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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7.01.16 01:58

진실 그 내면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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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그 내면의 현실



인간은 진실할 수 있는가? 그 진실의 깊이와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단순한 질문인데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에는 제한성이 있게 마련이다. 


어느 편에선 진실해야 하고, 다른 편에선 그 진실을 숨겨야 할 때가 있다. 독립 운동을 하다 투옥되었던 분들의 일화는 진실의 중요성과 제한성을 절감하게 된다. 일본 당국은 잡혀온 독립투사들의 입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기를 기대하며 상상할 수 없는 온갖 고문을 자행하기도 하고 그것이 역부족일 때는 다른 방편으로 회유하기도 했다. 인간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육체적으로 극악무도한 고통이 주어지면 비밀을 발설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어떤 독립투사는 스스로 혀를 잘라 아예 말을 할 수 없게 했다는 증언이 있다. 혀를 잘라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다. 그 비밀이 담장을 넘어설 때는 민초들이 가졌던 비밀이 폭로 될 때는 주변에서 소문만 잠시 날뿐이지 사회적으로 악영향의 풍랑은 일지 않는다. 지도자의 위치가 무게감이 있을수록 그 비밀이 폭로 될 때 파장은 국가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역풍이 되기도 한다.


방송 매체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한다. 그래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다른 방송이 말하지 않는 것을 보도하기 위해 방송사의 존폐 사활을 걸고 혼신을 힘을 기울인다. 문제는 인간은 진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실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담장을 넘어서게 되면 약점이 되고, 위협을 받을 만큼의 오점이 되기도 한다. 어떠하든 공동체의 내부적 이야기가 담장을 넘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순 없다. 독립 운동을 했던 충신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아버지와 아들이 독립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어머니가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이야기를 멈춘다는 것이다. 만약 탄로 날 경우 그 가정만 몰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알고 있던 정보는 다른 공동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여성은 아들이나 남편이 고문을 당하게 되면 온갖 고문으로 발설치 않았던 비밀이 아들을 풀어주고 남편을 풀어 준다는 말에 발설하게 된다는 연유에서 어머니가 들어오면 비밀 의견을 멈춘다는 불문율을 가진다고 한다.


인간이 가지는 진실의 내면은 어떻게 보면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말하게 되면 평화의 공존이 깨어질 수도 있게 된다. 그것은 인간 자체가 가지는 제한성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어떤 날은 예쁘게 보이고, 또 어떤 날은 촌스럽기 짝이 없을 때가 있게 된다. 내가 낳은 딸아이도 그러하다. 예쁠 때는 한 없이 예쁘다가 미울 때는 또 한 없이 미울 때가 있다. 상대방 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정립되지 않은 무질서 때문에 호불호가 갈려지게 느끼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발설 했다가는 가족 관계가 좋아질 리가 없을 것이다. 가족이 그러하니 타인을 만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숙한 사람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솔직함이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된다. 솔직하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기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생각의 결집이기 때문이다. 자기감정은 진실이 될 수 없기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누게 되면 상처가 되는 것이다. 집단이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 자체는 개인이고 그 개인은 자기 이익과 유익이 있어야 만이 집단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국정농단에 연류 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인간 속내의 깊은 곳을 여행하는 것 같다. 진실을 캐내고자 하는 자, 그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집단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진실은 뭘까? 그 진실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 그냥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감싸니까 뭔가 있는 것 같은 의구심만 발동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이제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 버린 것도 있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려는 집단도, 그것을 보호하려는 집단도 개인이기 보다는 집단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집단이 보호되어야 개인이 보호받기 때문이다. 그 집단은 개인에 유익을 주기에 안간힘을 써서 말을 아껴야 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게 된다. 정치가 마치 거대한 실존 코미디 다큐를 재현해 내는 것 같다. 이 땅에 존재하는 개인이나 그 개인이 소속된 집단의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 비밀은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규정이기도 하겠지만 사회적으로 규범한 범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안간힘을 써서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진실을 만들어내는데 그것 자체가 죄를 감추기 위해 죄를 짓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농경시대와 같은 단순한 사회에서는 집단의 비밀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설혹 있다 할지라도 세상을 뒤 흔들 만큼의 큰 것은 아니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비밀의 농도도 짙어 지는 것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이익 집단들의 행동은 위험천만하게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어떤 면으로 보나 선진국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다. 도로 수준은 세계 제일이다. 먹거리 문화는 어떠한 문화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풍성하다.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살아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풍성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모든 것이 선진화 되었다고 하지만 정치는 후진국이라는 이야기가 백성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 후진국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에게서 단순한 대답인 예, 아니요, 라는 진실을 대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감춰야 하고 숨겨야 하는 비애를 안고 있음이 측은히 여겨진다.


최근 한국의 여러 도시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도시 마다 엇비슷하게 발전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지방을 대표하는 곳을 방문해서 함께 한 지인들과 의미를 되새겨 본다. 서산시는 도심 한 가운데 호수공원을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한 바퀴를 돌려면 작정을 하고 돌아야 할 만큼 넓다. 호수 중앙으로 가로 지르는 구름다리를 만들어서 마치 호수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설계되어 있다. 호수 주변에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나나 모양에 사과라는 글이 쓰여 있는 조형물이다. 멀리서 보기에는 빨간 바나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바나나가 아니라 사과였다. 단지 글자 모양을 바나나처럼 만들어 놓았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바나나라고 생각한다. 바나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과라는 글을 써 놓았을지라도 그 모형은 바나나라 사람들은 이해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지성인들을 속이고 있는지 모른다. 분명 사과라는 글자임에도 바나나 모양이기에 그 내용을 읽어 보지도 않고 바나나라고 단정해 버린다. 인간 내면이 가지고 있는 진실은 어쩌면 그와 같다. 진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습득하였는가에 따라 진실은 왜곡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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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인류역사와 같은 기차를 타고 흘러 왔다. 거짓으로 꾸며진 역사는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 역사가 진실 되지 못하다면 그 민족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얼마만큼 역사에 진실을 기록할 수 있고, 그 기록물을 후세에 남겨 줄 수 있는가가 그 민족의 미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어떤 조직이든 자기 입장에서 역사를 기록하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이순신 장군은 성웅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적장에 불과할 것이다. 같은 사람, 같은 사건이지만 문화에 따라서 이익 집단에 따라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해석되지 않는 역사의 본질이다. 그것이 진실이 될 수 있다. 마음이 열려 있는 지도자는 행실이 바르지 못할지라도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게 했다. 왕 옆에서 항시 왕의 모든 일과를 기록한 서기관이 있었다. 백성 앞에 정직한 왕은 그 서기관에게 자기 임의대로 기록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선왕조는 472년간 이어오면서 왕의 관한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888권의 책으로 엮여졌다 하니 실로 어마 어마한 분량이다. 왕의 행적을 기록하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강압을 받지 못하게 했다.


객관적 입장에서 진실성 있게 기록케 한 것이다. 그러나 악한 왕은 그 기록물에 영양을 미치거나 심지어는 뜯어 고치는 일까지 부끄럼 없이 자행했다.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 인간만이 의도적으로 진실할 수 있다. 반면 인간만이 그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알고 있다. 지금 당장은 권력의 힘으로 속일 수 있으나 역사의 준엄한 심판 앞에서 자유 할 수 없게 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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