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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경
- 한국에서 국제정치 학사
- 안보연구소에서 연구원 과정
- 현재 영국 Tante Marie에서 Le Cordon Bleu Diploma 수료 중

유로저널: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적인 안정성에만 안주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조미경 님을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조미경 님의 사연이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건강한 도전과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미경: 아직은 진행형이지만 그럼에도 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또 앞날을 재점검할 수 있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로저널: 현재 영국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교육기관인 Tante Marie에서 요리, Catering을 공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조미경: 네,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원래부터 개발 NGO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요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무척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엄격하신 아버지께서 전혀 허락을 해주시지 않았고, 저는 결국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졸업 후 전공을 살려서 안보연구소에서 근무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평범한 전공을 택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신 셈인데요.

조미경: 비록 안정적인 길로 들어섰는데도 제 안에 간직했던 꿈과 열정은 여전히 남아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안보연구소에서 근무를 하는데도 여전히 요리가 눈에 밟히더군요. 이걸 도전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 인생의 모토가 ‘행복하게 살자’인데, 제가 하고 있던 직장생활은 경직되어 있었고, 속으론 늘 다른 꿈을 꾸던 저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안보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푸드 코디네이터 1년 과정을 아버지 몰래 수강했습니다. 당시 제 생각은 한 반년 정도 다녀보고 정말 이 길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면 아버지께 진지하게 다시 얘기 드려보자는 계획이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확신하고 싶었던 것이었죠. 그런데, 정말로 3개월 정도 수강하고 나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말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 길로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께 전화로 죄송하지만 직장을 그만 뒀다고, 대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정말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성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제 선택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아버지께서 가장 든든한 제 편이 되어 주시죠. 요즘 음식의 유행도 알려주시고, 이런 저런 관련된 조언도 주시고요.

유로저널: 그렇다면 영국행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는지요?

조미경: 요리, 음식 비즈니스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던 중 아무래도 한국에서 관련 전공으로 4년제 대학을 다시 입학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한 불편함도 있을 것 같았고요. 그러던 중 영국에는 단기간에 자격증이나 수료증을 취득할 수 있는 단기 전문과정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국에는 이미 동생이 유학 중이었던 터라 이전에 몇 번 방문했던 경험도 있어서 낯설지 않은 곳이었고, 조사해보니 요리학교 시스템도 잘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결국 영국행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영국에서 오셔서 어떤 것을 배우셨는지요?

조미경: 저는 물론 요리에 관심이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직접 요리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캐터링(Catering),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영국에 와서 처음 다녔던 킹스웨이는 유명한 요리사를 배출한 학교지만 지나치게 이론 중심이었습니다. 저는 요리 외에도 메뉴 선정, 기획, 예산 등 다방면의 요소들을 실제적으로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현재 다니고 있는 Tante Marie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Tante Marie는 물론 훌륭한 요리사 배출했지만, 그 외에도 레스토랑 컨설팅, 캐터링 비즈니스 종사자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입니다. 학교장 자신도 캐터링 회사를 가지고 있고요. 수업은 다양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서 다른 학생들에게 서빙하기도 하고, 와인에 대한 공부, 메뉴 선정, 가격 선정, 가령 100파운드의 예산을 가지고 20명 분의 요리를 어떻게 선정하고 계획하겠는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1인당 5파운드의 예산으로 3코스 메뉴를 개발해보기도 하고, 그런 실무적인 연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학교에서 그야말로 음식에 상당한 열정을 지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접할 텐데, 한국음식에 대한 인지도나 인기는 어떤지요?

