이 결혼 후 자녀가 없어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56.7%가 자녀가 없어도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고 바라본 것이다. 여성(01년 35.2%→16년 61.1%) 및 20대(01년 40%→16년 65%), 30대(01년 31.8%→16년 57.4%) 젊은 세대가 자녀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과거보다 훨씬 많이 하고 있었다. 

성에 대한 태도가 훨씬 개방적, '사적인 문제'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강해진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였다. 전체 58.9%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결혼 전 성관계를 갖는 것이 무방하다고 바라봤는데, 이는 2001년 조사(47.3%)보다 크게 증가한 결과이다.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와 30대의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10대 48.8%, 20대 72.4%, 30대 72%, 40대 56% 50대 45.2%)가 매우 강했으나, 2001년과 비교해보면 40대(2001년 39.1%→2016년 56%)와 50대(2001년 23%→2016년 45.2%)도 결혼 전 성관계에 대해 훨씬 관대해졌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결혼 전 순결을 강조하는 태도도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여자는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야 하고(2001년 50.3%→2016년 21.3%), 남자도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2001년 51.6%→2016년 25.3%)는 인식이 모두 매우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반적으로 성 관련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너무 문란하다는 인식(2001년 77.3%→2016년 48%)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에서 절반 이상(53%)이 성생활은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 취향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성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한국사회 전반에 커진 것이다.
 
한국 사회, 삶을 고통스럽게 느껴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피곤함이 더욱 많이 묻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산다는 것이 고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2001년 25.9%에서, 2016년 32.4%로 증가했다. 인생 자체를 피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과거보다도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10대와 20대가 삶의 피로감을 더 많이 호소하고(10대 35.2%, 20대 37.6%, 30대 33.8%, 40대 29.8%, 50대 25.4%) 있었다.

입시와 취업 문제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가 삶을 보다 가혹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할수록 사는 것을 고역이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강하다(상 20.7%, 중상 21.1%, 중하 31.2%, 하상 40.2%, 하하 50.9%)는 점에서, 결국 경제적 빈곤함이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괴로운 일보다는 즐거운 일이 많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감소한(2001년 56.6%→2016년 50.7%) 것도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욱 팍팍해졌음을 일깨워준다. 특히 괴로운 일보다 즐거운 일이 많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20대(2001년 62%→2016년 49%)와 30대(2001년 61.8%→2016년 51.6%) 청년세대에게서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2001년 36.3%→2016년 37.9%)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으며, 인생의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2001년 57.1%→2016년 45.9%)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도 나타났다.

현재의 경제적 상황이 여유로울수록 대체로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자가계층평가 상 48.3%, 중상 54.9%, 중하 36.7%, 하상 28.2%, 하하 24.9%),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다(상 56.9%, 중상 58.8%, 중하 45.4%, 하상 37.2%, 하하 37.3%)는 점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돈을 성공의 척도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커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한국 유로저널 김태동 기자
eurojournal13@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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