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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림의 문화예술 경제 칼럼
2017.01.31 01:17

Black Out 정전시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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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Out _정전시대에 대하여

 

 

 

 

탈이데올로기 시대이다. 아무런 할 말이 없는 정전시대. 깜깜한 이 블랙세상에서 우리는 사회 구조에 의지하지 않은 채 자신을 만나 스스로를 사회 역사 속에 집어넣고, 내가 세상이 되고 내 안에 세상이 존재하도록 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길들여 지느냐 혹은 길들이느냐>의 관점인 것일까?

 

예전에는 백년 단위로 변화하던 사회가 1989년 동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사회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세계 냉전구조의 해체로 인한 힘의 구조가 붕괴되자, GDP 26%를 차지하던 방위산업이 몰락한 미국의 경제는 파탄에 이르기 시작한다. LA의 항공산업은 생산량이 급감하고 이데 따른 실업을 걱정하던 사람들에게 바비 맥퍼린은 Don’t worry, be happy라는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며 그 해 그래미상을 수상한다.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위의 짧은 내용을 통하여 대중가요와 패션의 흐름이 그 시대를 읽어내는 눈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소비자 주권시대가 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욕망을 표현한다. 경기가 불황일 때에는 화려한 패션으로 자신의 움츠린 어깨에 자신감을 부여하고 반대로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빈티지 패션이 유행하면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순수미술과 음악은 어떠할까? 이들도 위로할까? 아니다. 이들은 본질을 파고들어가 상처를 마주하게 한다. 직접 보라고 정면승부를 요청한다.

 

그럼 다시 경제는 좋아진 것일까? 냉전체제가 붕괴된 후 세상은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것일까? 미국은 다시 한번 세계 경제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냉전체제 해체 후 굴뚝 없는 창조산업으로 눈을 돌렸던 미국은 이 산업이 실패하자 다시 걸프전을 통하여 방위산업을 살려낸다. 한쪽에서 일어난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형성된 20C 자본주의에 사람들은 냉전이 종식되었다, 세계평화가 도래하였다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왜이리 사람들은 불안해 하는 것일까? 의식주가 해결이 되고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데 말이다. 1996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또 다른 블랙홀에 빠져들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알 것 같지만 점점 더 왜소해지는 자신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진실일까?

 

인터넷을 통해 세상이 열리고 관습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경제 산업의 형태도 변화한다. 영국은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맞이하였으나 창조경제를 설립하는데 성공하며 테이트 모던을 버려진 화력 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로 변모시킨다. 가수 에미넴은 <infinitive>라는 곡으로 프로이드의 무의식 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언급한다. 과거 특수한 정보였던 이것이 누구나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된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데미안 허스트, 안젤름키퍼, 바젤리츠 등이 무자비한 선을 이용하여 야만스러움을 들어낸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충격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들, 황량하고 거친 분위기까지. 이들은 인간의 본질과 원초적 본능에 접근하며 대중들에게 묻는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데 그대는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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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에서 편지’(라크니오노프), 1998, 캔버스에 유채, 20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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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바젤리츠 그의 조각품, 그리고 뒤로는 회화 작업이 보인다>



코끼리 똥으로 작품을 만든 크리스 오필리. 짙고 두터운 갈색에서 역사성과 고통을 찾은 안젤름 키퍼, 마가렛대처의 정권집권 후 피폐해진 영국 노동자의 삶을 보며 극심한 불안과 혼란 속에서 성장한 알렉산더 맥퀸. 고깃덩어리로 신체를 표현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우리는 이들을 통하여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인간의 삶을 지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관념의 시대에서 개인의 마음이 중심이 된 시대, 탈이데올로기, 탈구조주의 시대인 것이다.

 

3.jpg

<오필리 작업>_ 그의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코끼리 똥'이다. 주로 동물원에서 공급받는 이 재료는 동그랗게 빚어 건조한 후 바니쉬를 바르거나 구슬 따위로 장식한다. 이렇게 손질된 똥은 작품을 올려 놓는 받침대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림 표면에 붙여져 화면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엘리펀트 맨'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99 yBa를 세상에 알린 《센세이션》전이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렸을 때 코끼리 똥으로 장식된 흑인 성모마리아 상을 본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 줄리아니 시장이 그 작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문화를 이해한다면 이런 비판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 똥이 음식을 만드는 연료와 상처를 치료하는 약재로 쓰이므로 오필리의 작품은 영혼을 양육하고 치유하는 성모의 의미를 다문화적으로 확장한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소송과 정치 공방으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은 타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백인 사회의 오만과 편견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그럼 무엇인 중심인가. 이 후 들레즈와 라깡은 욕망으로서 시대를 설명한다. 인간, 문화, 사회의 욕망. 결핍이 욕망을 만들고 욕망이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내는 것.

 

영국 미디어 대부 사치는 미디어 전략을 이용하여 길들이기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한껏 드러낸다. 미술품은 자신이 아니라 사회가 인정할 때 진정한 미술이 된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고 있었던 찰스 사치. 그는 1997년 영국의 Royal Academy에 자신이 후원한 데미안 허스트로 대표되는 yBa 작가들의 작품을 위해 [Sensation] 이라는 전시를 기획한다. 그 시대, 그 사회 구조의 대표주자인 Royal Academy의 권위 속에 자신이 수집한 미술 작품들을 전시 함으로서 자신의 후원작가 및 수집작품들이 인정을 받도록 해버린 것이다. 속된 말로 세탁하였다.

 

속았다고 생각이 드는가? 그럴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세상이 되어 내 안에 세상이 존재할 때, 내가 웃을 때 세상이 웃고 내가 울 때 세상이 울도록 할 수 있을 때, 적어도 내가 누구인지 알고 스스로를 위해 무엇인가를 채워 넣을 수 있을 때. 이때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기획하고 길들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길들이고 개인화가 세계화가 되어 전체화가 개별화가 되는 것. 이렇게 같이 가는 것임을 인지할 때 우리는 사회 구조에 의지하지 않은 채 []라는 세상을 길들이고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허유림, 유로저널 컬럼니스트, 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예술기획 및 교육, Rp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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