조미경: 학교에서 국제적인 요리를 다루면서 동양 요리는 인도요리, 일식까지는 접하는데 아쉽게도 한국음식은 아직입니다. 한국음식이라고 만들어서 보여주면 반응이 이 요리는 중국요리 어떤 것이랑 비슷하다, 혹은 쌀밥이 들어가는 한국음식을 만들어서 보여주면 이 요리는 일식 어떤 것이랑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중식과 일식은 국제적으로도 많이 보편화가 되었는데, 아쉽게도 우리 한식은 아직 그렇게까지는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자기네들이 경험한 중식과 일식의 경험을 바탕 삼아 한식을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이들도 알고 있고, 또 한국 학생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음식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김치 정도를 얘기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조미경: 제가 감히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제 의견을 드린다면 한국음식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적극 지원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국식당의 규모도 더 커져야 합니다. 그런데, 런던을 보면 가령 인도식당들은 시내 브릭레인 지역에 밀집해 있어서 접근이 용이한데, 한국식당들은 상당수가 한인타운인 뉴몰든에 위치하다 보니 관광객들을 유치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한국인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고요. 또, 어느 나라의 전통음식이든 늘 따라오는 딜레마는 과연 이것을 그야말로 전통식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약간 현지화를 가미한 퓨전식으로 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저 역시 여전히 고민하는 과제입니다. 제 생각은 아무래도 확실한 맛을 보여주고 고객들에게 오래 남으려면 요리만큼은 전통식을 고집해야 하지만, 서빙이나 서비스는 최대한 현지 문화에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한국의 식당문화는 거의 혼자서 식사하는 경우가 없어서 테이블도 그렇고 늘 단체 위주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런던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개인 손님들도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즉, 음식은 전통의 맛을 유지하되, 그 외의 것들은 현지 식문화를 충분히 반영하는 게 일단은 현명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조금 민감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사실, 안정적인 직장도 마다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만큼, 이렇게 모험을 시도한 것에 대한 후회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는지요?

조미경: 유학 전부터 이 분야에 올인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와서인지 특별히 후회한다거나 불안한 적은 없습니다. 어차피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한다는 각오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셈이니 저보다 나이가 어린 강사한테 수업을 들어도 괜찮고, 어떤 고집도, 자존심도 없이, 그저 이 세계가 이제 내 세계라는 생각으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요리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었는데, 이제 학업을 마치는 9개월 뒤가 되면 본격적인 진로를 결정해야 하니 재미도 있지만 그만큼 진지해집니다. 직접 이 세계에 뛰어들어 보니 이 세계는 일반인들은 쉴 때, 남들은 연휴일 때, 나는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인들보다 근무시간도 길고, 개인적인 여유시간도 적은 것을 보니 정말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공부하고, 또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너무 피곤해도, 여전히 다음날에 대한 설레임이 있고, 이렇게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배우고 일하는 순간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조미경: 친구들은 저를 걱정하기도 하면서 또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 역시 남편을 잘 만나서 편하게 안정을 취하는 친구들의 삶이 가끔은 부럽기도 합니다. (웃음) 그럼에도 친구들은 제가 제 소신껏 길을 걷는다는 것에 자랑스러워 하면서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게 너무들 기대를 하고 있어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 뭔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웃음) 다들 뭔가 유학을 다녀오면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올 것이라고 여기거든요. 사실, 그건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유로저널: 조미경 님처럼 어떠한 도전을 품고도 막상 그것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조미경: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너희들 시대는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150세까지 산다고 생각해봐라. 서른이면 전체 인생의 5분의 1이니 담대하게 도전한다면 못할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서른이든, 마흔이든 나이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저희 어머니께서 요즘 드럼을 배우고 계신 만큼, 정말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시고요. 제 동생 역시 제가 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 하고 싶어?”라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하더군요. 대신 도전하면 되돌이킬 수 없으니 정말 최선을 다해서 올인하라고 하더군요. 가족들의 이러한 응원에,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여러분께서 진정 원하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것을 도전해보는 것이 포기하는 것보다 덜 후회할 것입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 꿈이 있다면?

조미경: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당장은 다니고 있는 학교를 잘 마치고, 원래 목표인 캐터링 회사에서 근무해보고 싶습니다. 그 전에 그저 매 순간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게 계획이고요. 그리고, 제가 국제정치를 전공하면서 개발 NGO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하는 분야에서도 언젠가 어느 정도의 단계가 이르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조미경 님의 꿈이 멋지게 실현될 수 있도록 저희 유로저널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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