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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6.10.03 21:25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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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신비 그 자체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리 보다 아름답게 들려온다. 저녁이 되면 눈이 감겨지고 해가 뜨면 눈이 떠져서 새 아침을 맞는 것은 살아 있음의 기본행위가 된다. 산다는 것은 화려한 것을 떠나서 지극히 평범한 사건들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지극히 작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고통 중에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건강할 때는 작은 일에 대한 감격과 감사가 없게 된다. 한 젊은이가 민주화와 관련하여 오랜 시간 동안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의 희망은 하늘을 마음껏 보는 것이었다. 손바닥으로 가려지는 작은 창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희망하던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정작 하늘에 대한 특별한 은총을 망각하게 된다. 이는 젊은이가 경험한 것만이 아닐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작은 것 하나에 감사를 느낄 수 있다. 영어의 몸이 되었을 때 젊은이가 느꼈던 손바닥만한 하늘은 세상 그 어느 하늘보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감동의 하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삶에선 하늘은 그저 평범하게 존재하는 하늘일 뿐이다. 누릴 수 있을 때 느끼는 것은 오히려 제한적일 수 있다. 물 한 모금 삼킬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없다.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감격은 없다. 


2008년 6월 27일 런던에서 4만 5천 명이 참석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이름 하여 46664 콘서트다. 남아공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9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대규모 콘서트는 인권을 위해 싸우다 27년간 옥살이를 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수인번호를 따서 만든 콘서트다. 46664의 의미는 그의 수인번호 466번과 1964년에 수감된 년도를 합친 것이다. 젊음을 민주주의를 위해 무저항운동으로 온 몸으로 버티다 종신형으로 영어의 몸이 된다. 하늘을 볼 수 없고, 땅을 딛을 수 없으며 바람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는 것이 기적이 된다. 자유가 주어졌기에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자유를 열망하는 것은 자유를 잃었을 때 느끼는 것이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중요함을 느낄 수 없다. 건강의 중요함을 느낀다는 것은 건강을 잃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랑을 할 때는 사랑의 소중함을 느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만델라를 기억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하며 소외된 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콘서트는 어떻게 보면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저 격조 있는 음악회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만델라는 영어의 몸이 되어서도 작은 땅에 생명을 가꾸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땅은 무한대의 땅이 아닐 것이다. 지극히 작은 땅이다. 영어의 몸이 된 젊은이 역시 생명을 가꾸는 일을 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우유를 먹고 남은 곽에 들풀을 키우는 일이었다. 손바닥 보다 작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생명을 키워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것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 영국에 살다 보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공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다. 그 넓은 땅에 곡식을 심지 않고 스스로 풀들이 자라게 한다. 한국에서 영국을 방문하신 분들에게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이 넓은 땅을 놀게 놔두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한 부류는 농사를 지었으면 하는 이야기이며, 한 부류는 아파트나 건물을 지었으면 하는 이야기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유가 제한되었을 때는 손바닥만한 우유 곽의 땅도 세상에서 가장 넓은 옥토가 된다. 


산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지만 지극히 제한적인 한계를 벗어 날 수 없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세상을 판단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땅이 농토로만 보일 것이다. 비좁은 땅에서 빈 공터 없이 건물을 지어야 하는 우리 민족에게 영국의 많은 땅을 보면 건물을 짓지 않은 것이 아깝기만 하다. 내가 처한 환경을 초월하여 다른 환경을 이해할 수는 없을까? 쇼핑할 때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든든하게 식사를 한 후에 쇼핑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배가 고픈 상태에 쇼핑을 하게 되면 이것 저것을 많이 사게 된다는 것이다. 내 배가 부르면 다른 사람의 배도 부른 것으로 알게 된다. 반대로 내 배가 고프면 다른 사람의 배도 고프다는 생각에 먹을 것을 함께 나누게 된다. 내가 처한 환경이 생각이 되고 사상과 철학이 된다. 


템즈강변을 산책하면서 할머니께서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것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깊이 묵상하게 된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어느 작가의 글에서 여자가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 담그면 할머니가 된다는 표현이 있었다. 지금이야 김장의 개념이 없지만 과거에는 일 년에 한 번 담그는 김장은 가족행사로 큰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서른 번 담근다는 것은 30년의 세월이 지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곱디 고왔던 새색시에서 머리가 허옇게 새어가는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의자에 앉은 영국 할머니에게도 새색시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꿈이 많고 생기가 넘치는 그 시절에 생각했던 노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떨어지는 낙엽을 주워 깨알 같은 글을 써서 책갈피로 사용했던 그 소녀의 감성이 지금도 남아 있을까? 드물지만 카브츠(Car Boot) 벼룩시장에서 오래된 책을 사곤 한다. 그 책속에 누군가가 넣어둔 책갈피가 끼워져 있다. 낙엽을 말려서 그곳에 시를 적거나 글을 적어 놓았다.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에 적어둔 책갈피는 이제 누군가의 손에 넘겨져 추억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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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추억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추억이 힘이 되고 격려가 되고 위로가 된다. 물론 모든 것이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추억이 아픔이 되기도 한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길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세상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길이 있기 때문에 인생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것을 누릴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땀 흘림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눈물로 그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눈물의 길이 다른 이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희망이 된다. 세상사 모든 일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며 노래하고 있다.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불평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산다는 것은 이 땅에 무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목숨이 활동한다는 의미이다. 목숨은 시간에 제한을 받는다. 무한대의 시간 속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내가 누릴 수 있는 목숨이며 산다는 것이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지금이 것이 과거에 이미 증명되어진 것이고 고민했던 일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같은 것의 반복이다. 수없이 반복됨 속에서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없다면 새로운 그 무엇이 온다 할지라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산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것들의 반복이며 연속적인 것이다. 같은 것을 먹어야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같은 공간에서 꿈을 꿔야 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삶의 일탈을 벗어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 벗어난 일탈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삶의 반복적인 질주를 하는 공간이다. 어렸을 때 설악산 자락에서 자랐다. 그곳 사람들은 설악산을 원망했다. 산자락을 무서워했다. 봄, 가을이면 수많은 인파들이 관광을 왔다. 이 산골짜기에 뭐 볼 것이 있다고 돈을 써가며 오냐며 어른들은 욕을 하곤 했다. 산을 찾은 관광객이 자신들의 환경의 일탈을 벗어나서 찾은 절경의 산자락,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일탈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지구촌이 다 그러할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누군가의 일탈에서 벗어나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내가 발 딛고 숨을 쉬고 사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산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탈에서 행복과 의미, 자유를 찾아 누리는 것이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 예수마을커뮤니티교회 담임 

http://jvcc.org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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